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14년 5,200억 달러에서 2024년 9,200억 달러로 약 1.8배 확대되었다. 상품무역만 보면 적자 폭이 2024년 1조 2,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2024년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는 2조 700억 달러였고 누적 재정 적자는 무려 37조 달러 규모이다. 2024년의 재정 적자 규모가 미국 국방 예산의 2.3배 수준이다. 구조적인 쌍둥이 적자만 보면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점잖은 표현이고 ‘자국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0월 2026년 7월부터 철강 제품에 대해 무관세 수입할당 물량(quota)을 50% 감축하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의 철강동맹을 통해 중국산 저가 철강 수입을 규제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서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처럼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들은 원재료 수준의 핵심 광물질의 수출을 규제하는 대신 자국에서 핵심 원자재를 활용한 고부가가치의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도 불공정한 수입 증대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구제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아니라 커다란 열기구가 솟아오르는 듯하다.
개인, 기업, 국가의 자기중심적이고 우선적인 선택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인류 역사는 자기 우선적이었다. 비단 전쟁 차원이 아니더라도 자기 몸을 가리고 주거 공간에 울타리를 치며 생존하기 위한 활동의 기저에는 자기 우선적인 선택이 작동한다. 아브라함과 모세가 이끈 이스라엘 민족도 이방 민족을 돌보기 전에 자기 우선적인 생존을 선택했다. 예수께서 헬라인 수로보니게 여인에게 말씀하신 ‘자녀의 떡’도 유대민족 우선주의로 연결되며, 제자들의 복음 전파 순서를 언급하실 때도 예루살렘과 온 유대를 사마리아보다 앞세우셨다. 관건은 자기(자국) 우선주의 자체가 아니라 그 이행방식과 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으로 촉발시킨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이행방식에서 마찰과 강압과 위협성을 나타낸다.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 적자의 심화, 제조업의 쇠락으로 일자리 감소와 공급 역량 약화, 빈부격차 심화와 마약 확산의 사회적 불안 확대, 더욱 치열해지는 미중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성 증폭 등 복합적인 리스크를 세계 최강대국의 힘으로 완화하고 조절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다른 국가들과 호혜적인 공감대와 협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압력으로 국가 이기주의를 최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만’ 위대하게 하려는 이기심이 뾰족한 가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되었다. 심지어는 10여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1200여 명이 트럼프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
1930년 미국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자국의 농업과 산업을 보호하고 수출 증대와 수입 규제를 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여 기존 관세율 약 40%를 약 50%로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유럽 국가들도 보복 조치로 관세율을 높였고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했다. 그 결과, 1930-32년 세계 무역 규모는 66%가 감소했고 미국의 무역 규모는 약 75%가 감축되었다. 나만을 위한 공격이 모두를 자해한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내년이면 아담 스미스(A. Smith)의 국부론이 출간된 지 250주년이 된다. 국부론에서 상품과 시장의 순기능을 설명하는 핵심어는 ‘이기심’이다. 스미스는 타인에게 해(손실)를 끼치지 않는 ‘이기심’이 시장체제를 형성하고 작동케 하는 핵심 동인이라고 관찰했다. 자기(개인, 기업, 국가)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손실은 불가피하거나 상관없다는 현대적 이기심이나 경제 논리와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의 확장은 250년의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를 왜곡하고 뒤엎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트럼피즘(Trumpism)에 대한 비난이 우리의 주장이 될 수는 없다. 부조리한 힘과 강압의 논리에 기독교의 진리와 세계관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발톱은 한편으론 신체의 끝부분을 보호하고 힘을 전달하는 소극적 기능이 있고, 다른 한편으론 적극적인 공격용 도구로 사용된다. 이 발톱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존을 위한 유익한 신체 일부가 되기도 하고 자연과 사회 생테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맹목적인 이타주의를 일반화시키기 위한 교훈은 아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지적이 도입이고, 타인에 대한 자비 베풂의 실천이 본질이다. 자비 베풂은 공정하고 합당한 ‘이기심’(아담 스미스의 개념으로)의 바람직한 확장이랄 수 있다. 유대 열한 지파가 레위 지파의 생계를 위한 헌금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각 국가의 협상 전략과는 별도로 두 가지 큰 줄기를 재확인할 수 있다. 먼저 하나님 나라의 영속성이다. 자연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미국도 변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3년 후면 임기가 만료된다. 1년 후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식 관세정책뿐만 아니라 어떤 정책과 전략도 창조질서를 거역하는 단기적 이익 추구는 지속될 수 없다. 다음으로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하는 우리의 관점과 판단은 공감과 공생의 원칙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지켜보시는 자연과 사회의 생태계는 더불어 살아가는 질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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