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스마트폰을 잠시만 들여다보아도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와 영상, 게시물들은 우리의 관심과 취향을 정확히 겨냥하며 끊임없이 소비를 요구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을 무심코 흘려보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AI 기술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더는 추상적인 고민이 아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AI를 공부하는 동안, 기술의 변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실감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목받지 못하던 연구 분야가 사회 전반의 흐름을 바꾸고,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던 기업이 짧은 시간 안에 중심에 서는 일도 더는 낯설지 않다.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먼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AI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나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질문은,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가?”보다 “이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이다.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나는 기독교적 AI 리터러시를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의 태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기독교적 AI 리터러시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능력이기보다, AI가 만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끝까지 묻는 태도에 가깝다.
사람이 만들어 낸 기술은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하더라도, 그 본질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의 이해와 설계 안에 머문다. 반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신비와 깊이를 쉽게 다 헤아릴 수 없다. 사람은 AI가 지닌 빠른 연산과 추론 능력은 없지만,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부어 주시는 영감과 창조성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일들을 이루어 가는 존재이다. 기술은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통로가 된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나눌 수 있는 따뜻함과 사랑은 어떤 기술로도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며, 하나님께서 이 땅에 축복을 흘려보내시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을 향한 관심과 존중이 그보다 앞서야 한다는 기준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이해 위에서 오늘의 AI 시대를 바라보면, “기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것은 바로 “이 기술을 어떤 기준으로 사용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속도와 효율의 논리가 점점 더 강력해질수록,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기준은 오히려 더 쉽게 밀려나기 때문이다. 기술은 스스로 목적이 되기보다 언제나 사람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이 기준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AI 시대에 요구되는 리터러시는 기술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능력에 앞서, 그 기술이 향해야 할 방향을 분별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기준을 어디서 배우고 있는가. 그 답은 연구실이나 강의실에서보다, 캠퍼스에서 함께 신앙의 길을 걷는 지체들과의 교제 속에서 더 분명해진다. 전공과 진로,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솔직한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보다 먼저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다. 효율과 성과가 기준이 되기 쉬운 환경 속에서도, 한 사람의 고민과 선택이 담긴 과정은 결코 결과로만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 교제 속에서 자주 깨닫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AI 시대에 요구되는 빠른 판단의 논리 속에서도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를 다시 붙잡게 해 준다.
이 기준은 캠퍼스를 넘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경험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분명해진다. 교회 안에서 경험하는 조건 없는 사랑과 섬김은, 성과와 효율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기 쉬운 세상과는 전혀 다른 기준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수치와 결과로 설명되기 쉽지만, 이 공동체 안에서 나는 여전히 한 사람의 존재가 성과 이전에 존중받아야 함을 배운다. 누군가의 능력이나 유용함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먼저 환대받는 경험 속에서, 나는 왜 AI 시대일수록 사람을 향한 기준이 더욱 중요해지는지를 몸으로 깨닫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이러한 고민과 배움을 통해, 나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기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씩 분명히 깨닫고 있다. 기독교적 AI 리터러시는 더 많은 기능을 알고 더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가는 세계 속에서도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그 사람 안에 담긴 하나님의 형상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AI 기술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기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시대일수록, 나는 오히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더 깊이 묻고 싶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신앙으로 세상을 읽고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꾸준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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