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신학교 내에서는 전혀 드물지 않은 목회자 자녀 중 한 사람이다. 진로에 대한 여러 고민과 방황의 끝에 한국침례신학대학교에 입학하여 4년째 수학 중이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교회를 만나게 되었고 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사역 제안을 받아 현재 대전에 있는 대흥침례교회에서 청년부 인턴사역자로 2년째 섬기고 있다.
내 삶의 전반적인 과정들을 지켜보고 계신 부모님께서는 현재 나의 삶의 환경을 보고 감탄을 하며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올려드리고 계신다. 대학교 이전 나의 삶 속에서는 단 한권의 독서를 한 적이 없었으나 현재 나의 자취방 서재에는 200권 가량의 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또 워낙 숫기 없고 사교성이 없었던 내가 현재는 규모가 매우 큰 편의 교회라고 볼 수 있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생활을 통해서 나에게는 수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과 윤활유가 되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학업과 사역을 감행하는 데에 있어서 수없이 다가오는 성찰의 제목들과 깊은 고민의 순간들이다. 급속도로 다가오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대는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를 추구하고 있고, 그 시대에 내던져진 개개인은 그 속도감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한 속도감을 따라가야 하고 그 속도감 안에서 무언가를 해내야하는 여러 사회적인 부담들은 우리의 마음을 짓누른다. 꾸준함과 지속성보다는 순간적이고 지속되지 않는 것들만 가득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하신 중보를 의지하기에는 나의 영혼은 너무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주어진 학업을 통해 영혼을 섬길 자질을 갖춰야 하고 병행하게 된 사역의 현장 속에서 경험과 노련함을 채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르심을 받은 소명을 붙들고 살아야만 한다. 이러한 소명 앞에서 청년들을 상대로 사역할 수 있음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가정의 보호로부터 조금이나마 독립된 성인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수많은 신앙적 고민들과 가치에 관한 물음들이 있다. 그러한 복잡한 심정 가운데 있는 청년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며 예배를 드리는 일은 매우 값진 일임에 분명하다. 그들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내면의 문제와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거쳐서 어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장하고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것만큼 무게감 있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학업의 상황 속에서나 사역의 현장 속에서나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귀기울임’이었다. 학문 내에서도 한 가지 주제만을 가지고도 두 진영이 나뉘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저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서 비판하며 싸우는 것일까?”라고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입장에 대해서 더욱 귀기울이면서 학문을 해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사역의 현장 속에서도 이 ‘귀기울임’은 핵심적인 능력이다. 한 영혼의 삶 이야기를 들을 때 충분히 귀기울이지 않으면 가벼운 공감과 비합리적인 길로 나아가게 된다. 학업의 현장에서나 사역의 현장에서나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삶의 현장 속에서 ‘귀기울임’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보충하고 더욱 수준 높게 실현하기 위해서 나는 끊임없는 독서를 선택했다. 독서는 ‘귀기울임’의 근육을 충분히 성장시켜준다. 소설을 읽을 때면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알아간다. 신학이나 철학을 읽을 때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면서 듣게 된다. 이러한 운동을 지속해서 훈련하면 할수록 나의 ‘귀기울임’의 근육은 날로 성장해가는 것을 다양한 현장에서 나누는 수없이 많은 대화 속에서 느끼게 된다. 결국, 나에게 주어진 것들 속에서 최상의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조금 지겹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깊은 독서의 시간을 통해 훈련된 ‘귀기울임’의 자세를 잘 갖춰놔야 한다.
시대는 점점 빠르게 지나가고 계속해서 따라오라는 급박한 부름에 숨이 벅차는 마음을 자주 경험한다. 성경 역사 속에서 언제나 하나님은 인간을 통해 일하기를 원하셨고, 인간을 통해 일해오고 계시며, 앞으로도 인간을 통해서 곧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실 것이다. 그러한 역사를 살아가는 데 나의 인간됨을 유지하면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품격과 가치를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시대는 계속해서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따라오기를 요구한다. 시대적 상황 속으로 침투하여 하나님의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 본회퍼의 말을 되새기면서 발걸음을 빠르게 맞추어가야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나’를 천천히 알아가고 만들어가야 한다. 빠른 걸음 속에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여 귀를 기울이는 일이 곧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어느 시대 속에서나 함께하고 계시고, 언제나 나의 기도에 귀기울이고 계신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고 계신다. 나도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5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