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인생의 선택지에 ‘귀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서울에 있는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내 앞에 놓인 유일한 선택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한 친구의 연락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몰랐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해. 같이 할래? 여기는 도전할 수 있는 공백이 많이 있고 우리 같은 청년들이 필요해.”
도시에서 ‘굳이 내가 필요 없는 곳에 억지로 나를 끼워 넣는 느낌’을 가장 크게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말이 마음을 크게 움직여 결국 농촌으로 발을 옮겼다.
지역에 전혀 기반이 없는 청년 4명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살린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내보았다. 처음에는 홈페이지 개발이었다가, 디자인 외주 작업이었다가, 마을 공동체 활동이었다가, 홍보 영상 제작이었다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다 점점 청년 인구 유입 프로젝트 등으로 프로젝트의 크기가 커졌다.
초기 3년 동안은 대표적으로 <청춘작당>이라는 ‘청년 귀촌 프로젝트, 곡성 100일 살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실제로 3년 동안 전국에서 100여 명의 청년들이 유입했고, 프로그램 종료 후 40여 명의 청년이 지역 정착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거지와 일자리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현재는 대부분의 청년이 지역을 떠난 상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러스틱타운>이라는 ‘워케이션’(Workcation) 빌리지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업에게 지역을 소개하고 관계 인구가 형성되며 향후 다양한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기획 개발, 디자인, 로컬 매거진 제작, 지역 창업 컨설팅 등 다양한 외주/용역 에이전시도 병행하고 있다.
처음 귀촌했을 때 즈음부터 ‘지방 소멸, 지역 재생, 인구 정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구 감소 현상이 ‘사회 트렌드’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총인구수 자체가 줄고 있고, 모든 지역이 소멸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인구 확보는 앞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도 함께하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마을에 함께 살던 어르신들이 한 분씩 계속 돌아가신다. 동시에 마을에 생기가 없어지고 빈집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소멸’이라는 단어를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8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아직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키플레이어(Key Player)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결국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힘은 무료로 제공하는 집이나 일시적인 지원 사업이 아닌 ‘사람’이다. 우리가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갑자기 사람이 많이 모이기도, 많이 떠나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청춘작당을 통해 지역에서 100일 동안, 한 달 동안 살아봤던 청년들 중 대부분이 곡성을 인생의 선택지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쉼이나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오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키플레이어들이 연고 그 자체가 되어 관계가 이어진 청년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이 청년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되길 바라고, 우리가 처음 맨땅에 헤딩하며 헤매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로 ‘곡성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면 어때?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도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오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드는 거지.’라고 말하며 웃었는데 사실은 정말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성경 속 인물들을 생각한다. 70년이고 100년이고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믿으며 큰 변화가 없는 일상을 성실히 살아냈던 사람들을. 우리도 지금은 막막하고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하나님 손안에 있음을 믿는다. 처음부터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실패도 하나님이 사용하실 거니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믿음으로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성실하게 매일 여기서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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