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재테크 이야기는 자연스럽다. 주식, 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이야기가 모임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월급만으로는 미래가 불안하다. 휴대폰 하나면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 어플도 많이 있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질문을 달리 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왜 재테크를 하는가”와 “어떻게 재테크를 하는가”를 심사숙고해 보자는 것이다. 재테크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투자 전략이나 수익률을 먼저 떠 올린다. 사실 재테크는 재무 테크놀로지의 줄임말이다. 재무는 제한된 자원을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어떻게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테크놀로지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식과 도구를 체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두 단어를 합친 재테크는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여 준비하는 것이다. 즉 재테크의 본질은 목적과 관리에 있다. 신앙인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목적을 맡기신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의 전공 분야인 회계라는 재테크를 소개한다. 회계는 단순히 숫자를 계산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받았고, 어떻게 사용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기록하는 체계이다. 회계는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드러내는 구조이다. 그래서 회계는 신뢰를 만들고, 책임을 분명히 한다.
역사 속에서도 회계는 단순한 상업 기술 이상이었다. 회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카 파치올리(Fra Luca Bartolomeo de Pacioli, 1447년경-1517년)는 15세기 이탈리아의 프란치스코회 수도사였다. 그는 1494년 <산술·기하·비례 총론>에서 당시 베네치아 상인들이 사용하던 복식부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복식부기는 모든 거래를 차변과 대변으로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무엇을 얻었으면 그 출처와 책임도 함께 적는다. 증가에는 반드시 근거가 따른다. 이 구조 자체가 정직과 책임을 요구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그가 이러한 체계를 정리한 데에는 신앙적 동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상인들이 장부를 정직하게 관리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도 떳떳하게 서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장부를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양심을 점검하는 행위였다.
오늘날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 자본을 받은 뒤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회계는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를 분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회계의 수탁 책임을 평가하는 기능은 자본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주식, 코인 또는 ETF에 투자하기 전에 회계 정보를 확인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회계의 기능은 투자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월급이 부족해서 미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출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방향을 잃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신앙인의 재테크 출발점으로 개인 회계 체계를 세우는 것을 제안한다.
작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첫째, 한 달 수입과 지출을 기록한다. 둘째,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한다. 셋째, 투자와 소비의 비율을 정한다. 이 단순한 원칙과 구조의 적용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회계는 절제를 가능하게 하고, 절제는 자유를 준다. 복식부기처럼, 우리는 얻는 것과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전하신 달란트의 비유를 떠올려 본다. 주인은 종들에게 각기 다른 달란트를 맡겼다. 그리고 돌아와 묻는다. 얼마나 벌었는지를 묻기 전에,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묻는다. 부지런히 관리했던 두 종에게는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이 주어졌다. 땅에 달란트를 묻어놓은 한 종에게는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이 주어졌다. 그리고 덧붙여 은행에 저금이라도 해놓아서 이자라도 쌓았을 것을 가르친다.
재테크는 결국, 이 질문 앞에 서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것들을 책임 있게 관리하고 있는가? 그리스도인의 재테크 시작은 하나님 앞에서 나의 장부를 펼쳐 보는 것부터가 정직한 용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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