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한 50년의 궤적을 그리다
<한국 기독교 세계관 READER> / 전성민 / IVP / 2025
여기 <신앙과 삶>의 독자들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회원들에게 딱 맞는 자료가 출간되었다. 올해 2월 말 IVP가 펴낸 <한국 기독교 세계관 READER: 기억과 모색>(이하 <한기세리>)이 바로 그 책자이다.
<한기세리>가 동역회 회원들에게 딱 맞는 자료라고 할 때, 그것은 비단 이 책자가 동역회의 중심 인물들(손봉호, 양승훈, 신국원)과 인맥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는 <한기세리>가 동역회의 활동이나 운영의 이론적·사상적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자는 동역회 회원들을 염두에 두고 기획·집필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 되었다.
<한기세리>는 여느 기독교 세계관 관련서와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구별이 된다. 첫째, 이 책은 무엇보다도 먼저 READER(독본)이다. 독본의 성격이 그렇듯, 여기에는 기독교 세계관과 관련한 중요한 글들(30명이 기술한 70여 편)이 거의 총망라되다시피 했다. 둘째, <한기세리>의 구성 내용은 대체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배열되었다. 이 책을 순서에 따라 읽어가노라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약 50년(1973년∼2024년) 동안의 변화나 발전을 감지하게 된다. 셋째, 긴 세월에 걸친 여러 저자의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자의 총괄하에 질서와 통일성이 유지되고 있다. <한기세리>는 여러 인물들의 글이 무작위적으로 모아진 것이 아니고 편자의 일관성 있는 관점을 좇아 체계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방금 언급한 세 번째 특징은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한기세리>의 편저자는 전성민 교수이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기독교세계관대학원’의 교수이자 원장이다. 그가 관여하고 있는 학교의 이름에 ‘기독교 세계관’이 있어서 뿐만이 아니고, 오늘날 우리가 구현하고 가르치고 살아내야 할 ‘기독교 세계관’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지대한 관심이 그로 하여금 이 READER의 기획·구성·편집을 감행하게 했다. 그가 제공한 해설과 논평 덕분에, <한기세리>에 실린 작품 하나하나가 각각의 위상을 찾고 일관성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 엮이게 되었다.
<한기세리>는 5부작이다. 1부 ‘시작을 선언하다’에서 기독교 세계관과 직접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기 간행물들의 발간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정기 간행물들은 <기독교대학>, <새로운 지성>, <통합 연구>, <복음과 상황>, <신앙과 학문>이다. 2부 ‘토대를 마련하다’에서는 한국 교회 내에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개념이나 사상이 배태될 때부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라는 용어가 회자될 수 있도록 이론적이고 활동적인 기반이 수립될 때까지의 글들을 선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973년부터 1999년 사이 기간이다.
3부 ‘논쟁이 펼쳐지다’에서는 그 유명한 2002년의 ‘기독교 세계관 논쟁’(이른바 ‘기세 논쟁’)을 다룬다. 이때 <복음과 상황>의 지면을 통해 기존 기독교 세계관의 존속이나 보존을 옹호하는 일종의 수구론자들과 기독교 세계관의 전폭적 수정이나 폐기를 요구하는 혁신론자들 사이에, 커다란 쟁의가 촉발되었다.
일반 교계에서는 이 격돌의 사태를 잘 알지 못한다. 우선은 기독교 세계관이 주로 교육계 종사자들(교수, 교사 계층)과 젊은이들 사이에 편만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목회자를 제외하고는, 교회 성장이나 제자 훈련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복음과 상황> 역시 주 독자층이 목회자가 아니었다. 소수의 목회자들이 구독을 했지만, 대다수 독자들은 젊은이들과 의식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 그러니 이 심각한 공방전이 안중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구론자든 혁신론자든 기독교 세계관에 깊이 몰입되어 있었거나 기독교 세계관이 기독교 신앙의 거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기세 논쟁’은 신앙의 의미와 보람을 기초부터 건드리는 전대미문의 소용돌이요 사역과 활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전의 현장이었다. 그것은 논쟁에 직접 참여하여 예봉을 휘둘렀던 이들뿐만 아니라 가까이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던 관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23년이나 지나 망각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듯 여겨졌던 예전의 뜨거운 글들이 고스란히 살아나 <한기세리>의 3부를 장식하고 있다. 20년도 더 지난 때였지만 이미 그 당시에 기독교 세계관의 핵심과 본질, 성격과 표현, 타당성과 유용성 등이 논의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이 이슈들의 꽤 많은 부분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방향을 모색하다’로 명명된 4부에는 2002년 ‘기세 논쟁’ 이후부터 2010년대까지의 저작물이 수록되어 있다. ‘기세 논쟁’의 여파가 워낙 거세었던 탓이겠지만, 집필의 시기가 2010년 이전의 글일수록 논조가 ‘기세 논쟁’을 뚜렷이 의식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2010년으로부터 먼 시기의 저술들은 ‘기세 논쟁’과 상관없이 글의 내용을 개진하고 있다.
마지막 5부인 ‘미래를 바라보다’는 말 그대로 기독교 세계관의 미래에 대한 방향의 정립이나 모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수록했다. 편저자가 크게 신경 쓰는 것은, ‘기독교 세계관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 ‘한국의 복음주의와 기독교 세계관의 관계’, ‘세계관 및 기독교 세계관 개념 자체의 유효성 문제’이다. 이런 주제를 무시하든지 도외시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의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보자면, 2010년 후반부터 2024년 사이의 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기세리>로 말미암아 우리는 한국 내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한 50년의 궤적을 그려 볼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이제는 한국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살피든지 묘사하든지 논하고자 하는 그 어떤 이도, 이 문서 자료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어떻게 동역회 회원들에게 <한기세리>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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