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농어촌 교회들은 한국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피선교국들과는 달리 한국에는 교회가 도시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 파송된 초기 선교사들은 양적 성과가 아니라 복음 전파에 헌신했고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전략을 세워 교파별로 선교지역을 나누어 대도시에서만 아니라 광주, 대구, 원산, 안동, 전주, 정읍 등 지방 도시와 그 보다 더 깊은 산골짝, 방방곡곡에 찾아가서 전도하고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기독교 학교들을 세워 교회와 사회 지도자들을 양성했다. 그것이 한국의 민주화와 빠른 산업화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도 한국은 독특한 피선교국이고, 선교정책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산업화가 불일 듯 일어나서 대대적인 인구이동과 도시화가 진행되었을 때 일반 주민보다 상대적으로 더 개명되고 진취적이었던 지방 교회의 신자들 상당수가 도시로 이주했고, 서울, 부산, 광주 같은 대도시의 대형교회 성장과 개척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런 점에서 대도시 교회들은 물론, 한국 기독교 전체가 지방 교회들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급속도의 지방소멸이 진행되고 있고, 소멸되고 있는 지방에 있는 교회들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해서 한 교회라도, 한 영혼이라도 보존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에 신학적, 선교학적 이론을 들먹일 필요가 없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이미 늦었다. 하루라도 빨리 전략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구체적인 전략은 현지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농어촌목회자연합회 혹은 그와 비슷한 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주체는 교단 총회나 교회 연합체와 대도시의 대교회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도시의 대교회들이 재정적으로 약한 지방 교회 교역자 생활비를 담당하거나 필수 비용을 제공하는 것, 도시교회들을 시무하다 생활비 보장을 받고 은퇴한 교역자가 지방의 약한 교회를 무보수로 섬기는 것, 그리고 하는 수 없이 문을 닫은 교회의 남아 있는 성도들을 신약교회나 중국의 가정예배와 같은 형식으로 그들의 신앙을 잃지 않도록 훈련하고 준비시키는 등 비상조치를 마련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직까지 별로 시도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방안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은퇴 교역자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 교회를 잘 섬기던 평신도 가정이 은퇴한 후에 생활비와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소멸위기에 처한 교회가 있는 시골로 귀촌하는 것이다. 자신의 고향이면 더욱 좋고 여러 가정들이 같이 가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더러운 공기와 소음이 가득 찬 대도시를 떠나 깨끗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고, 텃밭을 가꾸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그 자체가 큰 복일 것이고, 이미 많은 귀촌이 이뤄지고 있다.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고 좋은 건강도 유지할 수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훨씬 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그보다도 더 그 지역교회에 출석하여 그곳 성도들과 같이 하나님을 섬기고 교제하므로 교회에 엄청난 힘을 보텔 수 있다. 능력이 있으면 환경운동 등 각종 계몽운동도 펼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교회를 위한 선교 귀촌이므로 삶의 끝까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바치는 소중한 봉사가 아닐 수 없다. 골프, 등산, 장기, 바둑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도시의 대교회와 농촌교회가 자매결연하여 두 교회가 모두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미 시도해서 성공한 경우도 있다 한다. 예를 들어 배추 수확 계절이 되면 도시교회 성도 가정들이 필요한 배추를 농촌의 자매교회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것이다. 농촌교회 교인들의 생산 물량이 부족하면 주위 농민들의 것을 현지 가격으로 구입해서 공급할 수 있다. 약속에 따라서는 무공해 혹은 저공해 방식으로 배추를 재배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농촌교회 성도들과 그 주위 배추 생산 농부들은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하고, 중간 상인들이 취하는 유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훨씬 더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반면 도시 성도들은 믿을 수 있는 배추를 상대적으로 싼 값으로 살 수 있다. 다만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천재지변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져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어느 한쪽만 손해를 보지 않도록 계약을 분명히 하고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켜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교회와 교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마땅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성도들과 교회 재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지역에서 교회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며, 나아가서 우리 사회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개선과 운송비 절감을 위해서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물론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유통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면서도 선한 의지와 치밀한 계획으로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신실로 성공하기만 하면, 양쪽 교회 성도들의 신앙적 성숙에도 이바지할 것이고 그 농촌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교회 전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출산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귀농인 숫자가 늘어나며, 정부의 지방 살리기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 하나님이 어떤 기적을 일으키실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교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끝까지 버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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