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내가 유초등학생을 만나는 교육 현장에 있었을 때,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서도 가정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태도를 봤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너희 집 몇 평이야?”, “너희 아파트 이름은 뭐야?”, “아빠 차 이름이 뭐야?”라는 식의 질문이 자주 등장하였고, 질문 속에서 나이를 막론하고 오늘날 자녀세대에게는 비교의식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자녀세대의 태도는 오늘날 가정의 최고 가치가 ‘자본’이 되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본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생활력과 직결된 노동의 시간으로 인해 다른 일들이 모두 차선으로 밀려난 인생을 살다 보니 어느새 가정에 물질주의가 만연해진 것이다.
저출산 문제 역시 물질주의와 직결되어있는 사회 문제로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경제적 능력, 사회적 위치, 자녀에게 쓰이는 재산 등을 걸림돌로 여기고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있으며, “내가 능력이 되지 않으면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것이 도리에 맞다”라고 생각한다. 이 입장은 자녀의 존재 이유가 물질에 의해 소멸되어 버렸다는 점, 생명의 가치가 차선이 되었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 나 역시 결혼과 출산의 적령기에 접어든 이슈의 당사자로서 이 시대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혼 전부터 염려와 근심을 갖게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실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 하나님께서 가정 안에 세우신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이 지면을 통해 최근에 결혼을 준비하는 나에게 하나님께서 가르쳐주고 계신 가치를 나누고 싶다.
나는 엄마로부터 믿음의 유산을 받았다. 나의 엄마는 주일학교 시절부터 가족들의 반대 속에서 교회를 찾아다니시면서 청년 때까지 믿음을 지켜오신 분이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엄마는 언제나 가정에서의 예배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었다. 자녀에게 가장 먼저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성경, 구약, 신약의 글자를 가르치며 교육을 하셨고, 어린 딸들을 데리고 매일 기도하러 교회에 가셨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라는 찬송가와 같이 나의 믿음은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말씀을 들으며 자랐다.
믿음을 가진 나는 금수저에 견줄 수 없는 삶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모태로부터 믿음이 깃든 삶을 주신 것은 어떤 금은보화와 비교할 수 없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산 중에 가장 귀한 것은 단연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믿음’일 것이다. 이것은 복음을 모르는 자들만 미처 모르는 비밀일 뿐 명백히 존재하는 자명한 진리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은 부모, 혹은 영적 부모로부터 믿음을 받았으니 더 바랄 나위가 없어야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가정의 첫째 가치는 자본이 아닌 믿음의 상속이다. 자본이 주는 생명력은 물리적인 한계를 갖고 언젠가 소멸하지만, 생명의 원천인 믿음은 마르지 않는 능력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가정 안에서 부모의 기도로 자라난 자녀의 믿음은 계속해서 생명을 만들며 그 자녀를 축복으로 이끈다.
믿음이 본격적으로 자라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나는 대학 입시 앞에서 지혜를 얻으려면 지혜의 근본이신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도를 결심했었다. 학교에서 사람이 가장 없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찬양을 들으며 30분씩 기도했다. 그동안 화장실에 있었다는 사실이 창피해 사실을 숨겼지만 돌아보면 나의 믿음이 변화한 아름다운 장소였기에 이제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심과 실행은 내 청소년기가 하나님 앞에 모범적이어서 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오직 성령께서 주신 은혜였다. 그리고 매일 나를 위해 기도했던, 엄마의 기도 응답이었다.
하나님은 엄마의 기도를 들으며 놀고, 자고, 보채며 기다리던 아이가 장성하여서 배운 대로 기도하는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부모를 통해 자녀의 길을 예비하시고, 자녀의 믿음을 통해 부모의 믿음을 훈련하시는 것”이 하나님께서 가정을 통해 일하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원리를 알게 되면 우리는 다시 미래의 삶에서 출산과 양육, 교육과 관련된 일도 필연적 초청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믿는 자들이 믿음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마음에 새기고 기도하지 않으면 쉽게 다른 것으로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요즘 청년들의 결혼 준비의 과정이고, 가정에 대한 기대감인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내게도 역시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그 어떤 것보다 거룩한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으로 이 기간을 사용할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고 믿는다. 결혼 준비는 결혼식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닌 결혼 이후에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증거되는 가정으로 세워질 수 있는지 주목하며 기도하는 시간이다.
청년 세대에게는 다음 세대의 부모가 되어 믿음을 물려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적인 부모가 되어 교육하고 양육할 사명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대학원에 들어왔다. 현재 교육철학을 공부하며 학문을 통해 시대적 사상들을 배우고 있다. 시대를 아는 것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거짓 지식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배움의 시간을 통해서, 나는 오늘날 시대가 무엇을 최고의 것으로 보는지, 기독교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다음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말씀의 진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과정이 내게 가치가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더욱 지혜로운 부모, 교사가 될 수 있는 준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내가 세상의 지식을 배우는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청년 세대 한 사람, 한 가정이 거룩함으로 세워져서 하나님께서 배우는 자들에게 긍휼을 베푸실 이유가 이 땅에 가득히 준비되기를 바란다. 특별히 그 은혜가 가정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죄와 씨름하며 시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모든 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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