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이전 질서는 무너지고 다음 질서는 불투명한
미-중 전략경쟁이 야기한 신냉전 시대의 도래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과 같은 강대국이 연루된 대규모 열전(熱戰)이 귀환하였다. 국지전이 2년 넘게 지속하며 전 세계 곳곳이 피로 물들고 있으며 그 끝도 요원하다. 국제질서가 강대국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리된다는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의 프레임을 차용한다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회귀가 예견된 상황에서, 헌법 개정으로 장기집권의 기반을 가진 중국의 시진핑과 러시아의 푸틴 집권하에 강성 지도자들에 의한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각자도생의 안보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통 군사안보를 넘어 포괄적 안보의 안보화와 안보행위자의 다변화, 급격한 기술혁신에서 비롯한 A.I.와 자율무기체제, 생화학무기와 사이버위협 등 비대칭 위협의 증대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방식으로 국제안보를 위협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의 전쟁
인간의 죄로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평화의 방편으로 전쟁이 불가피한 경우, 이를 인정하는 ‘정전론’(正戰論, just war theory)과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과 전쟁은 기독교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독교 평화주의’(pacifism)로 나뉜다. ‘정전론’은 인간 세상에서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전쟁에 엄격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전쟁을 제한하고 평화를 수호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평화를 목적으로 전쟁이 제한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으며, 아퀴나스는 사회질서와 공공선을 목적으로 전쟁이 가능함을 주창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루터와 칼뱅을 거쳐, 대부분의 주류 개신교단과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채택되고 있고 현대에도 인정되고 있다. ‘기독교 평화주의’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규범적 근거로 삼아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랑과 평화를 통해 승리를 이루어야 함을 주장하나, 핵・무기 감축과 무장해제의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유토피아적 발상으로 비판을 받는다.
세상적 관점에서의 전쟁
권력정치적 시각에서는 전쟁을 ‘정치적 행위이자 도구’로 간주하며 보편적 규범으로 정의된다. 국제정치의 지배적 패러다임인 신현실주의는 정통성을 갖고 독점적인 무력을 행사하는 국가만이 국가이익과 생존, 군사력과 동맹 등을 통해 자조(self-help)를 추구한다. 프로이센의 탁월한 전략가이자 서양 최초의 군사 사상가, 철학자였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 1780-1831)에 따르면, 권력정치적 시각에서 전쟁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행위이자 도구이며 보편적 규범으로 정의된다. 모든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서 자조를 추구하여 안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됨에 따라,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국가 간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을 추구한다. 기독교 현실주의 사상가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죄의 보편성에 역점을 두어 정치적 질서에 대한 도덕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며, 개인의 도덕적·사회적 행위와 집단의 도덕적·사회적 행위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이상주의를 피하여 무력이 권력의 수단임을 인정해야 함을 주창한다. 필요성의 원칙에 따라서도 국가의 안보와 생존을 책임진 국가 지도자는 국가의 안보와 생존을 위해서 도덕적·윤리적 고려를 배제하게 된다.
2025년, 기독교인으로 전쟁과 살아가기
사랑의 하나님, 은총의 하나님, 위로의 하나님이 우리가 만들어 낸 우상에 의해 희미해져 갈 때, 세상은 도리어 하나님께 “도대체 어디 계신지”를 반문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나치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인 엘리 위젤(Eliezer Wiesel)의 <나이트>(1958)는 교수대에서 어린 소년이 성인보다 가벼운 무게 때문에 그 영혼이 상처투성이인 육체를 떠나지 못해 30분 넘게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매달려 있었던 사건을 묘사한다. 엘리 위젤의 뒤편에 서 있던 수용자는 “하나님은 어디 있는가?”라고 원성을 쏟아내고, 그 순간 엘리 위젤의 마음속에 “하나님은 여기 교수대에 매달려 있다”라는 목소리가 답한다. 엄마로 살아가며 한 사람을 낳고 키워 성장시키는 것에 얼마나 많은 기도와 간구와 노력이 필요하고, 한 생명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알게 되며 사람을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귀한 생명을 가차 없이 앗아가는 전쟁의 귀환에, 평화가 얼마나 유약하고 유한한 것인지를 알게 되는 현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인생(人生)일 뿐이고, 하나님의 선하신 말씀을 따라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터전인 줄로 재어주신 구역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과 지혜와 능력으로 주님께 의지하며 하루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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