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리는 일상의 거대한 재편을 눈앞에서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삶을 구성해온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상호작용’(interaction), 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던 상호작용의 공간이 변화하고 있다. 동료,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상사와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형성해온 그 간극에 이제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AI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공하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사고와 표현, 시간 사용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호작용의 방식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상대가 AI”라는 말도 그리 낯설지 않다. AI는 우리의 질문을 기다리는 교사이고, 때로는 생각을 정리해주는 동료이며, 우리의 일정을 챙겨주는 비서가 되었다. 인류는 스스로 만든 피조물과의 상호작용 비중이 인간 간의 상호작용만큼 커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산업계와 학계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을 더 자연스럽고 포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생성형 AI는 그 흐름이 또 다른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최신 장면일 뿐이다.
‘상호작용’ 연구에서 중요한 관찰 중 하나는 사람의 성향과 인격이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우리가 기계에 입력하는 말투와 선택, 반응 패턴은 단순한 기능적 조작이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자아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클리포드 나스(Clifford Nass)가 제시한 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패러다임은 인간이 기계를 단순한 도구로 인식하면서도 실제 상호작용에서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사회적 규칙과 감정을 그대로 투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생성형 AI와의 대화 역시 가치 중립적인 기술 사용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성격과 윤리적 판단이 드러나는 사회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술의 문제를 넘어, 그 상호작용의 자리에 하나님은 어떻게 계시는가는 신학적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신앙은 결국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관계와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기도와 묵상은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며, 공동체 안의 관계 역시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I와의 상호작용이 중립적 공간일 수 없다. 인간의 말과 선택이 드러나는 그 자리 또한 하나님이 보고 계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코람 데오’(Coram Deo)의 질문은 전통적 인간관계를 넘어, 새롭게 열리고 있는 디지털 상호작용의 공간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최근 대학가에서 보고되는 AI 기반 시험 부정행위는 우리가 새로운 상호작용 공간을 다룰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징후다. 개인의 편의를 위한 부정행위를 넘어, 연구 논문에 생성형 AI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도록 유도하는 지시문을 몰래 삽입해, 학문적 평가 과정을 왜곡하려는 시도도 드러나고 있다. 더 나아가 AI로 생성한 페이크 뉴스를 유포해 타인을 모욕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례들까지 등장하면서, 문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공적 담론의 신뢰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상업적 속도로 확장되는 AI 생태계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지식 생태계와 공론장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혹과 위험을 제공한다. 기술의 속도가 인간의 윤리적 숙고를 앞서갈 때,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는 이 지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기술 발전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어떤 기준 아래에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신앙은 기술 사용의 주체가 되는 인간이 윤리적 판단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돕고, 공동체 안에서 합의된 기준과 질서를 형성하도록 요청한다. “인격이란 어둠 속에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Character is what you are in the dark)라는 무디(D. L. Moody)의 말은 오늘의 기술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 AI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성경에는 “만물이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난다.”(히 4:13)라는 말씀이 나온다. 이는 우리의 삶 어디에도 하나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은 없다는 선언이다. 그렇다면 AI와의 상호작용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 자리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언어와 욕망, 선택과 동기는 하나님 앞에서의 실존을 구성한다. 기술은 변해도 인간은 여전히 ‘코람 데오’의 존재이며, 그 사실이 우리에게 필요한 분별의 기준을 제시한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서 그칠 수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물음은 “AI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이다. 하나님의 시선 앞에서 책임을 지는 존재로서, 우리는 AI와의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언어와 선택, 태도를 외면할 수 없다. 기술이 인간을 둘러싼 시대일수록 이 질문은 신앙인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요청되는 성찰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질문 위에서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 됨의 기준을 놓치지 않는 방향을 세워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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