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서울대학교에서 조소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동 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술학과 조소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청년 예술가이다.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조형예술을 연구해 왔고, 동시에 작가로서 전시와 공모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활발한 활동 이면의 배경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예술만을 전적으로 붙들기가 어려웠고, 경제적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내 곁을 맴돌았다. 강사 지원에서 떨어지거나 전시 공모가 연달아 불발될 때면 “과연 내가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예술가로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이끄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모태신앙이라는 은혜를 받아 믿음 생활을 시작했지만, 살아오면서 믿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다. 교회를 가지 않았고, 공연히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러한 순간들에도 하나님은 항상 내 곁에 있어 주셨고, 다시 신앙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내 의지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은 어떻게든 길을 내시고 내가 다시 믿음을 붙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래서 내 삶의 여정은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학업과 예술을 지속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때로는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작업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시간, 재료비를 계산하는 시간, 더 저렴한 재료와 방식을 찾아보는 시간이 더 많이 들었다. 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도 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구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다.
학비가 없어서 진학을 포기해야 하나 싶은 순간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하는 순간에 개인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던 차에 대관 공모에 당선되었고, 작업을 위한 비용이 마련되지 않는 순간에 작품이 판매되거나 창작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작업을 멈추게 되는 순간에도 기도 가운데 응답을 받아 새로운 영감을 얻곤 했다. 이러한 경험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도움, 때맞추어 주어진 기회, 작은 성과 속에서 “내가 너와 함께 있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보잘것없는 걸음일지라도, 믿음으로 보면 그것은 분명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나는 현재 사진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매체이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을 붙잡아 기록하는 사진은 창조세계의 아름다움과 질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빛과 그림자, 시간과 공간, 작은 사물과 사람의 표정까지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촬영하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미지를 얻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경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찍은 사진을 그대로 두지 않고 오리고, 잘라내고, 다시 조각하여 새로운 화면이나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하나님의 세상을 다른 각도로 경험하게 된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고, 지나치던 장면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기도 한다. 보는 사람 또한 내 작업을 통해 창조세계를 다층적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더 깊고 풍성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내 작업은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시도이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더 풍성히 깨닫게 하는 작은 통로라고 믿는다. 나에게 예술은 자기표현을 넘어, 하나님의 창조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길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미래가 두렵고, 생활은 빠듯하며, 예술가로서의 인정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소망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재능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쉼을 전하는 삶. 그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내가 계속해서 예술가의 삶을 붙잡아야 할 이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흔들리면서도, 믿음을 붙들고 계속 걸어가려 한다. 내 삶과 작업이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는 작은 통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5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56길 8-13, 수서타워 910호 (수서동)
(06367)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