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교육은 교육자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교육 대상인 아동 청소년이 어떻게 배우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내용을 내면화하고 있는가”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학습자는 어떻게 배우는가? 학습자는 진공 상태에 있지 않으며 백지상태에서 가르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학습자는 어떤 상황에 있고 자기 나름의 경험과 선이해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어떤 가르침이든 학습자의 상황과 경험, 선이해와 맞닿아야만 배움이 일어난다. 그러지 않은 가르침은 아무리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도 허공을 치게 된다. 이는 신앙 교육,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지금 우리 아이들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을 고민한다면 먼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야 한다. 지금 교회에 속한 혹은 교회를 잠시 떠난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교육 내용과 방법을 재구성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의 핵심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교육”이다. 이는 부모 세대 아니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으로, 이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고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몇 등이냐 하는 것이 핵심 질문이다. 한 문제도 틀려서는 안 되고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정해진 시험 범위 내용을 반복해서 외워야 한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고 또 풀어야 한다. 이 얼마나 재미가 없는 일인가! 그러기에 공부를 하면 할수록 흥미를 잃게 되고 공부가 재미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남들보다 앞서게 되더라도 다음 시험에서 다른 친구가 자신을 앞지를까 봐 불안에 짓눌린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뒤처지게 되면 열등감과 좌절감을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무한 경쟁의 상황은 배움의 기쁨을 앗아갈 뿐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파괴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교사는 무한 경쟁 체제의 최전선에서 자신들을 평가하는 자이고 친구인 이 경쟁자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약화되고 학교폭력과 왕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더군다나 수년 전부터 학교폭력을 교육적 관점이 아닌 사법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서 학교에서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교육이 사라지게 되었다. 아주 작은 갈등도 신고의 대상이 되고 소송이 난무하면서 교육적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차이를 수용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가면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왜곡된 관계 맺기에 머물거나 관계에 대한 갈증을 키워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아동 청소년들 가운데 심리적 불안과 정서적 위기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표면적으로 상습 자해, 자살 시도 학생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고, 직접 이런 위기 상황을 겪지 않더라도 많은 청소년들이 심리적 위축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핵가족 및 핵개인 시대, 정보 통신 기술 발달에 따른 연결 방법의 변화와 단절, 풍요와 소비 세대의 이면 등이 있겠지만 그 근본에는 안전한 공동체의 상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 있는 아동 청소년들에 대한 신앙 교육 혹은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어떻게 접근해야 아이들 가운데 배움을 일어날 수 있을까? 무엇을 피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첫째 기독교 세계관의 원리를 주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신앙 교육이나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시험으로 평가하지 않고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단 아이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면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너무 소중하고 진리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주입하려고 하는 순간, 이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교육을 연상시키고 아이들의 거부감을 산다. 물론 아이들이 배운다고 하더라도 지식에 머물고 그들의 삶과 사고방식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신앙이든 기독교 세계관이든 아이들이 삶에서 경험하고 있거나 주변에서 보고 듣고 영향을 받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질문을 던지게 하거나 혹은 교사가 질문을 던져 생각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혹 이렇게 하다 보면 성경의 진리에 곧바로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삶이나 가치관과 연결되는 방식이고 나아가 신앙과 기독교 세계관의 풍성함에 닿게 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이를 이끌어가는 교사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이론이 아니라 삶을 접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어른이나 아이들보다 조금 먼저 이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선배들과 많이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의 현장을 방문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독교 세계관으로 살아가는 실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질문을 쏟아낼 수 있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이때 좀 더 체계화된 이론을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훨씬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서로 배우고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아이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와 심리적인 위기는 신앙 교육 혹은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이들이 함께 밥을 먹고 생활을 같이하면서 어우러지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자신이 온전히 수용되는 경험을 하는 가운데 기독교 세계관의 원리와 가치관이 스며들게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관계와 공동체를 갈망하지만 동시에 이에 미숙하고 잘 스며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공동체의 맛을 많이 보여주고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경험들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특별히 한국 교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형교회와 미자립 교회 가운데 방치된 목회자 자녀들이 이런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회나 교회 연합 차원에서 주말학교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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