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중요한 흐름이 보인다. 총 여섯 개 분야 가운데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등 세 개 분야가 모두 AI(인공지능)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노벨상은 지금까지 인류 사회에 끼친 실제 영향력을 평가하는 상이다. 그런 점에서 AI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AI는 이미 ‘현재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그리스도인들은 AI를 미래의 기술로 인식한다. 그 결과 AI는 여전히 교회 밖 세상의 기술로 취급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24년 9월, 전국의 수많은 초·중·고등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지옥 같은 현실에 휘말렸다. 아이들에게 AI는 이미 현재의 기술이었고, 그 어두운 면을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경험하고 있었다.
2025년 11월, 고려대에서 시작된 온라인 시험 AI 부정행위 논란 역시 AI에 대한 기성세대의 안이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대학생들에게 AI는 시험의 공정성마저 포기하고 싶게 만들 만큼 강력한 ‘현재 기술’이다. 이를 어른들만 모르고 있고, 그리스도인들만 모르고 있다.
그런데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토록 강력한 현재 기술인 AI가 결코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는 딥러닝을 만든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류는 AI로 인해 그 어떤 기술보다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부작용과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 얻은 혜택의 두 배에 달하는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AI 알파고를 알파폴드로 전환해, 질병 치료에 핵심적인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예측에 활용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AI로 인한 일자리 붕괴, 이른바 ‘잡포칼립스(Jobpocalypse)’를 가장 걱정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더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강력한 AI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는 <AI 거시경제학 소고>라는 논문에서 AI의 미래를 다소 음울하게 전망한다. “향후 10년 동안 AI로 인해 대체될 직업은 5%도 되지 않을 것이며, 같은 기간 AI가 미국 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10%를 넘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비관적 전망의 근거다.
아세모글루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AI는 아직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허위 정보를 만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도 상당히 일으킨다.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나 파인튜닝 같은 보완 기술로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이는 GPT 계열 모델이 가진 태생적 한계다. 더 나아가 AI의 출력은 비결정적(non-deterministic)이다. 동일한 질문에도 언제나 동일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이러한 재현 불확실성에 보안 취약성까지 더해지면서, 다양한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AI는 아직 신뢰하기 어려운 기술로 남아 있다.
이러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고는 현재의 AI가 사용과 활용에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술이 강력할수록 그 어두운 면 또한 비례해 강력해진다. AI 리터러시의 필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요소가 있다. AI로 인해 변화하는 삶의 방식, 인식, 가치 체계가 과연 성경적 기준과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다. 예컨대 AI는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학습해 ‘디지털 부활’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지속적 애도 장애’(PCBD)를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지만, 동시에 고인 없는 현실로의 복귀를 지연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디지털로 부활한 고인은 생전의 직업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경쟁하는 전례 없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갈수록 의인화되는 AI는 전통적인 인간관계와 가족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 AI가 육체를 갖춘 형태(Embodied AI 혹은 Physical AI)로 발전할 경우, 직장 동료는 물론 비서, 친구, 심지어 배우자의 역할까지 대신할 수 있다. 장차 사위나 며느리가 ‘사람이 아닌’ 시대가 도래하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고린도전서 10장 23절은 기독교적 AI 리터러시의 핵심 기준이 된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 눈 앞에 펼쳐지는 AI 전환(AX) 현상을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적 기준으로 분별하고 해석하며 판단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인간에게 제시하신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지, 윤리적 상상력을 통해 미리 가늠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이러한 판단의 결과가 세상의 흐름과 충돌한다면, 구약 심판의 시대를 살았던 선지자들처럼, 역류를 선택하겠다는 결단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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