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아이들이 6살, 4살 때인 2003년도에 홈스쿨을 시작했다. 20년도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홈스쿨링은 우리 가정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한때, 사사기(2:6-12)에 나오는 3세대 이야기를 읽으면서 커다란 충격과 혼란에 빠졌었다. 호기롭게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택하겠노라고 공언했던 여호수아 세대(1세대), 가나안 정복 전쟁을 치르면서 온갖 하나님의 일하심을 생생하게 체험했던 장로들의 세대(2세대), 안타깝고 의아스럽게도 그 이후로 일어난 세대(3세대)는 하나님을 알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그러면 나와 우리 가정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제 고작 1세대인 우리 부부가 과연 어떻게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신앙을 고스란히 전수해 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신명기(6:4~9) 쉐마의 말씀에서 찾았다. 이것은 집에 있을 때든지, 나가 있을 때든지, 누워있을 때든지, 일어나 있을 때든지,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항상 말씀을 강론하라는 명령이다. 자녀 양육과 교육의 일차적인 책임과 권리와 의무가 국가나 교회, 학원이나 다른 어떤 기관도 아닌 우리 가정과 부모에게 있다는 명령으로 이끄시는 개인적인 깨달음과 부르심이었다. 1년 365일, 1달 30일, 1주일 7일, 하루 24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부모가 본을 보이면서 말씀으로 가르치는 삶의 양식으로 살아가라는 분부였다.
이 말씀은 신약의 선교 지상명령(마 28:18~20, 막 16:15)과 더불어 ‘구약의 지상명령’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는 바로 성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 가운데 하나인 가정교육명령이다. 이런 관점에서, 창세기 1장 28절의 창조명령이나 문화명령도 역시 아담과 하와 부부에게 당부하신 가정명령으로 읽힌다(생육하라, 번성하라, 충만하라, 정복하라, 다스리라/통치하라).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과 가정을 만들면서 꿈꾸고 설계하셨던 이상과 비전은 바로 온 가족이 한 가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며 모든 일상을 함께하면서 믿음과 지혜를 전수하는 ‘원안적인’(God’s Original Design) 삶의 양식이었다.
그 이후로, 조상 요나답의 유언을 따라 대대로 줄기차게 신앙 가문의 전통을 지켜온 레갑 족속 이야기(렘 35장),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마음 회복을 이야기하는 말라기 말씀(말 4장), 신약성경에서 부부 관계, 부모 자녀 관계 등 가정과 관련한 말씀(엡 5장, 6:1~4, 딛 2장, 벧후 1:1~7)을 차례로 묵상하면서, 일관되게 가정 중심, 부모 중심, 말씀 중심의 원안적인 삶의 양식을 회복하라는 성경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삶을 가장 잘 담아내는 삶의 구조는 무엇일까? 유럽의 브루더호프 공동체를 탐방하면서 말씀 그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삶의 모습, 또한 나 자신의 20년 가까운 학교 생활이 그 이후의 실제 삶에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았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성경의 가정명령이나 가정교육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오롯이 살아내기 위해서는 태초부터 시작된 원안 교육으로서 홈스쿨링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단지 아이들을 가정 바깥의 외부 기관에 별생각 없이 맡기는 파트타임 부모가 아니라 모든 시간과 경험을 가정에서 함께 공유하는 풀타임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면 부정적인 의미의 사춘기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이 긍정적인 의미의 사춘기를 온 가족이 함께 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홈스쿨링이라면 대개 Home보다는 Schooling에 중점을 둔다. 그중에서도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모든 학문 영역에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온갖 탐구 활동의 중심에 하나님을 두기보다 기존 공교육 체제나 커리큘럼을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도 많다. 단지 공간만 가정으로 이동했을 뿐 그 내용이나 방향성은 공교육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이 그대로 학교를 따라가면서 대학 진학이 목표라면, ‘창조-타락-구속-완성’이라는 성경적 세계관에 근거한 삶과 교육이 아니라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 그다지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친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지로 제정하신 기관인 가정과 교회를 제쳐두고, 하나님의 허용적 의지에 따라 인간들의 필요와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이 땅에 생겨난 기관들인 국가와 학교에 무작정 의탁하는 삶의 양태는 한 번쯤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원안 교육에 기반하여 신앙 가문을 세워가는 데에 초점을 맞춘, ‘왕립가정공동체’(King’s Family & Community)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가족의 홈스쿨링 개념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에게 홈스쿨링은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즐거운 믿음 여행”이며, “신앙 가문으로 경건한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하나님의 비전”이다. 또한 “우리 자녀 각자의 재능과 적성, 부르심과 은사에 따라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가장 적절한 맞춤식 교육”이다.
이제 아이들이 독립하여 우리 집을 떠나 있어 1단계 홈스쿨을 졸업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신앙 가문을 대대로 이어가는 사명은 세상 끝날까지,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여전히 유효하기에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우리 부부는 지금도 우리 아이들과 매주 1번 이상 자주 소통하며 서로 일상적인 삶과 신앙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믿음의 가문을 세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가정의 홈스쿨링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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