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났고, 어린 시절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한 번도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었고, 하나님은 늘 내 곁에 계신 분이라 믿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 내 신앙은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내 능력과 노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지 하나님과 성경은 비과학적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불평등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게 된 나는, 점점 더 하나님과 멀어졌다. 사회학을 공부하며 세상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계속 접하면서 “하나님이 정말 존재하신다면 왜 세상에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왜 어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 있는가?“라는 의문은 점차 커져갔고, 결국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며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후 사회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하며 학업에 몰두하였고, 당시 가장 관심 있던 주제인 아동 불평등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지만 이상하게 공부도 일상생활도 즐겁지가 않았다. “과연 내가 하는 이 공부가 세상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감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다는 마음에 모태신앙의 회귀 본능 때문인지 교회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지만, 진정한 믿음은 없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채로 그저 좋은 말씀을 듣는, 자기계발을 위한 종교 생활을 이어갔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은 하나님 없는 광야를 걷는 공허함 뿐인 시간이었다.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동들을 보다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에 아동복지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입사했다. 내가 오랜 시간 책상 앞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가장 먼저 겸손을 배웠다. “그래도 나는 석사까지 했으니, 일도 잘하고 유능할 거야”라는 무의식적인 교만이 내 안에 있었는데, 나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업무적으로도 유능한 동료들을 보며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일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내가 글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서 무엇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또한 정말 신기하게도, 일을 하면서 더 많은 고통의 사례들을 직접 접하면서도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 오히려 점점 더 사라졌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었던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세상에 고통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보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마음이 더 크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일을 하며 깨달은 것은, 하나님은 내가 그저 고민과 질문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는 점이었다. 내가 사랑의 마음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위해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로써 더 이상 그 문제는 하나님을 믿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고, 나는 비로소 진정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며 나는 특히 장애나 질병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아동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들을 위한 복지에 큰 관심이 생겼다. 또한 그 당시 외할머니께서 치매와 대장암으로 투병하시면서 온 가족이 간병에 힘쓰며 겪은 여러 경험들로 인해,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저 머리로만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실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 정책과 제도를 직접 연구하고 싶다는 진정성과 간절함이 싹텄다.
그렇게 나는 사회학에서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꿔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사회학 석사과정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실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연구의 필요성 덕분인지, 이전과는 달리 모든 개념과 이론이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이전에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후 바로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깨달음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광야의 시간으로 인도하셨던 것은, 내 부족함을 깨닫게 하시고, 나를 연단하시며, 결국 가장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기 위함이었음을 깨닫는다.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기에 아직도 가끔 미래가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나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을 굳게 믿으며 기도한다. 학위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이 시간들이 하나님의 소중한 은혜임을 되새긴다. 나에게 이렇게 긍휼한 마음을 부어주시고, 사회복지라는 길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나는 사회적 약자들을 섬기셨던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사회복지 연구를 하며, 그 길을 감사함과 기쁨으로 하나님과 함께 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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