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한국사회의 인구 감소가 다양한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리라 예측하는 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십 수년이 지났고 이제 그 예측들은 현실이 되었다. 인구 감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였고, 비수도권 곧 지방은 자연스러운 인구 감소에 더하여 심각한 인구 유출로 소위 ‘지방소멸 시대’로 접어들었다. 교회 역시 이러한 시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도들의 모임이 교회’라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진리에 비추어 본다면, 인구 감소와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소멸’은 곧바로 모일 수 있는 성도들의 절대 숫자가 줄어드는, 비수도권 교회의 소멸과정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 하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적 흐름을 현실로 겪어내야 하는 교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지역에 위치한 농촌교회에서 십여 년을 목회하며 생존과 부흥을 위해 고민했던 몇 가지 주제와 대안들을 나누려 한다.
첫째, 부흥에 대한 관점과 기준을 변화시켜야 한다. 필자가 목회하는 새로운교회는 충북 충주시 변두리에 위치한 농촌교회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충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교회이다. 30여 년 전의 교회 사진을 보면 아이들과 청년들만 일백 명 이상이 성경학교와 수련회로 모였던 기록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 담임목회자로 부임한 초기에 예전의 기억을 가진 오래된 성도들이 그때의 부흥과 활력을 그리워하며 다시 그때처럼 부흥되기를 바라며 간절하게 기도드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인구 절벽이 현실이 된 시골교회에 예전의 양적 부흥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방소멸’ 시대에 시골교회는 ‘부흥’을 꿈꾸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다. 부흥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바꾸면 가능하다. 전국의 인구가 늘어나고 예배당만 세워지면 사람들이 모이던 20세기 후반의 양적 성장 일변도의 부흥에 대한 기준을 이제는 버리고, 대신 성도들의 변화가 부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변화, 그에 따라 달라진 성도들의 삶의 변화,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변화를 부흥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변화이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 동안 부흥의 기준과 관점의 변화가 필요함을 함께 나누고 추구하면서 이제 우리 교회는 느리지만 여전히 부흥하는 교회가 되었다. 교회의 양적 규모는 줄었지만 성도들의 삶이 변화됨으로 부흥하는 교회로 말이다.
둘째, 사역에 창의성과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크게 성장하던 때에는 교회학교부터 장년 선교회에 이르는 모든 사역이 한 교회 안에서 실현 가능했다. 사역의 대상과 자원들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비수도권 교회는 인구 절벽과 더불어 교회학교의 소멸, 성도들의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사역 대상자도 줄었거니와 재정적·인적 자원도 부족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이웃 교회들과의 협력이다. 몇 년 전부터 각 교회별로 몇 안되는 중고등 학생들을 한 교회로 모이게 하여 연합 청소년부를 만들어 예배하고 교육하고 있다. 또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서로의 재능과 전공을 나누며 각 교회에 필요한 사역들을 세우고 진행하면서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이웃 교회도 사역의 한계를 함께 넘어서려 노력한다. 사역의 다양성과 창의성도 필요하다. 지방에 위치한 교회는 수도권 교회들과 문화적 격차가 있기에 양질의 기독교 영화나 공연 등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문화체험 원정을 떠난다. 또한 지역주민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공통된 가치의 사역들을 개발하여 지역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골목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진행하는 ‘지역주민과 함께 텃밭가꾸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평생 농부로 살아온 성도들이 자기들의 농사 지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험은 교회와 성도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지역주민들과의 좋은 관계도 형성하게 해준 기회였다. 이 외에도 노년기 성도들을 위한 세계관 교육, 창조론 및 세계관 탐사 여행 등의 사역을 진행하며 성도들로 하여금 작은 교회이지만 창의적인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셋째, 환대와 회복과 초청이 가능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시골교회일수록 성도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교회와 목회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사실 부흥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또 창의적이며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역을 추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교회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폐쇄적이고 고착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환대와 회복과 초청이 가능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이다. 부흥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변하여 성도들의 삶이 새로워질 때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역들을 만들어 함께 할 때 교회와 지역사회 사이에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 이럴 때 교회는 사람들을 교회로 초청하고 환대하여 단절되어 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삶, 가치 있는 관계로 이끌 수 있다. 시골 목회 십년이 지나가니 이제는 뿌려놓은 변화가 조금씩 싹을 틔우는 것 같다. 성도들이 목회자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친정같이 편한 신앙공동체로 새로워졌다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크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누구든 편하게 들러 예배하고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시골교회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방소멸’과 ‘인구 절벽’의 시대, 생존과 새로운 부흥을 동시에 꿈꾸는 시골교회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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