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축구에 진심인 초등생 아들이 운동장을 맘껏 뛰는 모습을 본다. 실컷 놀고 구김살 없이 자랐으면 하는 아량을 베풀다가도, 수학 문제를 모르겠다고 들고 오면 조급한 마음이 생겨 공부 시간과 축구 시간을 비교하며 아이를 닦달하게 된다. 중학생 딸이 미동도 없이 책상에 한참 앉아 있으면,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서 금세 이름을 부르며 뭘 하는지 확인하게 된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 가지 고민이 더 추가된단다. 자녀가 학업에 바빠 예배에 소홀한 것 같으면 신앙이 전수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도 한참 공부해야 할 때 교회 활동에만 몰두하는 모습도 불안하단다. 최근 7세 고시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을 보니 가정에서는 자녀의 나이와 무관하게 입시와 신앙, 이 둘과 반드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아이가 입시와 신앙 둘 다 잘 해내면 좋겠지만, 나도 못했던 것을 요구하는 것이 맞나 싶다.
IB와 2028 대입개편안
최근 미래 교육의 한 영역으로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orea, IB) 교육에 관심이 높다. IB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의 UN 주재원 자녀들의 교육과 대학 입시의 불이익을 해결하기 위해 어느 나라에서 왔더라도 세계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범용적이고 우수한 교육과정과 평가를 말한다. 모든 학문에 통용되는 핵심 개념 중심의 융합 교육과정으로 토론과 글쓰기, 프로젝트 수행으로 이루어진 교육이다. 한국은 외국인 학교 중심으로 도입되다가, 현재 11개 시도교육청에서 도입하여 공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IB 스쿨이 문해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설득과 협상을 해내는 학생을 키워내 세계 유수 대학으로 진학시키기 시작하면서 한국수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IB를 차치하더라도 수능은 AI로부터 더 큰 도전을 받고 있다. ChatGPT가 수능 문제를 단 몇 초 만에 풀고 1~2등급 점수를 받는다. 교육부도 더 이상 5지선다형 문제의 답을 맞추는 것이 미래인재는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는지 고교학점제로 공부하는 고1들의 내신과 수능 평가 방식을 개선하여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개편안의 핵심은 융합 및 통합과 논·서술형 평가의 확대이다.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수학과 문화, 여행 지리, 기후변화와 환경생태와 같은 융합 과목을 이수하고, 세분화되었던 수능 선택과목은 사회탐구, 과학탐구로 통합된다. 고교 교사들은 논·서술형 평가 전문성 향상 연수도 받아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논술형 수능(수능Ⅱ)도 논의하고 있다. 지식의 암기보다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과목 개편과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이번 개편으로 지금까지의 노력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공동체에서 길러지는 능력
교육과 입시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에 그리스도인 교육학자로서 매우 반기는 동시에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도 생각된다. IB도 대입 개편안도 모두 공동체에서 길러지는 능력들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교회는 구역/목장, 셀, 가정예배와 같은 탄탄한 신앙 공동체 문화가 있다. 이곳에서는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꺼내는 일을 한다. 성경 텍스트를 읽고, 묵상하고, 내면을 성찰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공유한다. 공동의 사역 프로젝트를 하려면 설득과 협상도 꾸준히 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배경 덕분에 다방면의 경험적 지성이 공유되고 융합적 접근과 리더십이 길러진다.
가정예배, 입시와 신앙이 훈련되는 장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의 가정예배는 진로 탐색과 입시 준비의 시간이 된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게 하고 독자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열린 텍스트이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 성찰이 저절로 된다. 자녀들이 성경을 읽고 질문, 적용 나눔, 결단을 반복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와 사명을 개인을 넘어 공동체 속에서 서서히 찾아가게 된다.
수년간 매일매일 가정예배를 드리는 권사님의 딸이 미국의 한 대학 진학을 위해 면접에 응시하였다. 딸에게 면접관이 ‘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는 것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한국의 입시에서도 주어진 지문을 읽고 문제해결 과정을 설명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말해야 한다.
세계 어느 대학이든 수험생의 말과 글에서 진정성을 평가한다. 지문의 텍스트를 이해한 후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논리적이면서 진정성 있게 말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성경을 읽고, 내면을 성찰하고 공동체 안에서 적용해 보는 거룩한 훈련이 매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곳은 가정밖에 없다.
AI가 업무의 70~80%를 해내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20~30%의 차별성과 탁월함으로 경쟁해야 한다. AI도 모르고 타인들도 할 수 없는 그것은 어디로부터 올까? 그것은 내 안에 내주하시는 하나님과 나를 초월하여 우주를 다스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그것은 데이터화 되지 않아 AI가 알 수도 없다. 그 진리를 구하되 세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가정예배에서 일어날 때 입시와 신앙은 불편한 동거가 아니라 거룩한 훈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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