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세계관 특강 : 하나님의 형상 회복과 선지자적 비관주의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 / 손봉호 지음 / CUP / 2023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CUP, 2023, 312면)의 저자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땅에 기독교 세계관을 최초로 소개한 분이다. 우리 시대에 저자만큼 그리스도인 지성으로서 영성과 지성, 신앙과 학문, 신앙과 삶이 이원화되지 않은 정체성을 한결같이 유지하며 전방위적으로 시민사회에 족적을 남긴 사람은 드물다. 그는 평생 기독교 복음주의(예장 고신) 교회에서 자라고 섬겨왔을 뿐 아니라 철학자이자 윤리학자로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연),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기학연), 세계밀알협회, 기아대책, 남북나눔운동, 공명선거대책위원회 등에서 핵심 리더로 활동한 시민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체 13장의 구성을 통해서 왜 세계관이 모든 사람에게 필연적이며, 각자 삶 속에서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책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형상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여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소명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지자적 비관주의’로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부패한 사회에 대한 개혁과 변혁을 지속하되, 그것은 우리가 세상에 전면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이다.”(308면). 이 책의 가치와 의미를 가감 없이 소개하기 위해서는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강조한 설득의 요소들, 즉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라는 세 측면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첫째는 ‘로고스’ 측면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기독교 세계관의 메시지를 어느 책보다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가 반평생을 학계에 몸담아 온 대학교수이자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이기에 논거를 역사적, 객관적 사실과 성경에 근거해서 탁월하게 기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저자는 ‘기독교 세계관 개념’이 출현한 역사적 맥락과 가치적 방향을 아래와 같이 안내한다.
“세계관이란 용어는 독일에서 18세기 철학자 칸트, 19세기 짐멜, 리케르트, 딜타이 등 철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이론적 논의에 등장한다. 기독교계에서는 네덜란드 기독교 철학자 도여베르트가 세계관을 언급했지만, 신학에서는 별로 잘 알려진 개념이 아니다. 세계관이란 문자 그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다.”(16면).
“첫째로 우리가 지금 실제로 어떤 세계관으로 생각하고 듣고 있는가, 둘째로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셋째로 무엇이 세계관을 기독교적으로 만드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말로만 믿음을 고백하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으신다. 기독교 신앙의 표준인 성경은 우리 삶 전체를 일관성 있게 그 가르침대로 살기를 요구하신다.”(31면).
둘째는 ‘에토스’ 측면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강점은 저자의 신뢰성에 있다. 우리는 어떤 책이든 아무리 수려한 표현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만약 그 저자의 삶이 내용에 상응하는 신뢰성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 담론의 전달력은 기대하는 목적에 이르기 어렵다. 그리스도인 저자의 글은 더 그러할 것이다. 책의 메시지와 저자의 삶 사이의 괴리는 그 배신감과 거부감이 더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글들은 이 에토스 측면이 오히려 최대 강점이다. 많은 이들은 2022년 저자가 장애인 권익기금 조성을 위해 유산 13억 원을 ‘밀알복지법인’에 기부한 일을 기억한다. 저자의 신앙과 삶의 에토스적 단면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우리는 저자가 80대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그리스도인 청년에게 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필자 역시 섬기는 캠퍼스의 다수 청년으로부터 저자의 메시지는 세대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본질적이고 도전적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셋째는 ‘파토스’ 측면이다. 이 책은 또한 저자의 메시지가 일관되게 우리 시대의 나그네, 고아, 과부, 즉 약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은 많은 경우 모든 시대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를 향한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였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에서도 성경의 안경을 통해 보이는 그 영혼들의 치유와 목마름의 본질을 정확히 직시하고 특별히 그것에 함께 공명하는 메시지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렇게 고통당하는 사람들은 주로 약자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약자란 단순히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뿐이 아니다. 성적, 사회적, 정치적, 인종적, 지역적 약자들도 있다.”(217면)
“그러므로 사회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우선 그리스도인 자신의 삶을 위해서 필요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길이다.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었다면 그리스도인은 사회개혁에 앞장서야 한다.”(305면).
<쉽게 풀어쓴 세계관 특강>은 기독교 세계관이 왜 다시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각자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붙잡아야 할 핵심 개념이자 가치인가를 잘 보여준다. 기독교 세계관은 유행처럼 지나가는 개념이나 운동이 아니다. 우리는 최근 세간에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개념과 화두를 역사적 맥락에 맞지 않게, 자의적으로 책 제목이나 강연 내용으로 채워 그 근본 목적과 방향을 오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은 결코 우든 좌든, 이데올로기 또는 정파적 입장의 방패막이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상 숭배이기 때문이다.(265면). 필자는 요즘 대학 캠퍼스 독서 모임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있다. 그래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의 측면이 모두 갖추어진 저자의 기독교 세계관적 삶으로의 이 초대장을 매주 받고 있다.
“비록 어렵지만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에게는 당연하고, 의무이다. 비록 어렵지만, 그렇게 사는 그리스도인이 늘어나면 그만큼 쉬워지고, 그렇게 해서 선순환이 시작되면 급속하게 늘어나서 우리 문화를 성경적 세계관에 따라 바꿀 수 있다.”(3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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