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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에 대하여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 / 강영안, 최종원 / 복있는사람 / 2026
<강영안의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 온 ‘공부’라는 말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묻는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부는 거의 모든 사람이 거치는 통과의례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의무교육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대학 진학률 또한 대단히 높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공부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수단이거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은 과연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익숙한 공부의 모습이 진정한 의미의 공부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차분하고 집요하게 질문한다.
이 책은 강영안 교수가 최종원 교수와 나눈 대담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은 대담이지만 내용은 한 지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 온 사유의 결산에 가깝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지식과 지식인의 문제, 둘째는 신학교육의 방향, 셋째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 세계관 논의, 넷째는 저자 자신의 학문적 여정이다. 이 네 부분은 분리된 주제가 아니라, 공부라는 하나의 중심축을 따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강 교수의 공부 여정은 신학대학에서 시작된다. 그는 네덜란드 개혁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며 학문적 기반을 다져 나갔다. 이후 루뱅 대학교와 네덜란드 자유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칸트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학문은 특정 사상가에 머물지 않았다. 레비나스를 비롯한 현대 철학자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서구 철학과 기독교 신학의 접점을 탐구하며 사유의 지평을 넓혀 갔다.
그의 공부를 지탱한 것은 폭넓은 독서였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문학과 사상서를 읽었고, 군 복무 중에도 철학과 신학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라틴어, 한문 등 여러 언어를 통해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사유를 확장했다. 그러나 강 교수가 강조하는 핵심은 독서의 양이 아니라 태도다. 공부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응답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공부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배움의 과정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배우는 존재이며, 아기가 말을 배우고 걸음을 익히는 과정부터 벌써 공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은 이 근원적 배움의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공부는 특정 시기에 끝나는 활동이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계속되는 형성의 과정이다. 공부(工夫)란 말 그대로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강 교수는 공부의 과정을 읽기, 듣기, 말하기, 생각하기, 쓰기로 설명한다. 이 가운데 특히 ‘생각하기’와 ‘질문하기’를 강조한다. 자신이 배우는 내용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 지식이 자신의 존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된 공부가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공자의 배움, 예수의 가르침은 모두 질문을 통해 인간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보여준다. 질문은 단순한 의문 제기가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무지와 무능, 무감각에 머물 수밖에 없다. 공부를 통해 이 3가지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황이 요구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에 합당하게 응답할 수 있게 해 준다. 단순한 지적 능력이 아니라 도덕적·영적 분별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서구 전통과 중국 전통, 그리고 기독교 전통은 모두 공부를 인간 형성의 과정으로 이해해 왔다. 강 교수는 이러한 전통을 연결하며 공부를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강 교수는 자신을 지식인이라기보다 학자로 규정한다. 이미 무엇을 배워 아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공부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구가 이념적으로 추구한 지식인은 가능한 모든 지식, 세계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신학교육도 분과 교육을 넘어 신학 전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신학 교육은 교단 목사를 키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교인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신실한 증인 역할을 하도록 도울 수 있는 목회자를 키워야 한다. 또한 이 시대에 요구되는 기독교 변증은 논증이 아니라 자기 신앙을 증언하는 실제 삶에 있다. 이때 그리스도인이 갖추어야 할 대표적인 덕목은 ‘환대’라고 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본질과 방향을 예리하게 주시한다. 강 교수는 신앙을 일상에서 분리하지 않고 긴밀히 연결시키는 카이퍼의 태도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다. 그는 카이퍼를 문화 변혁주의자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제임슨 데이비슨 헌터가 말하는 ‘신실한 현존(faithful presence)’이 카이퍼의 노선을 적절하게 규정한다고 여긴다.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사이의 대립을 앞세우기보다 오히려 삶의 현장에서 비그리스도인들과 연대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런 요구는 그의 은사 판 쁘을슨의 기독교 철학에 대한 이해, 곧 비기독교 철학 사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도 기독교 사상과 마찬가지로 하나님께 근원을 둔다는 이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의 대담집은 ’빚진 자‘라는 제목의 글로 끝을 맺는다. 강 교수는 자기가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며, 따라는 자신은 빚진 자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곧 섬기는 것이라는 고백으로 대담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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