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반 사회가 되면서 '세계관'이란 용어는 신학과 철학을 넘어 문학, 영화, 게임 콘텐츠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에 세계관을 설정하고 내러티브를 이어간다. 게임에는 저마다 다른 세계관이 설정되어 있다. 아이돌은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다. 각 그룹마다 세계관이 설정되어 있고, 그 안에 스토리, 멤버들의 캐릭터, 상징들이 모두 치밀하게 기획되었다. 12세 이상 관람가인 마블(Marvel)류의 영화는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평행우주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데, 개봉만 되면 전 세계적 흥행을 담보한다. 얼핏 우리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계 속에서 다양한 세계관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중학생 딸이 엉엉 울면서 하교한 적이 있다. 아이를 위로하며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엄마가 들으면 싫어할 것 같은데.....”라는 서두를 붙인 후, 자신이 ‘파고 있는’(열정적으로 좋아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는 의미) 아이돌의 한 멤버가 탈퇴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순간 이 아이가 어제 밤 나와 함께 열왕기상을 읽으며 솔로몬 이야기를 재밌게 나눈 그 딸이 맞나 싶었다. 갑작스런 비매칭 타격에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지만, 다행히 일찍 퇴근한 덕분에 우는 아이를 곁에서 맞이할 수 있었음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엄마가 싫어할 것이라는 전제에도 솔직하게 말해준 딸에게도 고마웠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현대 청소년들이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두 세계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가정에서 보이는 모습과 SNS의 알고리즘에서 형성되는 두 정체성은 매칭되지 않는 전혀 다른 두 인격처럼 분리되어 있다. 부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하며 어떤 가치관을 흡수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아이가 살인까지 하게 된 후에야 아이를 키운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SNS의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의 다음 세대가 직면한 ‘다중사회화’(multi socialization)의 현실이다.
디지털 기독교 세계관 교육
여러 개의 세계관 속에서 다른 인격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비매칭 사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많은 그리스도인 부모들의 첫 번째 반응은 스마트폰 사용금지이다. 필자도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최대한 늦추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한 차단과 금지가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거나, 오히려 부모가 모르는 영역을 더 넓혀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는 디지털 공간을 금지가 아닌 동행의 영역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곳도 우리 자녀가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거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요 17:15)라고 하셨다. 자녀가 보는 유튜브 채널, 게임, 인플루언서,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보면서 “네가 좋아하는 이 유튜버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니?”, “이 게임의 세계관을 설명해 줄래?” 등의 세계관적 대화를 시도해 보면 좋겠다.
알고리즘을 이기는 분별력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다. 플랫폼은 더 오래, 더 강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분노, 불안,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 나 좀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의 주의력을 확보하여 트래픽을 늘리고 데이터와 자본을 독점하는 ‘주의 경제학’(attention economics) 구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채 디지털 세계에 노출된다면, 그것은 아이를 갑옷없이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 바울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라고 하였다(롬 12:2). 디지털 시대에서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는 영적 훈련에서 그치면 안된다.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인식의 능동적 재구성까지 해내야 한다. 아이들이 플랫폼을 이용할 때 자신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도록 ‘메타인지’(metacognition), 즉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하며,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도 가르쳐야 한다. “이 영상은 너에게 왜 추천됐을까?”, “이 콘텐츠는 너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려고 하는가?”를 자녀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미디어 교육이 아니라, 로마서 12장 2절의 분별력을 구체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다중사회화’의 시대에 여러 개의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녀들에게 부모의 세계관 교육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게임 속이든 SNS든 아이돌의 세계든지 그곳에서 부모와 가족이 그리고 하나님이 함께 임재하여 동행하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그렇게만 한다면 ‘주의 경제학’으로 달려드는 콘텐츠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분별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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