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최근 한국 사회는 다양한 원인과 배경에 따라 발생한 세대갈등, 젠더갈등, 이념갈등, 계층갈등, 빈부갈등, 지역갈등 등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어 있고, 국민 다수가 그 상황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어떠한 역할과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리와 점검도 요청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호 ‘사람 사이’는 오랫동안 복음주의 신앙의 정체성 위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과 공적 신앙의 가치를 강조해 오신 김형국 목사님(‘하나복’ 대표, 전 나들목교회 대표 목사)과 함께 상황을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혜안을 얻고자 한다]
인터뷰어 : 석종준(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일 시 : 2025년 5월 21일(수), 오후 4시.
장 소 : ‘하나복’ 사무실(서울 세종대로 12길 12 7층)
석종준 : 목사님께서는 2001년 안디옥 교회를 지향하는 나들목교회를 설립하신 이래 현재 ‘하나복’(하나님나라 복음 DNA 네트워크)까지 설립하셔서, 하나님나라 복음을 기초로 자기 중심성을 극복한 그리스도인과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힘써 오셨습니다. 그동안 가장 큰 보람과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요?
김형국 : 가장 큰 보람은 하나님을 모르던 분들이 복음을 받아들여 예수님의 제자로 자라가고, 그들이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실제로 세워 세상 속에서 변혁적 역할을 감당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반면 가장 큰 어려움은 회심 사역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심의 핵심은 자기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면서 복음 전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교회 안에는 기존 신자나 기독교 가정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예수 믿고 인생이 달라졌다”라는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진 현실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진실한 회심이 사라지고, 종교적인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염려되는 부분이지요.
석종준 : 목사님은 교회의 공적 사명에 대해서도 평소에 강조해 오셨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 여러 영역에서의 갈등상황을 바라보시며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이슈는 무엇인가요?
김형국 : 저는 우선 한국 사회의 갈등 상황에 전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교회가 마음에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사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갈등 속에서 평화를 이루도록 부르심을 받았지만, 현재 한국교회는 사회적인 갈등은 차치하고 교회 내에서 연약한 사람들의 상처조차 제대로 감싸고 주지 못한 채, 분쟁에 빠져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과연 한국교회가 공적 사명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저를 가장 아프게 합니다.
석종준 :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우리 사회의 갈등들에 대하여 취해야 할 기본적인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김형국 : 우선순위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갈등을 풀어낼 역량을 스스로 키우는 것입니다. 서로를 사랑하며 그 사랑이 갈등을 넘어설 수 있음을 몸소 경험하지 못한 채 세상에 나가 ‘화해하라’고 말한다면 ‘너부터 하라’는 반응을 듣게 됩니다. 하나님나라 복음을 받아들였다면 교회 내부의 갈등부터 진지하게 해결하려 힘써야 합니다. 사회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들도 교회 내부의 갈등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서조차 평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갈등을 봉합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석종준 : 목사님은 개인적으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사회갈등에 대하여 그동안 어떠한 입장을 취해왔고, 그러한 입장의 한계와 책임은 어떤 것이 있었다고 보십니까?
김형국 : 첫째,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라는, 즉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이원론적 사고가 여전히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세상 한복판에서 하나님나라를 살아내라고 부릅니다. 둘째, 극우적 시각을 가진 이들은 기독교 신앙과 반공·친미 이념을 동일시합니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왜곡되어서, 교회를 특정 정치세력에 이용되게 만들었고, 이런 사고가 보수주의적이 교회에 광범위해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입니다. 셋째,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하나님 나라 복음보다 ‘정의감’만을 앞세워 활동해서 실제로는 시민단체에 가깝습니다. 그분들의 역할도 일정량 긍정적으로 평가해야겠지만, 하나님나라 복음이 갖는 사회적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살아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종준 :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 갈등문제에 대해 침묵하거나 편향된 입장을 취할 때 생기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김형국 : 교회가 침묵하거나 편향될 때 내부적으로는 신앙이 왜곡되고, 그 왜곡된 신앙을 따르는 사람도 왜곡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예배당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 한복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회 현안과 사회적 갈등에 무지하거나 편향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이런 왜곡과 편향성을 보고 불신자들은 교회를 멀리하게 됩니다. 교회는 주님이 명하신 ‘화평케 하는 사명’에 정면으로 반하게 되고, 오히려 사회의 분열과 적대감만 증폭시킵니다.
석종준 : 목사님은 최근 ‘극우화를 경계하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드리는 글’(시국선언문)을 발표하셨고,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님을 따르는 ‘주파’이다”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김형국 : 한국교회는 일단 시민적 역량을 더 키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본래 시민적 역량은 기독교적 가치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그들과 나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배워나가는 게 기독교의 덕목이고 이것이 시민 사회가 형성될 수 있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교회는 시민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 결과 교회 내에서건, 밖에서건 다른 사람 얘기 듣지 않고 무시하고 가짜 뉴스를 퍼 나르기도 합니다. ‘주파’ 그리스도인은 먼저 사랑과 경청,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를 세워야 합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심을 배우고, 각 분야의 현실을 공부해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런 기반 위에서 이슈를 다루고 행동할 때 교회는 왜곡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석종준 :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의 양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38개국 중 최하위 권입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을 따르는 ‘주파’ 입장에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형국 : 첫 번째, 교회는 공동체 내부의 경제적 약자를 돌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육·의료·주거 등 기본 필요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이가 공동체 안에 없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이런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 교회는 일요일 예배 집단일 뿐입니다. 두 번째, 교회 재정의 일부를 공동체 밖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 섬김이 필요합니다. 복지 정책이 발전해서 정부가 가난한 이웃을 돕는다고 하지만, 차상위 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찾아 섬기는 것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입니다. 이럴 때 세 번째 영역에도 교회가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입이다. 즉,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부자 중심으로 설계된 세법을 경제적 약자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개선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과 같은 것입니다. 끝으로, 거둬들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정부에 책임을 묻는 시민적 역할까지 확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단계는 ‘내부 돌봄’이 제대로 서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석종준 : 한국 사회의 갈등 논제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갈등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바람직한 입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형국 : 그리스도인이 차별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개별 법령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보완·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세심함입니다. 이것은 매우 세심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현대의 분화한 성과 관련된 개념(성적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걸맞는 대응을 해야 하지만, 성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부분은 신학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성 소수자의 시민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지켜온 성 개념이 무너지도록 입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요약하면 저는 기존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보완, 강화하는 방향에 찬성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려되는 부분이 충분히 보완될 때에 한해 조건부로 찬성합니다. 더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석종준 : 한국교회는 현재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교회는 안 나가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급증했습니다. 특별히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들도 사회적 갈등 상황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형국 : 첫째, 청년들은 교회 안의 비합리적·폭력적·권위주의적 문화에 실망해 떠납니다. 교회가 삶에 의미를 주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보여주니 자연히 마음이 멀어집니다. 둘째, 사회 갈등 현안에 교회가 침묵하거나 편향된 목소리만 낼 때 젊은 세대는 실망합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말로만 하나님나라를 외치지 말고 공동체 안에서부터 그 복음을 삶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말이 아니라 ‘살아내는 모습’을 보고 따라옵니다. 어른들이 먼저 본을 보이고, 청년들과 함께 사회적 이슈를 공부하고 기도하며 행동할 기회를 만든다면 청년들이 교회를 떠날 이유가 없겠지요.
석종준 :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 또는 한국 교회가 어떤 책임과 섬김을 감당해야 하는지, 극복을 위한 가장 시급한 행동과 내용은 어떤 것이 가능할까요?
김형국 :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성경을 ‘세상과 연결된 텍스트’로 읽는 훈련입니다. 한국교회는 성경을 열심히 읽지만, 사회‧역사적 맥락과 분리된 채 개인적 위로에만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은 정치‧경제‧문화가 얽힌 현실 속에서 기록됐고, 우리 역시 같은 맥락 속에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시대적 컨텍스트 안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도록 돕는 설교와 교육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합니다.
석종준 :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시대를 사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형국 : ‘3포‧5포‧7포 세대’ 같은 낙인에 휘둘리지 말기를 바랍니다. 어느 시대든 청년은 희생양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징용과 위안부, 전쟁에서는 총알받이, 산업화 때는 장시간 노동, 민주화 과정에서는 고문과 희생, IMF 때는 실업의 고통을 떠안았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 청년들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하나님을 찾고 비전을 품어 창조적 소수로 역사를 이끌었습니다. 시대를 탓하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뜻을 세우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 나서길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회의 지도자들을 탓하고 교회를 등지기보다는 예수께서 가르치시고 초대교회가 따랐던 하나님나라 복음에 천착하여, 청년의 시기부터 교회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공부하고 기도하여서, 결국 현재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 않아, 청년들도 교회와 사회의 주역, 그리고 어른이 될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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