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최근 뉴스를 보면 국내 소식들 못지않게 글로벌 이슈들로 시끄럽다. 특히 미국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으로 인해 세계 무역 시장은 혼돈 속에 있고 각 나라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 시대의 서막이 열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는 일이(마 24:7-8)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가 대내적 위기에 이어 대외적 위기의 상황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게 된다.
자국 우선주의, 혹은 자국민 우선주의는 외국인이나 다른 국가보다 자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념이나 정책을 말한다. 당연히 국가는 자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할 수 있고, 국민이 국가의 3요소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현상은 너무나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국민을 우선시하겠다는 말을 굳이 선언하지 않아도 적절한 균형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를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선언하여 기존의 외교적 관계를 저버리거나 타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국의 이익만을 탐하는 행태는 용인될 수 없다. 이는 세계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명백한 집단 이기주의의 한 형태이며,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이기주의 현상이다.
집단 이기주의는 경기침체, 안보 위기, 불평등 심화 등의 위기 상황에서 심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사회에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개인 이기주의가 위기의 극복을 위해 집단의 경계를 강화하고 외집단으로 화살을 돌리며 집단 이기주의로 전환되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에서 집단으로 향하는 이기주의의 전환을 반대로 적용하면 자국 우선주의는 개인 이기주의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개인 차원의 이기주의가 집단의 정체성 속에서 외부를 향할 때 집단이기주의로 발현되기에 우리는 자국 우선주의의 해결책의 한 측면을 개인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국가적 규모의 움직임에 대해 그리스도인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는 것일까 생각하며 안타까워하던 나에게 이러한 관점의 발견은 소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개인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를 극복하는 작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삶은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남을 살리는 이타주의이다. 아니, 이타주의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다. 세상은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서 쟁취하는 상승 지향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성경은 다른 이들을 섬기고 낮은 자리로 가는 하강의 삶을 말한다. 나에게 한정된 자원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손해를 초래하거나 적어도 이익을 저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많은 그리스도인이 쉽게 빠지는 함정은 나에게도 이익이 될 때만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지 않기란 어렵지 않아도, 나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예수님이 요구하시는 사랑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먼저는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첫째는 하나님 사랑이요, 둘째는 이웃 사랑이라고 답하셨다(마 22:36-39). 즉,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 땅의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계명의 실천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기에(고전 13:4-5)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미 먼저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보혈을 통해 구원하여 주셨고, 진노의 자녀에서 빛의 자녀로 옮겨지는 은혜를 누리게 되었다. 구원의 은혜에 합당한 자라는 표현이 있듯이, 우리가 먼저 받은 사랑과 은혜를 흘려보내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이러한 이타적 삶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약속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할 때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 약속하셨으며(마 6:33), 우리 삶의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됨을(롬 8:28) 성경은 말하고 있다. 나 자신만을 위하며 살아가도 험난한 이 세상에서 어떻게 남을 돌보며 살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쁘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담대하게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이기는 결과를 알고 있는 스포츠 경기 재방송을 볼 때 긴장하지 않듯이,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공급하기로 결정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살아갈 때, 우리가 이 땅에서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섬기는 일에 염려와 망설임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국 우선주의와 유사하게 일어나는 ‘우리 교회 우선주의’에 대해서도 한국 교회가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교회가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 한 분을 섬기는 몸이 되어야 하는데, 교회가 서로 시기하고 경쟁하며 성도 수를 늘리는 데 연연한다면 교회의 본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꼭 우리 교회의 성도가 되지 않더라도 그 한 영혼이 구원에 이르고 온전한 공동체를 찾아 접붙임 받을 수 있기를 축복하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교회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글로벌 자국 우선주의라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을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 청년들이 이 시대 가운데 확장되고 심화되는 이기주의를 읽어내고 세상과 구별되어 사랑을 실천하는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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