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고등학교 생활을 지나며 믿음이 자랐다. 죄인 된 나의 모습에 깊게 낙심하던 때를 지나 하나님의 은혜를 더 크게 묵상하게 하셨고, 저의 눈을 들어 세상의 아픔을 보게 하셨다. 전도에 대해 고민하며 “믿음은 무엇으로부터 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말씀과 좋은 신앙 서적 그리고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는 친구들의 나눔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 문제에 참여해야 해.”
“선교하고 전도해야지.”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해.”
그러면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나는 하루도 거룩하게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인데요..…” 너무나 쉽게 중심을 잃고, 자주 넘어지고, 연약한 나 자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선교와 섬김의 자리로 부르셨다. 그리고 그 부르심 안에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하나님은 ‘충분히 괜찮기 때문에’ 나를 쓰시는 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들어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이 깨달음은 자연스레 이러한 기도로 이어진다.
“주님, 저는 사랑이 너무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사랑 자체이십니다.”
이 글은 이러한 기도의 연장이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분열과 혼란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다시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고백을 나눈다.
우리는 지금,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의’, ‘자유’, ‘차별’, ‘소수자’, ‘동성애’ 같은 단어들은 더 이상 단어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 말을 꺼낸 사람이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언어는 더 이상 대화의 다리가 아니라, 단절의 벽이 되었다. 많은 갈등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설명하는 말의 한계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복잡한 현실을 명확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생긴 언어는 구호가 되고, 표어가 되고, 프레임이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진짜 사람과 고통, 맥락은 너무 쉽게 지워진다.
물론, 이 시대에는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말들이 존재한다. 선동과 공격의 도구로 말이 사용되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는 언어도 많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이 모든 담론에서 자신의 입을 닫고 있는 현실을 목격한다.
“정치 얘기 꺼내기 싫어요. 그냥 피곤해요.”
“괜히 말 꺼냈다간 오해받고 관계 끊겨요.”
“말해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상처만 남아요.”
청년들은 이제 말과 설득, 정답 맞히기 경쟁에 지쳐 있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 침묵하고, 갈등의 현장에서 스스로를 지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이 지친 것은 단순한 '분열' 때문이 아니다. 사랑 없는 대화의 구조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더 정확한 말? 더 설득력 있는 논리? 아니다. 우리는 정답보다 사람을 회복해야 한다. 사상보다 고통받는 얼굴을, 구호보다 삶 그 자체를 만나야 한다.
“진리는 누군가의 상처에 가닿을 때 살아납니다. 말보다 먼저 행동하고, 논쟁보다 먼저 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논쟁의 승리가 아니다. 진심 어린 공감, 조용한 경청, 그리고 함께 아파하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내가 애써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랑은 하나님으로부터 흘러오는 선물이다. ‘나’는 다만,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될 뿐이다.
이 글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묻는 글이다. 말과 설득, 올바름에 지친 한 영혼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으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혹시 우리가 사랑 없는 내 모습에 자책하고, 더 나은 말을 하지 못했다고 낙심할 때에도, 주님께서 우리의 눈을 들어 그분의 사랑을 바라보게 하시고, ‘사회 문제와 갈등’이라는 말을 넘어, 고통받는 이의 얼굴을 보게 하시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주님은 사랑 그 자체이시다. 그 사랑으로 오늘, 내 앞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다시 사랑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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