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의 양가 조부께서는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셨고, 믿음의 가정 공동체를 이끄셨다.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자라온 덕분에, 하나님에 대한 의심이 없이 살아왔다. 다만 이것은 궁금증의 부재로 이어져,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주일 성수에 그치게 되었으며,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심오하게 알아가는 시간이 결핍되었다. 이런 껍데기뿐인 나의 삶을 하나님께서는 공동체를 통하여 변화시키셨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군 입대 전날 교회 형이 내게 건네준 손수 적은 말씀 카드는 훈련소 격리로 인해 교회를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한 영적 피난처가 되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했던 주일 예배에 대한 간절한 갈망이 생겼고, 성경 말씀은 생명의 근원으로 내게 다가와 하나님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셨다. 자대 배치 후 나는 주일마다 홀로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독서카페에서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렸고, 평일의 개인 정비시간에는 휴대폰 대신 말씀 묵상을 나의 기쁨으로 삼았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다른 선후임과 동기들에게 경배의 마음을 허락하셨다. 이기심과 질타로 가득한 군대에서 주님께서는 따뜻한 예배자의 온기로 그 공간을 가득 채워주셨다. 교회 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을 새로운 군대 공동체와 함께 예배함으로써 나누게 하신 것이다.
제대 후 나는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굳게 다짐했다. 예수님은 “자신이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마 20:28)이라고 밝히셨다. 섬김을 받기에 합당하신 분께서 우리를 섬기기 위해 오셨다니, 가장 높으신 분이 나를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니, 예수님의 그 숭고한 사랑에 나는 완전히 압도되었다. 예수님께서 보이신 사랑을 따라 공동체의 유익과 영적 성숙을 돕고자 임원 활동을 시작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죄인인 우리의 죄를 사하시며 목숨까지 내어주시는 그분을 알아가는 지식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또한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려면 나부터 하나님 앞에 거룩한 자로 서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성경 일독을 시작하였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게 하고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여진 성경(딤후 3:15)을 읽으며 내 안에 채워지는 기쁨과 은혜를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나의 첫 섬김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교회 청년들에게 성경 일독을 제안했고 많은 이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어 모임이 생겼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여정의 동반자들이 생기니 거룩한 부담감이 생겼고, 아무리 피곤해도 읽어낼 힘이 생겼다. 하나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뿐이었던 나의 의도를 하나님께서 완전히 뒤집으시고, 오히려 공동체 덕분에 지금까지도 굳건히 말씀과 동행하게 하셨다.
기간으로만 본다면 단기적 섬김인 임원 활동을 넘어 나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다. 나는 현재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여태껏 나는 섬김과 헌신이 목회자나 선교사처럼 하나님의 복음을 온 열방에 전하는 직업으로만, 의료 계통에 종사하며 다른 이들의 아픔을 치료해주는 직업으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이원론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공동체는 바로 같은 전공 분야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시는 지도교수님과 기계공학부 신우회 학우들이었다. 교수님께서 진로 상담과 신우회에서 진행해주신 기독교 세계관 강의를 통해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직업을 결정할 수 있는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우리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만유의 주재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습니다.”라고 고백한 아브라함 카이퍼의 말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에서 하나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 십자가에 달리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을 인정하며,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고 주어진 일터에서 내 삶의 기준이시고 중심이심을 고백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공학자라는 같은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님의 자녀들을 통해 캠퍼스 내에서 이러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은혜임을 다시 한번 고백하고 싶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의 공동체를 주셨다. 우리 각자는 하나님을 바라는 삶 속에서 자주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머리 되신 교회에서 서로를 붙잡아주어야 한다. 또한 죄의 유혹으로 완고하게 되지 않도록 피차 권면케 하셨다.(히 3:12-13). 이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공동체 안에서의 진정한 교제와 사랑을 허락하신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합된 공동체는 서로를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쁨을 함께 나눈다. 나는 하나님이 내 삶의 절대적인 주인이심을 언제나 고백하며, 내게 넘치는 사랑을 부어주신 하나님처럼 받은 사랑을 아낌없이 내 주변의 구성원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이들에게 나누고자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청년들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고,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함께 고난받는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나아가 함께 세워진 모든 이들이 사랑을 가득 머금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더 많은 열매를 맺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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