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기독교 세계관’은 흔히 ‘창조-타락-구속’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 구도를 명확히 정리하고 널리 퍼뜨린 인물이 알버트 월터스(Albert M. Wolters, 1942~)이다. 이 글은 월터스의 생애와 그의 세계관론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지성사적 배경을 다룬다.
1. 월터스의 생애와 학문 여정
월터스는 194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948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개혁교회의 영향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신에 대한 불가지론에 머물렀다. 그러나 창조주에 대한 신앙의 씨앗은 남아 있었고, 신앙의 확신을 얻기 위해 1961년 미국 칼빈 대학(Calvin College)의 신학 예과에 입학했다.
칼빈 대학에서 월터스는 이반 러너(H. Evan Runner) 교수의 영향을 받아 철학으로 진로를 바꾼다. 러너는 모든 학문이 성경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가르쳤으며, 월터스는 철학에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다. 이후 그는 네덜란드 자유대학에서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와 볼렌호벤(Dirk Hendrik Theodoor Vollenhoven)에게 직접 배우고, 플로티누스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1972). 귀국 후 토론토 ICS(Institute for Christian Studies, 기독교연구소)에서 10년간 철학을 가르쳤다. 그 후에는 캐나다 리디머 대학의 종교학과 교수로 초빙되어 2008년 은퇴할 때까지 성경과 세계관을 통합적으로 가르쳤다. 그는 사해사본 중 하나인 ‘구리 두루마리’(Copper Scroll)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2. <창조 타락 구속>의 탄생과 영향
월터스는 ICS에서 기독교 철학사 수업 전 ‘개혁주의 세계관의 성경적 기초’라는 주제로 2주 집중강의를 진행했다. 이 내용을 동료 반더베넨(Bob Vandervennen)의 권유로 정리한 것이 바로 <창조 타락 구속>(Creation Regained, 1985)이다. 이 책은 현재까지 8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보급되었고, 한국에서도 6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기본 교재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도 기독교 세계관을 다룬 책들은 있었지만(Harry Blamires, Schaeffer, James Sire 등), 월터스는 이 개념을 더 구조화하고 교육용으로 체계화한 공로가 크다. ‘창조-타락-구속’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구조는 이후 기독교 교육과 문화 운동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3. ‘세계관’ 개념의 지성사적 배경
근대 이전에는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종교나 철학적 논쟁은 주로 진리 그 자체를 놓고 벌어졌고, '관점의 차이'를 자각한 것은 근대 이후이다. 이 전환을 촉진한 인물이 칸트다. 그는 인식 주체가 가진 선개념이 경험을 해석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를 통해 관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칸트의 이 주장은 인간 인식의 출발점이 지성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독일 관념론자들에 의해 세계관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었고 헤르더(J. G. Herder), 딜타이(Wilhelm Dilthey)는 문화, 민족, 역사에 따라 세계관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딜타이는 삶의 총체적 이해 방식으로 세계관을 정의했고, 니체(Nietzsche), 비트겐슈타인(L. Wittgenstein), 푸코 (M. Foucault) 등 현대 철학자들도 이 개념을 각자의 방식으로 계승했다.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여러 학문에서 이 개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되었다.
4. 기독교 세계관의 발전: 오어(James Orr), 카이퍼(Abraham Kuyper), 도예베르트(Dooyeweerd)
아마도 기독교계에서 제일 먼저 이 개념을 받아들인 사람은 오어(James Orr)이다. 그는 세계관 개념을 변증학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일부 교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가르침 전체에 대한 것임을 간파했고, 이에 대해 세계관의 차원에서 변증하는 내용을 <The Christian View of God and the World>(1893)으로 출간했다.
카이퍼는 오어의 책을 읽었지만, 그의 목적은 변증에 머물지 않고 기독교적 문화와 제도 형성에까지 나아갔다. 그는 “한 치의 땅도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지 않은 곳이 없다”라는 신념 아래, 종교, 정치, 학문, 사회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칼빈주의 세계관을 주장했다. 인간은 중생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구분되고, 이 둘이 각기 다른 문화와 삶을 형성한다고 카이퍼는 보았다. 그는 이론적 작업에 머물지 않고 목회자로, 언론인으로, 교육자로, 정치가로 이 원칙을 실천에 옮겼다.
카이퍼의 뒤를 이은 도예베르트는 세계관 개념을 철학적으로 더 정교화하였다. 그는 인간의 사고나 학문이 이성보다 종교적 동기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철학사에서 이 동인은 시대마다 달랐고, 기독교는 ‘창조-타락-구속’이라는 독특한 종교적 동인을 따르고 있다고 보았다.
월터스는 도예베르트의 전문적인 철학 이론은 생략하고, 도예베르트의 기독교 세계관론을 ‘창조-타락-구속’으로 요약하여 ICS의 신입생들에게 전달하였다. 이 내용이 그의 저서 <창조 타락 구속>으로 정리되어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요컨대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이성의 선개념이 모든 인식에 앞서야 한다는 칸트의 소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있었다. 이를 오어, 카이퍼, 도예베르트가 세계관이라는 개념으로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월터스는 이 노선을 따라 기독교 세계관을 ‘창조-타락-구속’이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핵심개념으로 요약하여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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