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교육은 아동·청소년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독교세계관 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또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교육은 교회만이 아니라, 가정, 학교 등 모든 일상의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질 때 더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과 삶>(5+6월호)은 ‘가정과 교육의 달’을 맞이하여, ‘아동·청소년 기독교세계관 교육’이라는 주제로 우리 시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그리스도인 교육자이자 교육개혁실천가이신 송인수 선생님(교육의 봄)과 인터뷰를 통해 그 혜안을 얻고 나누고자 합니다.]
- 인터뷰어 : 석종준(서울대 기독학생북클럽 지도목사)
- 일 시 : 2026년 4월 6일(월) 오후 6:30
- 장 소 : 교육의봄(용산구 한강대로 46길 10, 나동 301호)
- 사 진 : 김은진(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박사과정)
석종준: 선생님은 공립학교 교사직을 내려놓고, ‘좋은교사운동’ 대표(2000~2008),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2008~2020), ‘교육의봄’ 대표(2020~2026) 등을 역임하며 우리 사회를 더 바른 교육이 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한결같이 힘써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들이 있었을까요?
송인수 : 예수 믿는 교사는 약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는데요. 아이들이 입시와 사교육에 눌려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근무한 학교가 서울 변두리 낙후 지역에 있었는데요. 중학교 때 영어 지식 배경이 거의 없어 수업을 못 따라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들에게 “공부 못해도 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야.”라는 말은 위로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고심하고 연구해서 중학교 문법 지식 없이도 제 수업을 10번 정도만 들으면 영어를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2-3학년 학생들이 1학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우리 학교에 포기 말아야 할 과목이 두 개인데, 하나는 체육, 하나는 송인수 선생님의 영어야.” 기분 좋았지요.
그러나 당시 저의 관심은 가르치는 학생들만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 학생들의 고통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에 기독교사단체들로 구성된 ‘좋은교사운동’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우리가 해왔던 여러 실천 활동에 교사들을 참여시켰습니다. 신년 초 담임반 아이들 집을 방문하기, 가장 어려운 학생 1명을 선택해 1년 동안 보호자 되어주기, 촌지 받지 않기, 학생들한테 내 수업 평가받기 등의 캠페인을 전개했지요. 그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보람을 느꼈고 성과가 좋아서 운동이 확대되었습니다. 참여 회원들이 수천 명으로 불어나자, 학교에서 있으면서 이 일들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싶어 저는 2003년 3월 퇴직해서 5년 간 ‘좋은교사운동’ 상근대표로 일했습니다.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었습니다. 이사회는 좋은교사 출판 사업에 집중하려던 제게 “나이가 45세이니, 더 근본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라”고 주문했어요. 바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인데요. 은사 손봉호 교수님(서울대 명예교수)께 말씀드렸더니, “대통령도 풀지 못하는 불가능한 문제이니 나서지 말라”고,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저는 하나님이 주신 영적 증거가 있어서 결국 이 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공동대표로 12년 동안 일하면서, 한때 사교육비 2조 줄이기, 외고 입시에서 영어 듣기 시험 폐지, 선행교육 규제법 제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교육비는 계속 늘기만 했습니다. 그 근원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니 기업들이 출신학교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관행 때문이었어요.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려고 하니, 명문 대학, 특목고 입시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고, 그 목표가 학원 사교육 경쟁을 부추긴 것이지요. 결국 학벌 중심의 채용 관행을 바꿔야 교육도 달라진다고 여겨서, 6년 전 ‘교육의 봄’이라는 단체를 세워서 섬기고 있습니다.
석종준 : 교육개혁실천가로 앞장서 활동해 오면서 선생님께 가장 보람이 있으셨던 열매들과 가장 힘들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으셨는지요.
송인수 : 선행교육 규제법, 외고 입시 제도 바꾼 것, ‘합격’ 현수막 내걸지 않기 등 한 30여가지가 되더군요. 대한민국의 웬만한 교육전문가들에게 우리 단체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러나 제가 여전히 괴로운 것은 입시 경쟁 고통이 더 심해지고,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들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열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삶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기가 자신 없었습니다. 서울 모 지역에 아파트를 사러 가면, 부동산 중개인이 “저 집, 저 집, 저 집이 비어 있어요.”라고 소개합니다. 그 집들은 다 사연이 있기에 비었다는 것이지요. “무슨 사연이에요?” 물으면 “입시 경쟁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아이들 사연이 있는 집”이라는 거예요. 지금 아이들 상황이 그렇습니다.
석종준 :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교육의 특징과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고 또 그러한 환경은 아이들의 인격과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송인수 : 가장 큰 특징과 문제는 학벌이 우상이 된 그릇된 세계관입니다. 학벌이 좋아야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고 자녀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공포에 생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을 부추깁니다. 그로 인한 병리적 현상은 말할 것도 없어요. 아무리 전인 교육, 공동체성, 배우는 기쁨,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이야기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20년 동안 자라면 욕망만 가득한 ‘짐승’이 됩니다. 한국 사회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면제되는 곳이에요. 공부를 잘하면 품행도 방정하다고 인정해 줍니다. 여러 해 전, 서울대 인문대 남학생 단톡방이 폭로된 적이 있어요. 난잡한 성추행적인 발언들이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명문대생이 저럴 수 있는가?” 개탄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을 괴물로 키운 것입니다. ‘학벌 따는 것’을 최상위 목표로 삼고 다른 모든 고귀한 가치를 상대화시킨 결과입니다.
석종준 : 그리스도인이기도 하신 선생님에게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무엇일까요? 또 그것은 일반 교육과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송인수 : 기독교세계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이웃을 섬기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라 봅니다. 그중 출발은 ‘자기다움’이라는 고유성의 발견입니다. 그것 없이는 세상에 기여하는 삶도 온전하지 못합니다. 나를 존중해야 이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니까요. 공교육은 그런 교육을 시키지 않습니다. 각자의 고유성보다는 사회와 입시가 요구하는 획일적인 질서와 목표를 내면화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공교육의 잘못된 흐름에 대한 도전입니다.
석종준 : 그렇다면 아동·청소년기의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어디에 중점을 두면 좋을까요, 또 한국교회가 그동안 진행해 온 교육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송인수 : 말씀드린 대로 자기다움의 고유성을 지키며 타인을 섬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합니다. 학교처럼, 교회도 자기다움의 고유성 교육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성경에 대한 교회의 획일적 가르침으로 착하고 누군가에게 순종하는 존재로만 키우기 쉽습니다. 누군가의 요구에 나를 맞추는 존재로 키워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예수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으라”(마 16:24)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고유성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존귀한 특성으로 가족, 이웃, 고통받는 타자를 섬기라는 의미입니다.
제 둘째 아들이 고2 5월 달에 갑자기 미술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미술학원을 잠시 다닌 것이 거의 전부인데, 자기 속에 미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그 이야기에 당황했지요. 우리 집안에 미술로 직업 삼은 사람도 없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예체능하겠다고 하면 어릴 때 싹을 잘라 버려야 한다, 그런 말까지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늦게 시작했기에 고생은 했지만 결국 미대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보니 오히려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성취를 더 잘 해내는 것을 보며, 그렇게 기르는 것이 옳았구나 싶었습니다.
석종준 : 기독교세계관 교육은 교회에서만 이루어지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회 밖의 중요한 세계관 교육 현장은 어디이고, 그곳은 왜 중요할까요?
송인수 : 교회 밖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현장은 ‘가정’입니다. 가정에서 실패하면 교회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 교회 교육은 어떻습니까? 거의 실패입니다. 학생 예배 40분 정도 드리고 공과 시간 20-30분 정도를 갖습니다. 거기서 무엇이 이루어지겠어요? 별 영향력이 없는 교회생활이지만 부모들이 요구하니까 끌려다니다가, 열에 아홉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교회를 다니지 않기로 ‘독립선언’을 합니다. 다 큰 자식의 선택을 부모가 어쩌겠습니까?
저도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한 20년 이상 했는데요. 기독교 교육의 핵심 공간은 ‘가정’입니다. 거기서 부모가 자기다움을 존중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모범을 보이며 말씀을 가르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대화하며 속의 것을 끄집어내고, 아이들이 다소 엉뚱하거나 불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이유를 물어보며, 마음 속 동기를 읽어 주고 그 흐름에 질서를 부여하며 해석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르지 않고 존중해야 합니다. 점수와 등수를 강요하며 억압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식과 대화의 끈을 놓치 않겠다고 작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대화의 끈이 이어지면, 신앙 교육도 가능합니다. 부모가 전문적 성경 지식이 있어야 자녀가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말과 삶에서 예수님을 느끼게 됩니다.
석종준 : 우리 기성세대가 아동·청소년 기독교세계관 교육을 위한 하나님의 선한 청지기로서 각자 몫을 다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송인수 : 저는 계속 부모의 역할에 초점 맞추고 싶어요. 부모는 자식들에게 ‘성경을 들고 서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들고 선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평일에는 부모가 세속적 가치로 자식을 이끌고 억압하다 주일 혹은 성경 가르칠 때만 “오, 형제여, 그대는 이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렇게 존중해 봤자, 부모의 위선만 발견할 뿐입니다. 자식 앞에 성경을 들고 선다는 것은, 그 외의 것은 포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첫째 아이가 중1 때 채점을 하나도 하지 않은 시험 문제지를 가져온 것을 보고, 그 후 6년간 점수와 등수를 물어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점수와 등수로 대화하는 사이란 얼마나 부담스러운 만남이겠습니까?
어제 둘째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빠, 제가 나중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는데, 만약 그 자식이 뭔가 삐딱선 타고, 동생과 관계도 좋지 않고, 학교서도 뭔가 제 마음에 들지 않게 산다면 화가 나서 혼내 줄 것 같아요.” 그래서 얘기했죠. “너는 그러지는 않을 거야. 중고등학교 시절에 네가 천방지축으로 살아도, 내가 언제 한번, 네 목줄을 잡고 하고자 하는 일을 막거나 억압한 적이 있니? 없었잖아. 네가 고등학교 때 나와 다투다가 이틀 동안 가출한 적이 있었지. 그때도 우리가 대화하고 아빠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관계가 회복됐잖아. 너도 네 자식과 갈등이 생겨 화가 날 때, 분명히 엄마와 아빠가 했던 방식을 기억할 거야. 그리고 그렇게 따를 거야.” 그러니까 제 말을 인정하는 것이에요.
제가 또 아이에게 말했어요. “아빠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고, 모범생이고, 학교 선생도 했고, 그래서 모범생의 틀에 맞춰서 너를 키울 수도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어. 예수 잘 믿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너에게 성경을 가르칠 때 부모의 태도가 방해가 되면 안 되잖아. 대신 네 입에서 ‘엄마 아빠가 따르는 예수님이라면 나도 믿을 만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받아들여야 하잖아. 그게 그 이유야.”
우리가 부모로서 자녀들이 믿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그 한가지 목표가 진심이라면 나머지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우리는 걱정하지요. 그렇게 자식을 향한 기대와 염려를 내려놓으면, 아이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방심하며 제멋대로 살다가 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건 부모의 착각이고 무지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내려놔도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내려놓지 않아요. 아이의 인생을 가장 염려하고 걱정하는 존재는 아이 자신입니다. 우리는 중3 청소년을 부모가 이끌지 않으면 망할 것 같지만, 아이들도 생각합니다. “난 뭐 먹고살지. 지금은 이렇게 막 살지만, 나는 어디로 가지? 나는 공부도 못하고 잘하는 것도 없는데....” 이때 아이는 문득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대상을 찾습니다. 그 대상이 부모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시작하고 부모는 따라가면 됩니다. 자녀들을 그렇게 존중할 때, 우리는 자식을 잃지 않게 되고, 우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석종준 :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아동·청소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고, 이와 관련해서 한국교회 기성세대들에게 주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인수 : 아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자본주의’, 즉 돈입니다. 돈이 가장 강력한 선생이에요. 문제는 자본주의의 가르침 방식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억압하지 않아요. 대신, 유혹합니다. “그렇게 하면 돈이 되겠니? 돈 버는 방법은 이런 거야, 그 돈 가지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렇게 욕망을 부추기고 실현할 방법을 보여주며 꼬십니다. 반면에 그리스도인 부모들은 가정에서, 교회에서 뭔가를 강요합니다. 세련되게 진리의 세계로 유혹하지 못합니다. 욕망을 거스르는 삶을 강조하니 불편해 합니다. 우리도 기독교세계관 교육이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설득적인 길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10대 연습생들에게 ‘욕하지 말라, 성실하라, 진실되라!’ 그런 회사 방침을 전달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그 고리타분한 윤리를 10대 연예인의 언어로 설명하는데, 연습생들이 잘 집중하며 영향을 받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방법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랑하면 꼬시는 방법은 찾기 마련입니다. 마치 연애할 때처럼이요. 다만, 아이들의 인생 성패가 대입 19세에 달려 있다는 그 강박은 버려야 합니다. 그럴 때 여유있게 아이들의 영혼을 만날 수많은 길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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