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와 웃음에 관한 생각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 C.S. 루이스 /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18.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알고 읽게 되었던 건 일 년 전, 봄이었다. 다시 계절이 돌아온 지금,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는 나는 그때보다 더 많고 넓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것을 글로 풀어놓으려고 한다.
스크루테이프는 악마이다. 내 추측으로는 마계에서 명성이 꽤 자자한. 웜우드는 그런 스크루테이프의 조카이자 새내기 악마이다. 그리고 각각의 악마들이 맡은 사람을 환자라고 한다. 악마들은 ‘원수’를 증오하는데 여기서 ‘원수’는 ‘그리스도’이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이런 바탕에서 쓰인 책이다. 줄거리는 한 환자의 생사에 관한 기록. 그 환자에게 유혹하는 웜우드. 그런 웜우드가 자신의 삼촌인 스크루테이프와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한마디로 ‘악마가 인간을 유혹으로 요리하는 방법’이다.
나는 읽으며 나의 웃음에 관해 생각했다. 내 주위에 친구들이 모두 우울할 때면 나는 억지로 웃어 보인다. 은은하게 주변을 밝힐 수 있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론 그렇고, 내부적으로 삶에 휘몰아치는 고통에도 웃음을 지어 보이려고 한다. 골짜기에 가장 깊게 떨어졌을 때 특히.
학교에서 내 속은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전반적으로 각양각색의 종교가 섞여 있지만, 어찌 되었든 주류는 무신론자이다. 같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친구가 몇 있긴 하지만 믿고 의지할 정도까진 안 된다. 덧붙여 세상엔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와 반대의 부류가 있다. 여러 종교를 포용하는 사람 말이다. 이들을 ‘다원주의’라고 한다. 불가항력의 부분인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그리고 충돌하더라도 알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을 알아야지 어긋난 부분을 집어주고,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맘을 굳게 먹어서 해결되는 문제 또한 아니다. 이해하려면 들을 때 분별해야 한다. “이 사람이 말하는 생각을 하나님이 좋아하실까, 싫어하실까?”라고 질문하면서. 이 과정을 많이 반복하면 머리에 과부하가 와서 동작을 정지한다. 동작을 정지하고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영혼 없는 웃음 짓기다. ‘웃음’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난 ‘웃음’이라는 표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밖에서 이 웃음이 영원할지 몰라도-‘영원’이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안 아울리지만-집에서는 다르다. 소중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기 쉬워져 영혼 없는 웃음을 짓고 난 후 난 침대에 누워 마음을 추스른다. 눈을 감고 뜨면 아팠던 상처들은 아물어진다. 웃음은 감정 참기에 아주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참았던 감정은 언젠가 터질 위험이 있다. 모든 감정은 웃음으로 치환할 수 없기에 특히 주의도 해야 한다. 얼굴에 생각이 잘 드러나는 나는 특히 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11장에서는 웃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이유는 기쁨, 재미, 적절한 농담, 경박함 크게 4가지로 분리한다. 기쁨은 ‘음악’ 같은 것이다. 천상의 경험이 리듬을 타고 의미 없이 고조되는 것이다. 악마들은 이에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다. 재미는 기쁨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 단어로 감정의 거품 같은 것이다. 용기나 자비 같은 선한 감정들을 조장한다. 부조리는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깨닫게 만드는 적절한 농담보다 훨씬 유망한 분야이다. 적절한 ‘성’에 관한 농담을 스크루테이프는 이야기하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성에 관한 농담이 많은 부조리를 만들어낸다는 이유로 이런 농담을 즐기는 부류. 성에 관한 말 할 구실이 되기 때문에 부조리를 양산하는 부류. 전자는 악마들이 좋아하지 않고 후자는 수치심을 파괴하기 때문에 악마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악마는 환자(전담 인간)의 소속은 모르게 해야 한다. 스크루테이프가 “뭐니 뭐니 해도”라는 수식어를 붙여 극찬한 웃음이 있다. 바로 경박함. 마치 미덕이 우스운 양 떠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경박함은 다른 웃음처럼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기쁨과 한참 떨어져 있는 것도 모자라 지성의 날을 무디게 만들고 그렇다고 함께 웃는 사람에게 애정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 내가 어떤 경위로 웃음을 짓는지 생각해 보았다. 머리가 안개로 새하얗게 변한 것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허탈함이 몰려왔고, 가슴이 먹먹했다. 그래서 나는 악마들이 싫어하는 웃음-진짜 웃기고 재미있고 감동할 때만-웃어보기로 했다. 실제로 친구가 아재 개그를 했는데 그 내용이 “김소월 시인이 수능 때 (가)형만 하는 이유가 뭔 줄 알아?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이었다. 진짜 웃기고 어이없어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참고로 난 아재 개그-난 언어유희라고 한다.-를 좋아한다. 폭소는 수업 시간이 끝나고 터졌다. 일주일간 반복된 말인데도 들을 때마다 웃겼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은 적도 있다. 앞에서 말한 상황에 스크루테이프의 개념을 상기해서 이용해 본 적은 아직 없지만 또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이용해 보려고 한다. 내 도전이 헛되지 않게 내가 노력할 것이다.
* 이 글은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좋은교사운동, (사)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기독 중고등학생 독서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온유 학생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본 독서대회는 지난 2025년 8월부터 9월까지 전국 기독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최되었다. 선정 도서는 중등부는 <천로역정>(존 버니언)과 <사자와 마녀와 옷장>(C.S 루이스), 고등부는 <호빗>(J.R.R. 돌킨)과 <스크루테이프의 편지>(C.S. 루이스) 등 4권이었고, 이 중 한 권을 선택하여 독후감을 쓰는 공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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