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 아이가 잘 자라는 데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 교육의 장은 학교나 교회만이 아니라 가정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특별히 부모의 삶과 대화를 통한 양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아직 가정에서의 교육의 중요성이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앙과 삶>(5+6월호)은 ‘가정과 신앙교육’을 특집 주제로 정하고, 가정교육의 좋은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이성근 선교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고 혜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인터뷰어: 김샛별(성결대학교 전공설계지원센터 조교수)
일 시: 2025년 3월 14일(금) 오후 5시 30분
장 소: 인천 카페 그레이스
김샛별: 안녕하세요, 선교사님. 만나 뵙게 되어 매우 반갑고 영광입니다. 우선 지금 하시는 사역 포함하여,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성근: 저는 이성근 선교사입니다. 악동뮤지션(AKMU)의 아버지라고 많이 알려져 있고요. 몽골에 선교사로 2008년부터 약 10여 년 정도 사역을 했고, 2018년에는 파송교회와 협의를 통해 비거주 선교사로 전환하였습니다. 지금은 고립 위기에 처한 선교사들을 돕는 단체, <미니스트리 더 함께>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샛별: 고립 위기에 처한 선교사라면, 재정적 지원 등의 연결이 어려운 선교사님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역인가요?
이성근: 맞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후원이 끊긴 채로 선교지에 남아 계신 선교사님들을 찾아내서, 한국교회와 관계를 연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님들이 많은데, 특정 교단이나 선교단체에서 파송된 분들이 아닌 경우, 그리고 심지어 파송교회는 있더라도 후원이 없는 분들이 계셔서, 선교사회 가입이 어렵고 별도의 지원 없이 어렵게 사역하시는 분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역입니다. 코로나 직후에 제가 선교지를 방문했을 때, 하나님이 마음을 주셔서 이러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들 덕에 이제는 부모 교육 강의를 다니는 것이 저의 주 사역 중 하나가 된 것 같습니다. 이게 참, 하나님이 우리를 어디로 인도해 가실지 모릅니다. (웃음)
김샛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최근엔 부모 교육에 대한 강연을 많이 다니신다고 하셨는데, 저도 사실 선교사님이 이전에 인터뷰하신 내용들을 읽으면서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근: 제가 직접 그런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다 보니 자녀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단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실패담이지만, 아이들을 그렇게 대한 경우가 많았고 찬혁이의 어렸을 때 모습을 보면서도 제 어릴 때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다 ‘안다’는 생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어떤 계기에 제가 이러한 제 모습을 회개하고, 아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 그 전에 없던 ‘호기심’이 생기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아이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대신, 더 알아가려고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기다리는 거죠. 그렇게 관점과 태도가 바뀌니까 아이들과의 대화가 달라지더라고요. 그제서야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실제로 몰랐던 아이 모습이 많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녀와 자녀 말을 존중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아이가 부모의 선생이 될 때가 많습니다. 어제도 우리 네 식구가 한 달에 한 번 드리는 가정예배 시간을 가졌는데요. 예배 전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수현이가 이전부터 사용하던 정수기에 어떤 이유인지 고장이 나서, 수리 부탁을 여러 차례 했는데 매번 잘 고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 해지는 미루고, 우선 다른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아이들이 이사하게 되었는데 계약 해지가 필요해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해지 과정에서 위약금이 상당 금액 발생했어요. 우리는 수리 부탁을 미리 여러 차례 했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데 고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지요. 그 과정에서 제가 평소보다 조금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가정예배를 드리는데 공교롭게, 내용이 성령의 열매, 즉 하나님의 성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말씀 나눔을 하는데, 찬혁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야 하고, 하나님을 드러내야 하는데 아빠가 예배 전에 한 행동은 물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상담원 입장에서는 본인이 직접 해결할 수도 없는 내용인데 진상 고객의 불만만 듣고 기분 안좋은 하루가 되게 한 행동이었을 수 있다고요. 우리가 한 영혼을 정말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명치를 아주 세게 맞은 듯, 매우 아팠습니다. 저는 바로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핸드폰 AI 기능으로 어제 통화한 상담원 이름이 통화 요약으로 남아있길래, 다시 전화를 걸어 그 분을 바꿔 달라서 해서, 정중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제 아들이 제 선생 역할을 한 셈입니다. 이제 아이들이 아빠인 저를 가르칩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 것이죠.
김샛별: 그것이 가능해진 것은 서로의 변화 때문일 것 같습니다. 자녀도 아버지를 연약한 인격체로서 바라보면서도 성경에 대한 가치관을 유지하고, 아버지 또한 자녀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존중하며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 아닐까요? 이런 대화가 가정예배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귀감이 됩니다.
이성근: 우리 아이들은 가정예배가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아요. 제가 가정예배 전과 후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가정예배에서 기도한 것들이나 나눈 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서로의 연합의 장이 되는 걸 느끼거든요. 예전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제가 좀 서운한 마음이 든 적이 있어, 하루는 좀 일찍 잠을 청했는데, 찬혁이가 와서 다음 날 “아빠, 내일 아침에 우리 가정예배할까요? 일찍 예배하고 나서 우리 움직여요.”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우리 집안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가정예배를 통해 풀어지는 것들을 경험합니다.
김샛별: 제가 갖고 있던 가정예배에 대한 기능과 의미가 실현되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혹시 일반적으로 우리가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 가정예배가 다른 부분이 있을까요?
이성근: 저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 또한 성령님의 감동하심에 따라, 듣는 이의 필요에 맞게 깨우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가정예배는 가족 구성원들의 필요에 훨씬 더 잘 맞춰서 예배가 드려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권면하는 것도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더 이상 설득이 안되고 한계가 있는데, 가정예배를 통해 자녀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충돌하던 의견들이 조정되는 것들을 경험합니다.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고 예배하는 과정에서 주님이 우리 각자의 생각을 교정하시고 마음을 만지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마음이 조율되고 하나되는 걸 느낍니다. 몽골에 있을 때는 매일 이 시간을 사수하며 지켰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약속해서, 꼭 지키고 있습니다.
김샛별: 가정예배가 가족의 연합과 화평의 구심점이 되는 것 같네요. 중요한 신앙교육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도 그리스도인 부모로서, 자녀를 키울 때 참고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들을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유념할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성근: 주변에서 모성애의 일환으로 자녀에게 많은 교육을 제공하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는 오히려 재정적인 어려움 가운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었고, 홈스쿨링을 하다, 1년의 방학을 불가피하게 가졌던 시간이 있었는데요.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만 같은 시간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주님이 일하고 계셨고, 여기까지 오는 데에 그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하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형편의 문제나 가족의 문제라고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제 내면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는 겁니다. 회개하고,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니까 그간에 힘든 것들이 역전되고, 손바닥 뒤집듯 지옥이 천국이 되더군요. 지옥은 다른 게 아니라 우리가 가장 가까워져야 할 대상, 우리가 가장 사랑해야 할 대상인 하나님과 멀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걸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하나님을 가까이하되,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법에 대해서요.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이 무언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하나님이 모든 자녀들에게 각자의 재능과 은사를 허락하셔서, 이 사람을 통해 하시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모든 지혜의 씨앗들을 이미 심어 두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말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이상, 우리에겐 이미 받은 선물,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게 될 씨앗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것 자체에는 관심이 많이 없고, 믿는 부모들도 믿지 않는 부모들처럼 똑같이 학원 보내고 좋은 학교 보내는 게 교육의 목표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저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해야 하니까 예배를 빠지라고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것은 엄연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샛별: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성공과 행복,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게 자신의 경험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때로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을 가리게 될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이성근: 부모가 살아온 삶에 비추어 자녀의 미래를 단정하기 시작하면, 자녀가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지혜를 탐구할 만한 기회를 갖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부모가 자신의 믿음, 방식도 내려놓아야 할 수 있지요. 그러면서, 또 느끼는 것은 저희가 재정적 어려움과 홈스쿨링에 대한 막연함으로 1년간 불가피하게 방학을 가졌는데, 그 시간마저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의 연약함과 어쩔 수 없는 상황마저도 주님이 아이들의 재능이 드러나게 하는 데 사용하셨다는 겁니다. 내가 모든 걸 의도하면서 진행한 게 아니고, 계획한 게 아닌데 돌아보니 하나님의 커리큘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몽골에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우리가 홈스쿨링을 하지 않았다면, 그때 어려움 없이 아이들이 몽골에서 학교에 바로 다닐 수 있었다면, 이렇게 클 수 있었을까?”란 의문이 드는 거죠.
김샛별: 가정에 일어나는 일, 일어나지 않는 일 모두를 하나님이 사용하시어 자녀의 삶을 선하게 인도하고 설계해가신다는 것을 부모로서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이성근: 맞습니다. 자녀에 대해 하나님을 신뢰하고, 자녀의 삶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 것은 끊임없는 훈련인 것 같습니다. K-pop 시즌에서 아이들이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결승까지 올라갔을 때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축하해주는데, 이 아이들이 부모 품을 이렇게 오래 떠나 있던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당시에 저 바벨론과 같고 마귀의 소굴처럼 느껴지고 두려웠던 연예계에 아이들이 입문하는 게 괜찮을까? 누군가가 우리 아이들을 해치지는 않을까? 여러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죠. 하나님께 아이들을 맡겼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겁니다. 이렇게 끊임없는 과정이란 겁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몽골에 돌아와서 들려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디션 무대 올라가기 전에 찬혁이, 수현이가 만나 서로 기도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그 안에서 기도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답니다. 제가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었더군요. 아이들도 이 시기, 부모를 떠나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던 겁니다. 내 아이를 내가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는데, 하나님이 오히려 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5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