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세상은 지금 또 한 번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지난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이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뒤흔들었던 것처럼, 오늘날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의 창조성과 지성의 경계를 새롭게 규정하며 사회 전반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교회와 목회 현장이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는다. 이미 쳇GPT, 제미나이(Gemini), 퍼플렉시티(Perplexity), 클로드(Claude) 같은 대화형 AI들은 목회 영역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있고, 이에 대한 이해와 능력은 이제 목회자의 필수적인 자질이 되었다. 바야흐로 ‘AI 리터러시’, 즉 AI의 본질과 한계를 신학적 관점에서 바르게 파악하고 이를 목회에 지혜롭게 활용하는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생성형 AI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가 아니다. 이것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글을 쓰고, 이미지를 그리며,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내는 능동적인 기술이다. 이전 세대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았다면, 이제는 AI가 스스로 새로운 내용을 ‘생성’해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은 질문하고 학습하며 소통하는 과정의 대부분을 이미 AI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이 AI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신기술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 변화된 세상 속에서 복음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선교적 과업과도 같다.
실제로 AI는 목회 현장의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다. 설교자는 성경 본문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AI를 통해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고, 복잡한 원어 분석이나 다양한 주석가들의 관점을 비교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설교의 논리적 흐름을 정리하거나 청중에게 와닿는 적절한 예화를 찾는 과정에서도 AI는 훌륭한 조수 역할을 한다. 2025년 12월 1일자 ‘한국기독공보’에 따르면, 목회자 절반(47%)이 챗GPT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고, 설교 준비와 자료 검색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87%에 달한다고 한다. 여전히 AI 사용에 유보적인 목회자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AI를 ‘설교 준비 도구’로 수용해가는 방향이다. AI는 목회자의 창의성을 보완하고 시간을 절약해주는 비서 역할을 함으로써, 목회자가 설교의 영적 메시지에 더욱 전념하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설교뿐만이 아니다. 교회 행정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서 작업이나 주보 제작, 공지사항 정리 같은 소모적인 업무를 AI에게 맡김으로써, 목회자는 그만큼 확보된 시간을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역에 쏟을 수 있게 된다. 교육 부서에서는 주일학교 자료나 온라인 성경공부 교재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선교 현장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다양한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고 있다. 인적 자원이 부족하여 허덕이던 작은 교회나 선교지일수록 AI의 도움은 사역의 지경을 넓히는 중요한 레버리지(leverage)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편리한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타협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 바로 상담과 심방, 설교와 영적 돌봄은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성역이라는 점이다. AI는 성령의 세밀한 인도하심을 대신할 수 없고, 인간의 고통과 기쁨을 실제로 느낄 수 없으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AI는 때때로 신학적으로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목회자는 AI의 응답을 반드시 분별하고 검증해야 한다.
목회자의 AI 리터러시는 성도들을 위한 교육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직업 환경이 바뀌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가는 이 시대에, 교회는 성도들에게 AI 시대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AI의 파도 앞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어떤 이들은 기술의 등장을 두려워하여 무조건 배척하려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교회는 어떤 극단에도 치우쳐서는 안 된다.
생성형 AI는 교회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AI는 그저 도구일 뿐이며, 도구는 언제나 사용자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쓰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선하게 사용하기 위해 교회가 중심을 잡고 지혜롭게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기술은 시대마다 옷을 바꿔 입지만, 사랑과 복음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교회와 목회자가 AI 시대를 두려움 없이, 그러나 날카로운 분별력을 가지고 항해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도 변함없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AI는 위기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선교를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그 기회를 지혜롭게 붙잡는 목회자와 교회는 거센 시대의 파도 속에서도 더욱 단단히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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