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반 리센은 학문의 세 가지 특성을 언급한다. 첫째로 학문이란 ‘체계(system)’이며 나아가 새로운 발견에 ‘개방된 체계(open system)’이고 둘째로 학문적 이론의 기초는 ‘가설(hypothesis)’로서 학자는 이것으로 현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결국 인간의 경험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법 또는 질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문은 ‘필연성(necessity)’이다. 필연적 일관성이 없으면 학문적 지식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반 리센은 학문이 낳은 지식은 사회적으로 볼 때 권력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학문을 응용한 기술은 현실에 대한 지배력을 증대시키고 따라서 인간이 미래를 더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학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학문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다른 권력에 의해 제한된다면 올바른 학문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실제 삶에서 학문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미래 사회에 가장 불안한 징후라고 지적하면서 학문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기대하지는 말 것을 권고한다.
그렇다면 반 리센이 보는 철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는 도여베르트나 볼렌호븐과 같이 철학이란 근본적으로 참된 지혜를 추구하며 모든 한계적 또는 궁극적 질문들을 다루는 동시에, 개별 학문을 연결하고 포괄하는 학문적 고리로 이해한다. 따라서 철학은 저수지와 같이 그 수문들을 여는 순간 각 학문의 모든 기본 질문들이 나온다고 본다. 나아가 그는 학문과 철학 둘 다 결국 신앙에 의존한다고 본다. 이를 비유적으로 신앙은 뿌리, 철학은 줄기 그리고 개별 학문은 가지라고 설명한다. 도여베르트도 이것을 자신의 선험적 비판철학 (Philosophy of transcendental critique)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반 리센은 철학과 학문이 자충족적이 아니며 종교적 신앙에 의존한다는 도여베르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따라서 그도 학문 및 철학과 신앙은 불가분리적이며 이의 통합이야말로 기독 학문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요 핵심 주제로 본다고 말할 수 있다.
학문이 발견한 법 또는 질서를 반 리센은 하나님의 계시라고 설명함으로써 학문과 신앙이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였고 철학 또한 종교적 뿌리가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물론 여기서 하나님의 계시는 성경에 나타난 특별 계시와 피조계에서 드러나는 일반 자연 계시 둘 다 포함한다. 학문이란 이 계시에 대해 인간이 이성을 통해 직관적으로 인식함으로 가능해지고, 이 인식은 언어에 의해 표현됨으로 학문은 언어로 나타나게 되며, 따라서 언어가 없다면 어떠한 개념 정립, 나아가 학문 활동도 불가능할 것이다. 동시에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그가 성령의 역할도 매우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성령은 진리의 영이므로 인간 영혼에 역동적으로 작용하여 이성을 올바로 사용하여 피조계에 숨은 질서들을 발견해 낼 뿐만 아니라 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 리센에게 있어 학문에는 신앙적 요소가 매우 중요해진다. 즉 신앙이란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며, 영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학문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핵심 논제는 학문이 결코 중립적이거나 자율적이지 않으며 신앙의 인도를 받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 학자들은 이 학문과 신앙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하며 나아가 이 신앙이 어떻게 학문함을 인도해 나가야 할지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동시에 자신이 다른 세계관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지도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카이퍼와 같이 반 리센도 학문의 영역에 영적 대립(antithesis)이 있음을 지적한다. 즉 하나님께 온전히 의존적인 학문과 인간 중심적이고 세속적인 학문은 상호 화합할 수 없는 대립성이 있다는 것이다. 후자 즉 세속 학문 또한 엄격한 면에서 종교적 전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의 ‘자율성(autonomy)’이다. 요컨대 그는 학문이 계시 및 전이론적 직관에 의존한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학문의 자율성이라는 잘못된 신앙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많은 기독교 대학들도 세속화되고 있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가장 중요한 가치들, 즉 학문과 신앙의 통합 및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과 비전을 구체적인 운영 과정에서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 여러 가지 현실적 장벽들에 부딪히면서 타협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 철저히 반성하고 학문과 신앙을 통합함으로 새롭게 개혁해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인 학자는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학문 활동에서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따라가야 한다. 앞서가신 그분을 바라보며 자기를 부인하고 학문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철저히 섬기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거칠고도 좁은 길을 묵묵히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임한,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종말론적 긴장을 풀지 않고 학문 활동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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