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본능에 따라 사는 짐승과 달리 사람은 바깥에서 받는 영향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 관념을 타고 나기 때문에 외부의 정보가 그 관념을 일깨우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 후의 연구와 경험은 생각의 틀은 타고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와 자극은 바깥으로부터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교육은 사람의 인격 형성과 삶의 방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앙이나 세계관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기독교는 믿음이란 스스로 깨달음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이 계시하신 복음을 들어야 가질 수 있다고 가르치므로 교육은 기본적이다. “그런즉 그들이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 10:14). 그러므로 기독교는 처음부터 교육을 강조했고 그 덕으로 기독교 국가들은 대부분 선진국이 되었다.
그런데 16세기 이후 베이컨(Francis Bacon)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관점이 점점 더 득세하여 현대 교육은 지식획득과 개발에 중점을 두는 반면, 성숙한 인간, 바람직한 인품, 올바른 신앙을 위한 인간교육은 ‘바람직하나 필수적이지는 않은’ 사치로 치부하고 있고, 한국 교육은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기독교계에서조차도 ‘신앙’ 보다는 ‘성경 지식’ 전달을 신앙교육의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좋은 지식이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듯 성경 지식이 바른 신앙에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 교육을 신앙교육의 전부로 취급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오류다. 신앙교육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삶의 목적과 세계관 자체를 바꾸고 형성하는 과정이므로 지식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지식교육은 로봇이 사람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개발해도 로봇은 결코 인격교육과 신앙교육을 수행할 수 없다. 지식, 정보 외에도, 감정, 의지, 가치관, 세계관 등 전 인격이 동원되어야 하고 특히 교육자의 모범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격을 갖춘 스승이 인격교육을 할 수 있고 올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야 제대로 된 신앙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예외가 있겠지만 신앙교육의 기본도장은 가정이고 어렸을 때가 그 적기다. 어릴 때, 즉 “아직 글자가 쓰여 있지 않은 백지상태”를 가정에서 보낸다. 그때는 어린이가 취사 선택의 근거도, 능력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 형제자매, 가정의 분위기에 전적으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마른 스펀지처럼 주위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영향이 기초가 되어 그 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주관이 조금씩 형성되고 앞으로 받을 정보와 영향을 선택하는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이후의 성장과 성숙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정보와 영향으로 그 바탕과 기준도 어느 정도 바뀔 수는 있지만, 처음으로 받은 부모, 형제와 가정의 영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옛날에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 부모의 인격과 자란 가정의 분위기를 알아보곤 했는데 지혜로운 방법이었다.
물론 ‘엄마’, ‘맘마’ 등 단어들을 습득하고 사물을 알아보는 인지능력도 얻게 되지만, 어린이가 가정으로부터 받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말, 행동, 태도 등 인격교육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이란 것도 바로 유아기에 형성된 그런 상황에서 갖게 되는 신앙을 뜻한다.
사람의 삶은 물론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한다. 어릴 때 받은 가정교육이 삶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결정해 버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다. 잘못된 가정, 못난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이도 후에 훌륭한 스승, 좋은 책, 제대로 된 친구를 만나서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공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고, 성령의 특별한 역사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람의 인품과 가치관은 가정교육에서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고, 신앙과 세계관도 어렸을 때 가정에서 그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자녀의 신앙교육에는 부모의 모범이 결정적이다. 신앙의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제대로 된 신앙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참다운 신앙교육이 이뤄지려면 부모가 먼저 좋은 신앙을 가져야 하고 그 신앙에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살려고 노력하며 가능한 한 가정을 화평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부모들 자신들에게도 유익한 것은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교육자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야 하므로 다른 직업인들보다 더 도덕적이고 성숙도가 높다. 마찬가지로 절제 없이 편하게 살던 젊은 부부도 자녀를 갖게 되면 책임감을 갖게 되고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자녀에게 좋은 신앙의 유산을 남기는 것만큼 더 큰 자녀 사랑이 없을 것이므로,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먼저 자신들의 신앙을 더 돈독하게 하고 더 경건하게 행동하며 가정을 더 단란하고 평화롭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므로 진정한 자녀 사랑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교회와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 모두에게 복이 될 수 있기 바란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5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