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네덜란드의 기독교 철학자 헨드릭 반 리센(Hendrik Van Riessen, 1911-2000)은 아브라함 카이퍼(A. Kuyper, 1837-1920)의 영향을 받아 신앙이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성경적 관점을 갖게 되었다. 그는 델프트(Delft) 공대에서 공부하다 거기서 기독교 철학을 강의하던 볼렌호븐(D. H. Vollenhoven) 교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암스테르담의 자유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1949년에 철학과 기술에 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기술 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 발전시킨 철학자로서 현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기술도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규범적인 문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그는 칼뱅주의 철학협회에서 개설한 특별 석좌 교수로 임명되어 델프트 공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후 에인트호번 공대, 브레다(Breda)의 왕립 육군 사관학교에서도 철학을 강의했으며 1963년 볼렌호븐이 은퇴하자 그를 이어 자유대학교에서 일반 조직 철학 및 문화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는 포프마(K. J. Popma), 자우데마(S. U. Zuidema) 및 메케스(J .P .A. Mekkes)와 함께 네덜란드 기독교 철학 2세대를 형성한 학자이다.
반 리센은 그 후 학문과 신앙 그리고 기술문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 1967년 자유대학교 교수 취임 강연에서 그는 현대인의 무기력성을 분석하면서 서양 문화가 인간에게 학문과 기술을 통해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었으나 정작 인간은 폐쇄된 세계관으로 인해 세속화되어 오히려 허무감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러한 세속화의 근원적인 뿌리는 그리스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철학 및 학문관에 있는데, 이를 이어받아 인간의 자율성에 기초한 학문을 강조하던 계몽주의는 처음에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간에게 크나큰 권력을 주어 심지어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까지 선언했으나, 결국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인간의 소외를 낳게 되었고 인간을 더 무력하게 만드는 부메랑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1974년 델프트 공대 은퇴 강연에서는 기독교 철학이란 본질적으로 학문적 사고와 신앙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믿는 확신에 의해 조건 지워진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1962년 8월 28-30일에 캐나다의 ‘개혁주의 학문 연구회’(The Association for Reformed Scientific Studies)에서 개최한 ‘유니온빌 스터디 컨퍼런스’(Unionville Study Conference)에서 ‘대학과 그 기초’(The University and its Basis)라는 주제로 세 번의 강연을 했는데, 여기서 그는 학문과 신앙과의 관계 및 기독교 대학이 세속화되는 이유와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관해 분명히 밝힌다. 이 강연은 그다음 해 온타리오 해밀턴에서 기독교적 관점 시리즈로 출판되었으며 1997년 호주에서 다시 출판되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도 <미래의 사회>(De maatschappij der toekomst)라는 대표 저서를 출판했다. 본서에서 그는 학문에 기초한 조직이 지배적인 현대 사회의 구조가 인간의 자유로운 책임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권위와 자유의 균형 그리고 카이퍼가 강조한 영역 주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1981년에는 자유대학교 은퇴 기념 강연을 하였는데 그 주제 또한 ‘어떻게 학문이 가능한가?’였다. 여기서 그는 학문이야말로 근대 기술을 발전시킨 원동력인 동시에 20세기의 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문은 결코 자율적이거나 독립적이 아니라 철저히 신앙적 전제에 의존하며, 따라서 기독교 대학은 자유대학교를 설립한 카이퍼가 품었던 비전대로 성경적 원리를 각 학문 분야에 구체적으로 구현하여 기독교적 학문을 발전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 리센은 학문이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법 또는 질서를 밝히는 이성적인 작업으로 보면서 학문의 발전 단계를 숲속을 거니는 산책에 비유한다. 즉, 숲에 대한 경이감에 이어 그 속에 나타난 다양한 법과 질서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는 학문적 지식은 창조세계라는 숲속에 담긴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선택,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법칙들을 발견함으로 획득되며, 이러한 지식은 지속적인 비판적 반성 및 검증을 통해 재검토되므로 진정한 지식은 단지 사실들이 아니라 그 사실들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며 이러한 지식이 체계화될 때 개별 학문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는 학문의 성립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는데, 법과 질서를 발견하면서 먼저 심리적이고 감각적인 요소(숲에 대한 경이와 감탄)와 분석적 요소(법칙을 발견하기 위한 태도)가 분리된 후,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지면서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인 지식과 실제적인 지식 그리고 학문적 지식이 획득되며, 마지막으로는 그 학문적 지식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양상구조이론을 통해 학문적 혹은 이론적 사고를 분석했던 헤르만 도여베르트(Herman Dooyeweerd, 1894-1977)의 선험적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반 리센이 단지 학문적 지식을 획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방향성까지도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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