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Doing이 아닌 Being을 알려주는 <부모학교>
<부모학교> / 게리 토마스 / CUP / 2007.
2007년 초판을 시작으로 21쇄까지 발간한 <부모학교>(CUP, 2021)는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영적 시각을 열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양육’(parenting)의 방법론보다는 ‘부모됨’(parenthood)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부모로서 해야 하는 것(doing)들이 가득한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부모됨(parenthood-the state of being a parent), 즉 부모라는 존재(being)에 집중하며 부모가 되는 것과 관련된 책임과 역할만이 아닌 거기에 수반되는 모든 경험과 감정까지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인 복음주의 사역자로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동행의 기쁨을 누리는 게리 토마스는 탁월한 영적 통찰력과 세 자녀를 기른 실제적인 경험을 진솔하게 나누며 자녀 양육이 부모의 영혼을 빚고 부모 안에 그리스도의 성품을 이루어가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임을 깨닫게 해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새음학교는 매년 신·편입생 부모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나눔을 하는 것으로 첫 만남을 연다. 많은 자녀 교육 도서가 있지만 15년 동안 이 책을 부모 교육의 토대로 삼은 이유가 있다. 첫째, 자녀 양육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일으켜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이나 강의는 어떤 아이로 길러야 하며 그것을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우리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신 하늘 아버지의 깊은 뜻(마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하나님 앞에서는 부모도 아이도 다 그분의 자녀들이다. 그리고 둘 다 영적으로 자라기를 원하신다. 특히 하나님은 그분의 소중한 자녀를 죄인 된 부모에게 맡기시는 모험을 감행하실 정도로 부모의 성장을 애타게 열망하신다. 구원을 받았으면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우리에게 ‘부모’라는 교복을 입혀주셔서 영성 훈련의 명문 학교로 입학시켜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리 부부는 자녀 양육법을 가르치는 여러 책과 세미나에서 큰 유익을 얻었지만, 자녀들이 우리를 빚어왔다는 사실도 점차 깨닫게 되었다. 자녀 양육은 양방 통행로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에게 희생하는 법(12장)과 죄책감의 처리법(3장)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에게 경청의 기술을 터득하게 했고, 우리로 무릎 꿇고 기도하게 만들었다.(4장) (중략) 그리고 우리보다 크신 분께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부족함과 필요를 절감하게 해주었다. 영성 훈련에서 내가 아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일 중 하나는 자녀 양육의 경험이다.”(20쪽)
둘째, 이 책은 부모로서 양육의 과정에서 갖게 되는 부정적 감정도 하늘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로서 가장 많이 싸우게 되는 감정이 죄책감과 분노일 것이다. 자녀를 기르지 않았다면 눈치챌 수 없었던 우리 안의 악마와 수시로 마주하게 된다. 또한 사탄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부모의 마음을 ‘낙심’으로 이끈다. 하지만 저자는 타락한 부모가 죄인인 자식을 기르도록 부름받은 상황에서 죄책감은 기정사실이며 우리 중에 완벽한 어머니나 아버지는 아무도 없다고 위로한다. 오히려 죄책감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부모가 자식들에게 하나님이 될 수는 없지만 부모 역시 하나님이 필요함을 본보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죄책감을 계기로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고 그 부족함 때문에 하나님의 용서를, 능력 주시는 성령을, 은혜의 공급을 바라본다면, 죄책감은 영적인 세차장이 된다. 세차장은 진을 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씻으러 가는 곳이다! 세차장 안으로 들어간 차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되어 반대편으로 나온다.”(69쪽)
끝으로 이 책은 자녀 양육의 최종 목표가 ‘떠나보내기’임을 알려준다. 자녀가 아기일 때는 전적으로 부모를 의지하고 부모인 우리도 먹는 것, 입는 것 등 자녀의 모든 환경을 통제하지만 자녀 양육은 고삐를 쥔 우리 손에서 서서히 힘을 빼는 긴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자녀를 어디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까? 부모로부터의 독립적 존재가 되는 것뿐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하나님 앞에 단독으로 서서 대답할 그날을 준비시켜 주님께 떠나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본을 통한 ‘영향력’이고, 하나님이 그분의 아이를 세상에 홀로 던져두시지 않음을 믿는 ‘절대 신뢰’가 자라야 한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다. 제자들이 ‘충분히 준비된’ 상태가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의 가르침을 성령께서 확증해 주실 것을 믿으며 그들을 떠나보내고 십자가로 가셨듯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부모도 자녀들에게 가르친 영적 진리들을 성령께서 생각나게 해주실 것을 믿고 주님께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녀 양육이 신성한 소명임을 말하며 마무리한다. 이 말이 첫 장에 나왔다면 참 부담스러운 책임처럼 들렸을 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하나님 앞에서의 ‘부모됨’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정체성 형성이 역할 수행보다 우선되듯 나를 창조하시고 구속하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부모됨’의 정체성을 알 때, 부모다운 생각과 그에 맞는 행동이 나올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자유함과 기쁨으로 바뀌는 은혜를 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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