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지방소멸이 쓰나미처럼 속도를 내고 달려오는 상황에서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할 것입니까? 교회가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그건 너무 무모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할 수 있는 선교적인 시도를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1. 남해로 가다.
지난 2021년 8월 15일 광복절에 남해 동쪽 바닷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신전마을로 이사를 해서 토훔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이곳은 아예 교회가 없었던 ‘무교회’ 지역이라는 것이 선교사로 잠시 살았던 우리 가정에게는 운명처럼 교회를 개척하라고 하는 주님의 음성이 되어 이곳으로 오게 하셨습니다. 지금은 신전마을에 세워진 토훔교회에서 새롭게 3가정과 남자 성도님이 같이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2. 마을 주민으로 살아가기
아무런 연고도 없고, 후원자도 없이 내려온 남해에서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지를 기도하는데 우연히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남해로 왔다고 인사 글을 올렸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재정과 물품을 보내주셔서 비록 빌린 집이지만 빈집 한 칸을 교회 예배당으로 리모델링 했고, 헛간을 고쳐 조그마한 동네 쉼터도 만들었습니다. 마을에 교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몇몇 분들은 예민하게 반응하였지만, 그 와중에 후배선교사가 보내준 붕어빵 기계로 붕어빵을 만들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면서 조금씩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십자가와 교회 간판도 달 수 있었습니다.
3. 농부가 되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70가구 정도 되고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사시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입니다. 남해는 섬 지역이라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지만 우리 마을은 바닷가와 거리가 있어서 농업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입니다. 도시에서 자라서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던 내가 교회 뒤에 있는 텃밭에 고구마를 몇 개 심은 것을 시작으로, 나이가 드셔서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마을 어르신들의 요청과 권유로, 물론 모두 빌린 땅 이지만 지금은 약 2000평의 논과 밭 심지어 비닐하우스 농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가 농사를 지어도 되나?”라는 질문도 받게 되지만, 농촌에 새롭게 삶을 시작한 비교적 젊은 목사가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평생 부지런히 땅을 일군 마을 분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삶이어서, 힘들지만 즐겁게 농사를 지으며 목사 이전에 마을 사람으로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 먹거리로 이어가는 연합
수확한 농산물은 처음에는 서울에는 있는 쪽방촌에서 사역하는 교회에 식재료로, 그리고 동료 선교사들의 부모님들께 조금씩 보내드렸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얼마나 버틸까?”라고 반신반의하던 지인들이 조금씩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 주시기 시작하면서 다음 해 농사의 시드머니(종잣돈) 정도지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특히 도시교회에서 이곳 상황을 알고 직접 팀을 꾸려 방문하셔서 반찬 나눔, 전등 달기, 의료 봉사 등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큰 은혜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도시 생활에 지친 성도들이 영적인 안식과 충전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힘들고 지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이곳이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5. 빌라델비아 교회
저희 가정은 소아시아지역에서 선교사로 7년간 살았습니다. 요한계시록의 소아시아 일곱교회를 가는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그중에 미약하고 초라한 교회였지만 끝까지 믿음을 지키고 인내하여 주님께 칭찬받은 빌라델비아 교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방이 소멸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토훔교회는 지혜를 구하며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뜻이 있는 많은 교회들이 과거 선교사가 이 땅에 와서 우리를 도운 것처럼, 선교사를 보내는 마음으로 지방에 교회를 개척하고 같이 협력한다면, 이를 통해 지방이 소멸되는 것을 극복하고 복음으로 부흥하는 역사가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소멸이 아닌 새로운 하나님의 창조의 꿈을 남해에서 꿉니다.
“빌라델비아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가 이르시되”(계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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