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기독교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근대 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창조, 타락, 구속의 유신론적 내러티브로 표현되는 복음주의적 기독교적 세계관은 지난 150여 년간 교회 내에서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졌다. 이것은 사람들이 믿음의 본질을 개인적 경건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거센 세속화의 압력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기독교 세계관이 실재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의 설명력, 지적인 일관성, 실용주의적 유용성은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개인적으로뿐 아니라 엄격한 문화적·학문적 참여를 위한 굳건한 기초를 제공하였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기독교 세계관 전통의 원조라고 한다면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칼뱅의 영향을 받았던 스코틀랜드 장로교 신학자이자 변증가, 목사, 교육자였던 제임스 오르(James Orr, 1844-1913)를 들 수 있다. 그의 노력으로 인해 개혁주의 사상에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도입되었다. 아래에서는 오르가 기독교 세계관을 개신교에 도입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살펴본다.
오르가 살고 있던 19세기 유럽은 모든 삶의 영역, 특히 종교, 철학, 과학의 영역에서 현대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때 서구는 C.S. 루이스(C.S. Lewis)가 말한바 ‘유럽의 비기독교화’라는 대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구 유럽 문화’ 혹은 ‘구 서구 문화’는 사라지고 소위 ‘후기 기독교’(Post-Christian)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오르는 기독교 신앙을 모든 영역에서 드러내고 변호해야 한다는 부담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고,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전략이 바로 세계관(Weltanschauung) 전략이었다.
오르가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을 하나의 포괄적인 세계관으로 제시한 것은, 1891년 에딘버러 연합장로교신학대학에서 개최된 제1회 커르 강좌(Kerr Lecture)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 강좌를 위해 3년간 준비했고, 이 강의록은 1893년에 <하나님과 세계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The Christian View of God and the World)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제1장에서 오르는 세계관의 일반적 개념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다루었다. 그는 이 책에서 기독교를 하나의 포괄적인 체계로 다루면서 점증하는 19세기 후반의 반기독교적 현대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실재에 대한 새롭고 일관성 있는, 포괄적인 기독교 세계관이 중요함을 다음과 같이 역설하였다.
“기독교가 직면하고 있는 반대는 더는 어떤 특별한 교리들이나 자연과학 등의 몇몇 가상적 갈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모든 방법과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지위, 자연적이고 도덕적인 것들(things)의 전체 체계, 우리도 그것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 바로 그 체계를 이해하는 방법에까지 확대된다. 이것은 더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원리에 대한 반대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 동일한 영역에 이르는 방어선을 필요로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공격 받고 있는 것은 사물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이며, 이러한 공격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은 사물에 대한 총체적인 기독교적 관점을 드러내고 변호하는 것이다.”
오르에 따르면, 기독교가 현대인들의 마음에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기독교 신앙을 단편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세계관과 같이 포괄적인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책의 목적을 ‘하나님과 세계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두었다. 오르는 기독교를 통합적이고 완전한 세계관으로 이해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반기독교적 현대주의자들에게 대항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오르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영향으로 20세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가장 탁월한 사상가의 한 사람이 등장하였는데 그가 바로 네덜란드 정치가이자 교육자, 언론인, 교회개혁가, 신칼뱅주의 신학자, 철학자인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였다. 오르와 동시대 사람이었던 카이퍼는 오르가 쓴 <하나님과 세계에 대한 기독교적 견해>(1893)를 읽으면서 기독교 세계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완전한 신앙체계’(complete belief system)로서의 칼뱅주의를 깨닫게 되었다. 카이퍼의 전기 작가이자 그리스도인의 사업을 돕는 전문가(디렉터)이기도 한 피터 헤슬람(Peter Heslam)에 따르면, “오르는 기독교가 하나의 중심적인 신념이나 원리로부터 유래한 독립적이고 통일된, 일관성 있는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카이퍼가 칼뱅주의를 이해한 바와 같았다.
카이퍼는 오르와 비슷하게 현대의 세계관들은 통일된 사상의 형태로 표현됨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세계관들은 반기독교적인 하나의 원리로부터 유래하였으며, 삶과 행위의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다고 주장하였다. 카이퍼는 탁월한 필력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현대주의 세계관을 대적하기 위해서는 기독교 세계관의 정립이 필수적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카이퍼의 확신은 유럽은 물론 북미주를 거쳐 한국에까지 확산하여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추동력을 제공하였다. 오르는 20세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꽃피게 한 카이퍼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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