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댈러스침례대학교(DBU) 철학과 교수였던 노글(David K. Naugle, 1952-2021)은 텍사스에서 태어났고, 텍사스에서 공부했고, 텍사스에 있는 대학에 근무하다가 텍사스에서 별세했다. 한 마디로 그는 텍사스인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미국 남부를 휘감고 있었던 세대주의적 신학 속에서 성장하였다. 실제로 그가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았던 달라스신학교(DTS, Dallas Theological Seminary)는 탈봇신학교, 그레이스신학교, 무디신학교, 리버티신학교와 더불어 미국 세대주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달라스신학교의 공동설립자이자 1대 총장 채퍼(L.S. Chafer)와 2대 총장 왈보르드(J. Walvoord)는 둘 다 유명한 세대주의 신학자였다.
달라스신학교에서 공부했던 노글이 어떻게 세대주의와는 거의 대각선 반대쪽에 있는 기독교 세계관 분야, 즉 개혁주의 신학자가 되었을까? 그가 개혁주의자로 변화된 구체적 과정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자는 그가 달라스신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논문이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는 1987년, 달라스신학교에 ‘C.H. Dodd의 실현된 종말론에 대한 신학적 분석 및 평가’라는 제목의 학위논문을 제출하였다. 영국 신약학자 도드의 ‘실현된 종말론’의 관점에서는 예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언급한 것은 미래 종말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실재성을 의미한다고 본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미래적인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행동에서 ‘이미’(already)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현된 종말론’은 예수님의 사역과 성도들의 현재적인 삶에 깊이와 의미를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노글로 하여금 기독교 세계관을 수용할 준비를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흥미롭게도 노글은 이력서에서 자신의 학위논문(Th.D.)을 소개한 후에 이어 “참고: 나는 더 이상 달라스신학교 세대주의자가 아니며 개혁주의적 언약 신학을 받아들인다.”라고 고백했다. 이는 그가 개혁주의의 한 분파이자 20세기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모체인 신칼뱅주의를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의 카이퍼가 시작한 신칼뱅주의 운동은 20세기 후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직접적인 모태가 되었다. 신칼뱅주의에서 사용하는 ‘창조-타락-구속’, 삶의 모든 영역에 대한 구속, 문화명령, 영역 주권, 구조와 방향, 이원론 거부, 이론적 사유의 종교적 중립성 거부 등은 지금도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글은 사람들에게 기독교 세계관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흥미롭게도 그는 기독교 세계관 분야에서 많은 저술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가 쓴 책들 중에 세계관과 관련된 책들은 세 사람이 공저한 <기독교 세계관 입문>을 포함하여 <지식, 세계관 및 교육>,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역작은 노글이 1998년 텍사스 대학교(U.T. - Arlington)에 제출한 학위논문(Ph.D)에 기초한 <세계관>이었다. 본서에서 그는 철학, 신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관이란 용어의 철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중심은 역시 철학이었다. 11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거의 절반 정도가 철학사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본서는 근대 철학사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읽는 것이 쉽지 않다. 필자가 보기에 본서는 세계관이란 개념의 역사를 정리한 가장 방대한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본서는 2003년 <Christianity Today>에서 신학 및 윤리 부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세계관>은 2002년에 미국 어드만에서 처음 출간되었지만 한국어판은 2018년에 CUP에서 출간되었다. 원서와 번역서의 출간 시기가 상당한 간격이 있다. 이는 웨슬리 선교사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오랫동안 본서의 번역을 격려했지만,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 얼마나 많은 독자가 있을까 하는 부담과 더불어 번역판 기준으로 708면이나 되었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쉽게 번역을 결정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전체 책을 읽을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필자가 번역서를 감수하면서 썼던 글(<세계관>, 23-28면)이 다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에 재직하면서 오랫동안 ‘세계관의 철학적 기초’ 과목의 주교재로 <세계관>을 사용했다. 그러다가 2016년 봄학기에 노글 교수를 그 과목의 강사로 초청했다. 본인도 기쁘게 승낙했고 일정도 확정되었기 때문에 외부에 광고해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강의 개설하기 불과 3개월 전쯤, 그로부터 갑작스럽게 건강상의 문제로 강의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랫동안 접촉해서 어렵게 강의 일정을 잡았는데 아쉽게도 모실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노글 교수의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모실 수 있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는 2021년에 별세하였다.
노글은 학술 활동 외에도 매우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많은 국내외 초청 강연과 더불어 달라스침례대학교의 철학과 학과장을 비롯하여 동대학 교수들의 세계관 훈련 프로그램을 지휘하였다. 또한 친구들은 그가 매우 가정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달라스침례대학교 교무부처장인 디미와 결혼했고, 친자녀는 없이 입양한 딸 코트니만 있었으나 가정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한 그는 골프광이자 탁월한 정원사, 거의 프로에 가까운 기타 및 드럼 연주자였으며, 보기 드물게 젓가락 사용을 즐기는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세계관의 사람이었다. 그의 열정은 그가 자기 애완견의 이름을 ‘카이퍼’라고 지은 데서도 나타난다. 카이퍼가 살아있었다면 이를 기뻐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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