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경남 남해 삼동면 물건리라는 농촌에 소재한 물건리교회에서 사역했던 경험을 중심으로 나누려고 한다. 물건리에는 주일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하는 부모님들을 대신해 운영되는 교회 중심의 아동 돌봄프로그램이 있었다. 매 주일 약 15명의 아이들이 모였지만, 예배와 오후 돌봄프로그램을 섬길 사역자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마침 나는 선교의 마음을 품고 기도하던 어느 날 울진중앙교회 청년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대화 중 들은 “울진 같은 시골에 어느 사역자가 오겠어요”라는 말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그때 “내가 가야겠다”라는 순종의 마음이 생겨 결단하게 되었다.
나는 물건리교회 전도사로서 부임해서 예배를 인도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돌봄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사역자로 섬겼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에서 태권도 수업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기타도 가르치고, 노래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사역을 함께 이어갔다. 아내는 함께 주일 사역을 하며, 아이들의 생일마다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선물하며 사랑을 나누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의 사역이 국내 선교의 한 모델이 되기를 소망하며, 작지만 진실한 섬김으로 복음을 살아내고자 노력했다.
나는 이렇게 남해에서 생활하고 사역하며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을 피부로 깊이 체감하게 되었다. 경험한 바를 진솔하게 나누자면, 젊은 세대는 도시로 떠나고,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마을 곳곳이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 아이들의 수가 줄어 학교가 축소·병합되거나 폐교 위기에 놓이는 상황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공동체의 활력과 관계망, 신앙의 맥락까지 흔들리게 한다.
또한, 고령화된 지역의 현실은 의료, 교육, 문화 문제와도 직결된다. 신생아와 노약자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병원과 인력이 부족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전문 교사와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로 이주한다.
이는 교회의 사역 환경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과 청년 인구가 줄어 주일학교와 청년부 활동 참여자가 감소하고, 부모 세대의 신앙이 희미하거나 부재한 경우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신앙을 떠나게 된다. 결국, 교회는 고령화와 교육·문화 인프라 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 단순히 예배와 모임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더불어, 오랜 전통과 강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외부 변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 새로운 시도나 외부 인력이 쉽게 스며들기 어렵고, 때로는 작은 갈등이 커져 마을의 화합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교회가 막힌 담을 허물고 화해의 길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건리교회는 예배 외 문화·여가 활동을 기획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소그룹 모임, 악기교육 등을 운영하고 마을 주민 행사에 함께 함으로 복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 및 지역 청년들과의 교류에서 느낀 점과 지역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앞으로 필요한 방향에 대해서도 간단히 나눌 것이 있다. 남해 물건리에서 마을 주민들 및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매체는 물론이고 교인과 주민, 교인 상호 간의 갈등으로 인해 신뢰가 쉽게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 쉽지 않으며,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진정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특히 새로 마을에 들어온 젊은 청년이나 부부층은 자신을 지켜줄 안전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보호와 안전망이 되어주겠다는 전도 방식이 교회 출석을 강요받는 듯한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는 점도 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단순히 “예수님을 믿으라”라고 말하거나 “교회에 나오라”라는 권유만이 아니라, 먼저 이웃과 삶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하나님의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진심 어린 관심과 자연스러운 관계 맺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교회는 교회 공간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의 특성과 필요를 이해하며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하며 소통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선교공동체’로서 열린 마음과 유연한 태도로 사역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역자와 교회 공동체의 지나친 배타성이나 고정된 신앙의 관점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형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삶 속에서 복음을 실제로 살아내야 한다. 진짜 복음의 능력은 프로그램이나 규범이 아닌, 진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역 교회가 지역사회 속에서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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