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한국 사회의 2030 세대에게 주식투자와 재테크는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모바일 플랫폼이 가져온 투자의 낮아진 문턱, 그리고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소외공포’(FOMO)와 ‘벼락거지’라는 서글픈 표현은 청년들을 자본시장의 거친 파도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그리스도인 청년들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는 요동치는 시세판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질문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재테크란 신앙과 구분된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기술인가, 아니면 신앙의 연장선에 있는 삶의 태도인가.
자본시장의 최전선인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매일 아침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로 내게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밑바닥에 깔린 내 기도의 본질이 결국 “오늘 하루도 남들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게 하소서”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직업적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냉혹하게 말해 자본시장은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실이 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성격을 띤다. 내가 저점에서 싸게 매수했다는 것은 누군가는 낮은 가격에 팔아 괴로워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내가 고점에서 이익을 실현했다는 것은 누군가는 비싼 가격에 자산을 떠안았다는 뜻이다. 특히 재벌 가문의 자금 운용을 맡았을 때는 그들의 부를 불려주기 위해 내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는 회의감으로 신앙적 고뇌는 더 깊어졌다. 내 직업의 의미는 무엇이며, 하나님은 탐욕이 가득한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는가.
고민의 끝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은 금융의 ‘본질’이었다. 금융의 본질은 소위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 아니라 자금의 여유가 있는 곳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결해 주는 일이다. 내가 투자한 자본이 누군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마중물이 되는 것, 그것이 투자의 진정한 가치다. 이러한 깨달음은 직업관의 변화로 이어졌다. 단순히 매매 차익에 몰입하기보다, 많은 이가 투자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돕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서 더 큰 평안을 찾았다. 나의 분석을 통해 많은 사람의 노후가 조금 더 편안해지고 정책 당국이나 기업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소명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업에 신앙적 철학과 의미를 담아 일할 때 비로소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소명에 충실할 때 경제적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도 경험했다.
그리스도인이 재테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단기 수익에 마음의 중심을 빼앗기는 것이다. 수익을 쫓다 보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고유한 소명인 ‘본업’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평소 금융시장 분석에는 냉정하다가도 욕심이 생겨 직접 ‘내 돈’을 투자해 단기 수익을 내려 하면, 희한하게도 그때마다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다. 자본시장을 매일 들여다보는 전문가조차 개인적인 욕심이 개입되는 순간 시장의 큰 추세를 보는 눈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본업을 지키며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특정 종목의 매매에 집착하기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산업,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에너지 전환 산업 등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메가트렌드 산업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담는 장기 적립식 투자’를 실천하는 것이다.
개별 기업은 변동성이 높아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 쉽지만, 산업 자체가 성장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산업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묶어 매월 기계적으로 투자할 때 훨씬 마음 편히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 내 본업에서 나온 월급을 통해 혁신 기업들이 일한 결과를 나눠 갖도록 세팅하는 것은 우리를 탐욕으로부터 막아내는 영적인 방패가 된다. 자주 계좌를 열어본다는 것은 이미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늘어서 좋고, 하락하면 더 싸게 살 기회가 생겨서 좋다는 마음의 여유가 본업과 신앙의 중심을 지켜준다.
그리스도인의 재테크는 목적지가 분명해야 한다. 지혜와 재물은 내가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때를 따라 공급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나와 가족의 생애를 책임 있게 돌보며 건강한 사회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다. 나에게 맡겨진 삶의 시간을 성실히 관리하여 자신과 가정을 부양하는 것은,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청지기의 마땅한 책무다. 둘째는 그 이상의 여유 자금을 선하게 흘려보내는 나눔에 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재물을 내 것으로 고집하지 않고 일부를 구별하여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내 삶을 준비하고 맡겨진 물질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투자의 종착역이자 청지기의 삶이 되어야 한다. 물질의 노예가 아닌 하나님의 관리자로 바로 설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할 수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재테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과제다. 그러나 조급함에 매몰되어 삶의 주권을 재물에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곳에 자본을 연결하고, 단기 수익이 아닌 산업 전체의 성장과 동행하며 일상의 평온을 지키길 권한다. 그렇게 얻어진 수익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우리가 재물의 소유주가 아니라 청지기임을 고백할 때, 투자는 우리를 옭아매는 쇠사슬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귀한 도구가 될 것이다. 숫자가 아닌 하나님의 평강이 청년들의 가슴 속에 먼저 깃들기를, 우리의 재테크가 거룩한 나침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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