(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인구문제는 사람의 상식과 지식을 비웃는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Th. R. Malthus)는 식량 사정이 좋아지면 인구가 늘어난다고 주장했으나 그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고,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같은 극단적인 표어로 산아제한을 독려하던 한국이 역사상 세계 최악의 인구절벽을 맞게 되었다. 중국은 1982년까지도 ‘1가구 1자녀’ 정책을 법제화하여 인구 증가를 통제했는데 벌써 인구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인구문제는 부분적으로 자연현상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예측을 빗나가게 해서 인간 현상이 얼마나 복잡하며 사람의 지식이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절감하게 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하나님의 역사는 신비”라는 말이 실감되고 겸손해진다.
0.7에 불과한 지금의 합계출산율을 고려할 때 한국 인종에 의한 한국이란 나라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동안 수많은 대안들이 제시되었고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입되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물론 이제까지의 예측이나 처방이 잘못되었으니 절망적이란 이 주장도 오류로 드러날 수 있다.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 Lévi-Strauss)는 인구가 과밀하면 출산율이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했는데,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한국에서 출생률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인구밀도가 줄어지면 출산율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러한 “자연적 기적”을 믿고 낙관할 수 없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생산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등 온갖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고 이미 외국 근로자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 5천 년 역사상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막아보려는 시도는 부질없고 힘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므로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이 격변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보다 인구감소를 먼저 경험한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미 선택한 것과 같이 우리도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혀 새로운 다른 나라로 바꿔질 것이고 그것은 많은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반도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수천 년 동안 같은 언어와 풍속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타민족, 타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는 앞으로 이룩될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조화롭고 정의롭게 만들 것인가가 가장 중차대하고 필수적인 과업이다.
이에 대해서 한국의 최대 종교인 기독교는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우선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두 가지 임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그리스도인 젊은이들은 가능한 한 결혼하고 가능한 한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이다.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될 사회를 복음화하고 그 사회에 성경적 세계관을 정착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형성될 다문화 사회에서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본래 이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당분간은 사회를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신실하고 건강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라도 더 많아야 우리 사회에 기독교적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종파적 이기주의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회든지 성경의 가르침에 조금이라도 더 충실해야 정의와 평화가 그만큼 더 건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 젊은이들의 결혼과 다산은 이제 자신들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 인구절벽을 가져온 중요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 한국 문화의 철저히 차세중심적 세계관(Diesseitigtkeit)과 그것에 근거한 근시안적 이기주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독신으로 남는 것은 성경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고, 자녀를 두지 않거나 하나만 갖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가정을 만드셨고(창 2:18) 가정을 행복의 보금자리로 제공하셨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내와 남편으로 서로를 믿는 데서 오는 기쁨과 안정감, 재롱부리는 아기, 스스로 커 가는 자녀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도 줄 수 없는 행복이며 모든 수고와 비용을 보상하고도 충분히 남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서 그리스도인들은 다가올 다문화 사회를 평화롭고 정의롭게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책임이 있고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 우리 하나님은 모든 민족의 하나님이고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아 동등한 권리를 향유할 하나님의 백성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처음부터 철저히 사해동포주의적이었다. 모든 사람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다(갈 3:28). 거기다가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한국인들보다는 외국인 및 외국 문화와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가졌다. 그러므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다문화 사회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임무뿐만 아니라 능력도 갖추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어차피 다가오는 이 획기적인 변혁을 새로운 사회의 복음화와 기독교 세계관 정착의 호기로 이용하도록 각오하고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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