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오늘날 많은 부모는 자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열어 주며, 안정된 미래를 준비시키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그러나 이러한 열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부모 세대는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 앞에 다시 서야 한다.
“우리의 자녀는 과연 하나님을 아는 다음 세대로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신앙의 외형은 남아 있을지라도 하나님과 무관한 다른 세대로 형성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 그리스도인 부모라면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성경적이고 실존적인 물음이다. 사사기 2장 10절은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가슴 아픈 비극을 이렇게 기록한다.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이 말씀은 한 세대의 소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전수가 단절될 때 공동체 전체가 마주할 영적 암흑기를 예고하는 뼈아픈 경고이다. 물론 사사기 시대의 이스라엘과 오늘의 한국 교회를 단순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그분의 행하심이 다음 세대 안에 살아 있는 기억과 삶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할 때, 신앙 공동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원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성경이 말하는 비극의 핵심은 ‘하나님을 알지 못함’에 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분의 행하심을 자신의 삶 속에서 인격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며 살아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다음 세대’란 부모 세대의 신앙 전통을 외형적으로 계승하는 세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세대’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머물고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실제 삶의 판단과 가치 형성의 중심에서는 하나님이 배제된 세대이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많은 자녀가 교회에 출석하고 예배에 참여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욕망, 꿈과 기준은 이미 다른 이야기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이제 자녀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와 교회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영상 매체, SNS, 또래 문화, 소비문화는 끊임없이 자녀의 마음에 메시지를 새긴다. 예를 들어 “네 마음이 곧 진리다”라는 감정중심주의, “네 가치는 성취로 증명된다”라는 성과중심주의,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보이는 돈이 더 현실적이다”라는 물질주의는 오늘의 자녀들이 매일 같이 학습하는 대표적인 세계관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녀의 마음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말씀이 그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세상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음 세대 교육은 단순한 종교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세계관 형성’의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세계관은 인간이 하나님, 인간, 세상, 진리, 행복, 성공 등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결정하는 근본적 해석 틀이다. 자녀의 삶은 이 해석 틀 위에서 세워진다. 눈에 보이는 행동이 그 사람의 전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행동 이전에 생각이 있고, 생각의 배후에는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의 핵심은 몇 가지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녀의 내면에 어떤 생각이 자라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생각이 어떤 토양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분별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 세계관 형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많은 부모가 신앙 교육의 해답을 더 좋은 프로그램, 더 뛰어난 교사, 더 효과적인 캠프와 콘텐츠에서 찾으려 한다. 물론 이러한 도움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경은 자녀 신앙 형성의 일차적 책임을 언제나 부모에게 두고 있다. 자녀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신앙의 텍스트는 부모의 삶이다. 자녀는 부모가 입으로 말하는 내용보다, 부모가 실제로 무엇을 더 사랑하고, 무엇을 더 두려워하며, 삶의 위기 순간에 무엇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지를 보며 신앙을 배운다. 부모가 성공과 경쟁의 논리에 매몰되어 살면서 자녀에게는 하나님이 우선이라고 가르칠 때, 자녀는 부모의 말보다 삶이 뿜어내는 메시지를 더 진실하게 받아들인다. 결국 부모는 교육의 보조자가 아니라, 다음 세대 형성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다음 세대를 세우는 일은 먼저 부모 자신의 영적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의 생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로워지고, 삶의 기준이 성공에서 소명으로, 감정에서 진리로, 자기 성취에서 하나님의 영광으로 옮겨갈 때 자녀의 영적 토양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다음 세대는 단순히 다음 순서에 오는 연령 집단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알고, 그분의 이야기를 삶으로 살아 내는 세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세대의 시작은 곧 부모이다. 결국 그리스도인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자녀를 위한 더 많은 투자 이전에, 부모 자신의 더 깊은 각성과 회복이다. 다음 세대는 부모의 기도와 삶, 그리고 진리를 따라 살고자 하는 몸부림 속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그 출발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오늘 저녁 식탁 앞에서 자녀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지를 묻고 경청하는 작은 대화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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