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작가이자 평론가로서 교육 실천 현장에 있다. 최근 어린이 문학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연과 사물, 나아가 기호에 이르기까지 비인간 존재를 인간의 보조적 대상이 아닌 독자적인 주체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인간만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관점을 넘어, 다양한 존재들이 관계를 맺으며 의미를 형성해 간다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서정적 문법을 넘어 실험적인 표현과 형식에 대한 선호로 나타나며, 이를 작가의 실험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 동시와 동화, 그림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을 담아낸 작품들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주체의 다양성과 작가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서사는 쉽게 발견된다. 또 이러한 작품들은 실험성과 다의적 해석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어린이 문학이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는지에 대한 질문보다, 새로운 캐릭터 설정이나 기호학적 구조, 서사적 언어의 독창성만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칼데콧상을 수상한 존 클라센의 그림책, <이 모자는 내 모자가 아니야>는 친절과 용서, 배려의 가치보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열린 결말이라는 이유로 어른들은 “작은 물고기가 모자를 돌려주고 자기 길을 갔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히치콕 유형의 긴장 구조를 의도했으며, 작은 물고기는 죽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험성과 수상 경력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모순이 쉽게 용인되는 환경 속에 아이들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모순적 서사가 아이들의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는 문학의 자율성과 상상력의 품격을 지키려는 책임 있는 응답을 고민해야 한다. 아동문학의 아동성과 품격, 그리고 문학의 미학을 함께 성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건강한 세상 읽기의 눈과 창을 열어 줄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은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다음 세대 교육의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세워 주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아동·청소년기는 세계를 이해하는 틀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이다. 이 시기에 형성된 세계관은 단순한 지식의 차원을 넘어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 되고, 선택과 관계,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 22:6). 이는 아동기의 교육이 일시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방향을 세우는 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아동·청소년 교육은 어떠한 신앙 교육을 하고 있는가? 성경 말씀은 삶의 자리에서 실제로 살아내며 자라고 있는가? 우리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전도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아야 할 시대에 살고 있다.
성경은 말씀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이 말씀을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이든지 길을 갈 때이든지 누워 있을 때이든지 일어날 때이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명기 6:5–7). 이는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실천적 모델은 가까운 곳에 있다. 부모의 언어와 태도, 교사의 시선과 관계 방식이 곧 기독교 세계관 교육의 실제이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에는 논리적 설명보다 이야기와 경험을 통한 교육이 더욱 깊이 작용한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정서와 상상력을 통과하여 세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많은 진리를 비유로 말씀하셨듯이, 이야기는 진리를 마음에 새기는 방식입니다. 좋은 그림책과 동시, 동화는 선과 악, 관계와 책임, 상처와 회복이라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공명하도록 돕는다. 이는 단순한 교훈 전달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바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로마서 12:2)라고 말씀한다. 세계관 교육은 바로 이 ‘마음의 변화’를 다음 세대 안에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로 가르치는 교육을 넘어, 성령의 열매로 나타나는 삶을 실제로 보여주어야 한다. 곧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삶이 일상 속에서 드러날 때, 아이들은 그 모습을 통해 신앙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세상 속에서 신앙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을 세우는 일이다. 교회와 가정, 교육의 모든 영역이 함께 협력하여 아이들의 삶 속에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를 심어갈 때, 그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 되어, 세계를 품는 열매로 맺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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