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투자가 선택이 아닌 시대
"너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21)
요즘 어딜 가나 재테크 이야기로 가득하다. ‘코스피 5000시대’, ‘끝없이 오르는 미국 증시’, ‘살인적인 물가’… 이런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이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투자'라는 행위를 하고 있다. 흔히 주식을 하지 않고 현금만 보유하는 것을 '투자를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가치가 계속 변동하는, 엄밀히 말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원화'라는 대한민국 화폐에 내 모든 자산을 묶어두는 일종의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나의 이러한 생각에 기반해서, 개인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과정에 대한 정리이다. 만약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찾아가는 중이다.
'깨끗하게' 벌고 싶다는 욕심
나는 처음에는 소위 '성경적 투자'의 정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말씀을 찾아보고, 관련 강의들도 열심히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하나님, 저는 투기가 아니라, 건강하고 '깨끗하게' 돈을 벌고 싶습니다."
자신을 먼저 납득시키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떳떳하고 싶었다. 세상 사람들의 투자와는 다른, ‘거룩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증명하고 싶었다. 어쩌면 내 수익이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변명할 거리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고민하며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조금 의외였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애당초 완벽하게 ‘깨끗하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가 또 다른 교만일 수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주식투자를 할 때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땀 흘려 일을 해서 월급을 받을 때도 내 안에는 늘 '어느 정도' 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탐욕이 있었다. 남들보다 높아지려는 마음, 더 많이 움켜쥐고 싶은 욕망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내가 그토록 찾았던 '깨끗한 투자법'은 어쩌면,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내 모습을 ‘거룩함’으로 포장하여 하나님 앞에서도 의로워 보이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인정,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나는 하나님 앞에서 100% 순수한 동기로 돈을 벌 수 없는 존재구나.” 역설적이게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것은 포기나 방종이 아니다. 나의 의로움과 도덕성으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던 힘을 빼게 된 것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내가 생산해 낸 부(富)가 온전히 깨끗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투자를 멈추지 않되, 이 돈이 내 삶의 주인이 되지 않도록 몇 가지 현실적인 장치들을 두기로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흘려보냄'이다. 십일조나 이웃을 위한 후원 등을 통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떼어낸다. 이는 대단한 신앙의 결단이라기보다, 나를 위한 안전장치이다. "이 돈은 주님께서 잠시 맡기신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과정이다. 돈이 고여서 썩지 않도록, 그리고 내 마음이 돈에 묶여 썩지 않도록 강제로 물꼬를 트는 것이다.
물론,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행위조차 나의 탐욕을 합리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변명'이거나, 남들에게 경건해 보이기 위한 포장일 수도 있다. 나 역시 그 가능성을 온전히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이것은 그렇게라도 해서 나의 중심을 잡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노력이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 질문하며, 내 생각과 행동을 다듬어가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족하고 모순적인 나의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조차 하나님의 선하심이 일하시길 간절히 간구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재테크를 하고 있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서도 "이것이 정답입니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서 있는 고민의 지점을 진솔하게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주님과 함께 지혜롭고 아름답게 이 문제를 풀어 가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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