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이른바 모태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교회 안에서 자라왔다. 대학 시절에는 기독교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노력하며 막연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졸업 후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지난 6년간 입법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갈등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일을 잠시 쉬며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보람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고,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을 위한 법안을 직접 기획하고 작업에 참여했을 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정치의 현실적 한계 앞에서 좌절감도 맛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사회의 단면을 매일같이 목격하면서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들었다. 사회적 갈등은 나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뿌리 깊었다. 법안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었고, 각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나름의 논리와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 갈등이 얼마나 필연적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같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성경을 읽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또 다른 이들은 공동체와 질서를 우선시하는 등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논쟁이나 오해, 심지어 상처까지 생기기도 했다.
중요한 건 갈등의 유무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끼리도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를 ‘불신’이나 ‘적대’가 아니라 ‘이해’와 ‘관용’으로 좁혀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라 생각한다. 심한 갈등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신념이 더욱 굳어졌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함께 대화하며 좁혀나가고, 같은 생각은 빠르게 협력해 이 나라의 평화와 자유, 회복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공의와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소명은 늘 나를 움직였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의견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럴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안식년 기간에 그간 바쁘게 살아오며 미뤄뒀던 질문들, “나는 왜 이 일을 하며 사는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를 깊이 묵상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의 시대 속에서 인간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기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 기술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더 잘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다.
앞으로 나는 다시 사회에 나가 일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의 소망은 작은 희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완전한 희년 사회는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지금 여기서도 그 가치를 조금씩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경제적 회복만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 인간다움의 회복이 이뤄지는 사회.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약자는 속박에서, 강자는 탐욕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며,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이었다고 믿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로 차이를 좁혀나가고, 같은 마음을 품은 이들이 빠르게 협력하여 평화와 자유, 회복을 이루어가는 일 말이다.
또한, 지금의 안식과 묵상이 헛되지 않도록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고 싶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삶, 주어진 자리에서 정의와 공의를 실천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그 마음 잃지 않고 살아가길 기도한다. 갈등이 있는 곳에 평화를, 절망이 있는 곳에 소망을,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는 일꾼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청년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서기를, 다름을 포용하고 갈등을 회복으로 이끄는 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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