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지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져야 할 땅, 그 땅은 멀게는 열방을 향하기도 하지만, 가깝게는 우리가 속한 가장 친밀하고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부터 시작된다. 가정은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뜻이 이뤄져야 할 가장 구체적이며 출발이 되어야 하는 공동체임을 믿는다.
오늘 누군가 내게 내 직업을 묻는다면, 나는 홈스쿨하는 ‘엄마’라 말할 것이다. 그 외에도 현재 노던미시간대학교에서 영문과 석사과정에 재학하고 있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며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 바로 부모라는 역할이다. '엄마'라는 부르심에 집중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오늘날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도 하다. 안정적 재정 확보와 자녀들의 스펙 쌓기를 중시하는 관점에서는, 집에서 '엄마'로 지내며 기독교 세계관 바탕의 홈스쿨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시고, 부르시고, 현재도 나를 이끌어가시는 길임을 믿는다. 내게는 '엄마', '홈스쿨 교사'로 살아가는 이 삶이 십자가를 지고 따라가는 그리스도께서 따라오라고 부르신 좁은 길이자, 내게 허락된 예배와 선교의 자리다.
첫 아이를 출산하며 나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자녀를 기르는 일에 집중했다. 미국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그 삶의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로, 홈스쿨 교사로 살게 된 것은 내 선택이자 시기마다 내 삶의 방향을 이끌어가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성경에서 자녀는 부모에게 주신 하나님의 상급이며, 하나님 없이는 모든 수고가 헛될 뿐임을 말씀하고 있다(시 127:1-5). 또한 성경 곳곳에서는 자녀를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이로 가르치도록 매우 구체적으로 명령하고 있다(신 6:4-9, 잠언 22:6 등). 예수님께서 지상 명령으로 주신 제자 삼으라는 명령도(마 28:19-20) 가정에 있는 자녀에게 예외가 될 수 없는 말씀이다. 구약과 신약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악함을 말씀하시며, 세상의 문화는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부모에게 자녀가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가르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나는 성경 속에 언급된 하나님께서 맡기신 이러한 소명을 따라 자녀를 믿음 안에 기도하며 키우고 싶었다. 첫 아이 출산 당시 양가 부모님이 모두 지방에 멀리 떨어져 사신 것과 이후에 둘째 낳고는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가까이에서 도와줄 사람들이 없는 환경은 세상의 다른 도움이 아닌 오직 하나님만 의뢰하며 자녀를 양육하도록 나를 훈련시켰다. 아이들이 갓난아이 때는 아이를 젖먹이며 기도하고, 찬양하고, 암송 카드로 성경을 암송하고 아이 귀에 들려주며 그렇게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커가며 영유아 때에는 아이를 위한 간단한 성경 손유희나 놀이들을 만들어 함께 하기 시작했고, 기독교 교육 자료들을 활용해서 함께 놀이 속에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가길 소망했다. 자라가면서는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홈스쿨 커리큘럼을 통해 함께 좋은 책들을 골라 같이 읽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각 과목과 지식을 배워가고 있다. 인간이기에 실수할 때도 있고 엉망인 모습일 때도 있기에 그럴 때는 엄하게 야단치고 훈육할 때도 있었다.
어린 시절 아이와 대화 속에 기억이 남는 한순간을 떠올려본다. 자연 속에서 같이 놀다가 아이가 문득 갑자기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 정글의 왕이 누구인지 알아? 사람들은 정글의 왕을 사자라고 말하지만 사실 하나님이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니까.” 그랬던 아이들이 커가면서는 양서로 알려진 고전에서도 나타나는 작은 부분들에 숨겨진 악한 모습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비판적으로 책에 대한 평을 내리기도 한다. 한 여름 방학에는 세 아이가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드러난 노숙인들을 보며 그들을 돕고 싶다고 하며 기도하다가 돌멩이에 그림을 그려서 그것으로 모금을 해서 제법 큰 액수를 모아 노숙인 지원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고, 나라와 세계의 슬픈 소식을 들을 때면 함께 밤에 손잡고 온 가족이 하는 기도 모임 시간에 같이 기도 제목으로 내놓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자라가고 있다.
종종 나는 내가 아이들과 함께 홈스쿨하고 신앙교육을 하는 내용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했는데, 그 자료와 아이디어를 감사하게도 교회 학교와 세계 각국의 선교사님들께서 좋게 봐주시고 교육과 선교 자료로 활용하셨다고 연락을 주신 분들이 있다. 또한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의 기독교 홈스쿨 나눔 내용을 통해 알게 된 세계 각국에 있는 믿음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분들과 함께 기도하는 어머니 모임과 기독교 세계관으로 고전을 읽는 여성 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이끌어 가신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며, 비록 내 삶이 세상의 누군가에게는 경력 단절, 무보수의 가정주부로 전락한 신세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볼 때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시간들이 선교의 최전선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을 지원하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셨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홈스쿨을 한다는 것은 이처럼 가정 안에 믿음의 동역자와 제자를 세우는 길이고, 또한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를 이어간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길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이 자녀들을 올려드리고 맡길 때, 하나님의 이끄심 안에 가능한 일임을 믿는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가 도와주는 재정, 스펙, 지식과 경험으로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며 함께 예배할 때, 하나님께서 그 인성과 미래의 모든 것을 완성시켜 주심을 믿는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이루시리라." 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셨던 말씀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매일 밤 기도한다. "주님, 이 아이들은 주님의 아이들입니다. 제 인생에 잠시 맡겨주신 이 자녀들의 인생을 책임져주십시오. 아이들의 참 하나님, 참 왕, 참 목자가 되셔서 아이들의 분별력과 지혜, 아이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되어주십시오."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더 아름답고 더 뜨겁게 예배하고 기도하며 나아갈 미래를, 이 아이들과 함께 온 땅 구석구석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임하게 하며 주의 영광을 함께 목도할 미래를 꿈꾸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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