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 빛나다’ - 문화구조대
아트미션(회장 양지희)의 제27회 정기전이 서울 ‘답십리 아트랩’에서 개최되었다. 참여 작가들은 널찍한 공간에 설치, 회화, 콜라주, 오브제, 렌티큘러, 프린트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회는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 빛나다”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아트미션 작가들은 리처드 마우(Richard Mouw)의 <문화와 일반 은총>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책의 부제 ‘하나님은 모든 것 가운데서 빛난다’(He Shines in all That's Fair)를 전시 주제로 삼기로 했다. 마우는 문화를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나눠주신 하나님의 선물로 파악했는데 ‘은혜는 어느 곳에든지 존재한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하였다. 일반 은총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우리의 일상에서 느껴보는 일이기도 하다.
2025년 아트미션 오픈픈장면
주위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기에 현대인들은 이 표현이 시시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런 즐거움이 눈 덮인 살얼음처럼 존재의 불안을 가릴 수는 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흥미롭게도 현대인은 어디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삶이 실제로는 깊은 시름과 정신적 기근 속에 침윤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흔히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로 부르는 문화 현상으로 인해 우리는 자유롭게 가상공간을 통해 이동한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다는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경험이 멸종된 시대를 지나고 있다. 그 체험은 놀라운 효율성과 화려함으로 세상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에 얽매이게 되고 우리를 고정해 줄 수 있는 어떤 뿌리 의식도 갖지 못하게 된다.
오래된 공동체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에게 이동의 대가가 크다. 친구,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와 환경에서 분리되어 버린 데서 오는 상실감도 상당하다. 그것은 뿌리를 잃은 데서 오는 것, 건강한 형태의 소속감이 사라지는 데서 오는 것,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데서 오는 허전함 같은 것이다. 북적이는 도시는 장대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사람들은 그 과정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끊임없는 발전이 공동체의 구조를 파괴할까? 분명한 것은 우리는 하이퍼 커넥트되어 있지만 동시에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 중에 빛나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뿌리를 상실한 도시인이 일상에서 크고 작은 의미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개최되었다. 그 대상은 집, 골목, 거리, 공원일 수도 있고 매일 만나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트미션 작가들은 이것을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새삼 강조되어야 할 주제로 인식하였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이동하는 사람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 곧 공동체의 인식이 필요하며 참여 작가들은 그런 소망을 작품 속에 담고자 했다.
그러나 모두가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을 출품한 것은 아니다. 신앙의 고백, 영적 추구, 경건 생활 등은 그리스도인에게 익숙한 문화적 코드이지만 사회적으로 소통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문화를 ‘경작하고 돌보는’ 섬김의 역할이 주어졌음을 상기할 때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 ‘모든 피조물들이 신음’(롬 8:22)한다면 ‘문화적 구속’은 더더욱 절실한 현안이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회를 통해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선을 추구할 때 세상과의 장벽은 무너지고 이웃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고립은 세상과의 단절을 낳을 뿐이다.
답십리 아트랩에서 개개최된 2025년 아트밋미션 전시회
아트미션은 우리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 왔다. ‘함께 하는 마음’(2017), ‘보듬어주는 시선’(2019), ‘동행’(2020), ‘다정한 이웃’(2022), ‘긍휼’(2023), ‘그 땅에 싹을 틔울 때까지’(2024) 등. 기존 미술 단체가 그리스도인 작가들의 교류와 선교에 중점을 둔다면 아트미션은 전인적 신앙을 추구하며 공동체 속 그리스도인 예술가들에게 맡겨진 역할에 집중해 왔다. 문화의 특성상 그간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문화 사역을 이어간다면 언젠가 결실의 그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시 마지막 날에는 ‘기독교 예술과 공동체의 회복’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 신국원 교수님과 최태연 교수님, 그리고 필자가 발제자로 나서 우리 사회의 현안과 대책을 논의하였다. 학술대회는 많은 예술가들이 운집한 가운데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 속에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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