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매 주일 교회에서 중등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 대화가 되면서도 너무 어른 같지는 않은 아이들과 교제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중등부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자 사춘기라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차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계속 만나면서 나는 이 사춘기 아이들조차 신기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시기의 영혼들이 맞았다. 어느 아이는 중등부에 들어와 맞는 첫 번째 겨울 캠프에서 캐릭터가 그려진 내복을 입고 돌아다니더니, 어느덧 중학교 3학년 마지막 캠프 즈음에는 가오를 잡고 귀찮아하는 듯 말수가 줄어든 모습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기에도 키가 훌쩍 자랐고, 중등부에 막 올라왔을 때 마냥 귀여웠던 모습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면 성적이 등수로 매겨지는 경험을 처음 한다. 이 아이들은 보통 학교를 마치고 최소 주 2~3회는 저녁 9~10시까지 학원에 머문다. 주말에도 오전부터 저녁까지 학원 일정으로 채워진 아이들이 적지 않다. 오전 주일예배를 마치고 곧바로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도 있다. 나는 10대 초중반 아이들이 주중에 학교를 마치고 정기적으로 체육 활동이나 음악, 미술 같은 여가 일정을 가지는 것을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직장인도 주 2~3회 야근이면 꽤 높은 업무 강도이기에, 이 관점에서 나는 왜 한국 청소년들이 우울증 같은 부정적인 지표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는지 이해가 된다. 다행히 아이들은 이런 부담감 속에서도 짬짬이 딴짓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즐거움도 찾는다. 내가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면서 경험하고 주관적으로 느낀 특징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아이들은 진심을 알아보는 예리한 눈이 있었고, 또 진심에 반응해 주었다. 교회 선생님이 진심 어린 관심으로 안부를 묻는지 아닌지를 금세 알아챘다. 분반 나눔 시간에도 성경에 적힌 것을 그냥 전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믿어서 하는 말인지 구별해 내었다. 큐티와 말씀 낭독을 권하면, 권하는 사람의 경건 생활이 어떠한지를 보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아이들 덕분에 나의 경건 생활과 나눈 말씀을 내가 정말 믿고 있는지 스스로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간혹 그 분반 시간이 교사의 단독 스피치로 채워져도 꾹 참고 들어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 아이들에게는 신앙에 대한 갈급함이 분명히 있었다. 예배 시간에 설혹 집중하지 않는 듯 보이고, 의례적으로 교회에 나오는 듯 보여도, 막상 대화를 나눠 보면 달랐다.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고 그분을 더 알기 원하지만,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막막함이 함께 혼재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분반 나눔 시간에 꽤 많은 아이가 “이번 주는 내가 큐티와 기도를 해보겠다”라며 스스로 다짐하고 가는 모습도 보았다. 물론 나눈 말씀을 행동으로 지키지 못할 때가 많지만,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이러한 갈급함이 느껴질 때, 이 영혼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 가장 커진다.
셋째, 아이들은 믿음에 기반한 격려가 필요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영적인 갈급함이 느껴질 때면, “어떻게 돌보고 실천으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섬기는 중등부 아이들 대부분은 모태신앙이다. 말씀을 잘 아는 동시에 자신의 부족함도 상당히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참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나님은 이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지 않을까 싶다. “기특하다. 그래도 수고했다. 나는 네가 앞으로 더 잘 성장할 것을 믿고 기다린다. 실수해도 괜찮다. 그러니 오직 나를 봐주겠니.” 이렇게 하나님께서 사랑이 가득 담긴 인내와 신뢰의 말씀을 주실 것 같다. 아이들이 예배에 많이 늦었을 때도 “늦게라도 왔구나! 일어나서 바로 오느라 수고했어”라고 말해줄 때, 아이들은 웃어주고 마음을 열며 자신의 상황을 조금씩 이야기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마음은 우리를 향한 무조건적 신뢰이겠지만, “괜찮아~”를 반복하다 보면 나는 교사로서 나태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의 지혜와 노력으로는 아이들을 도저히 변화시킬 수 없음도 인정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격려와 함께, 상황에 따라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올바른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올바르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직 청년으로서 나에게는 낯선 경험이었고 하나님의 지혜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다. 10대와 20대를 돌이켜 보면, 결국 나의 생각과 고집과 잘못을 깨닫게 하신 분은 사람의 훈계가 아닌 오직 하나님이 내 주변에 설정하신 상황들이었다. 맡겨주신 아이들도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각자의 성향과 기질에 맞게 가장 잘 가르쳐주실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고 믿는다. 따라서 내가 할 바는 오직 이 아이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때가 이 청소년 시기이기를 간구하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아이들과 관계는 이제까지 맺어온 그 어떤 관계보다 정말 특별하다. 이유는 무조건적 믿음과 신뢰, 헌신과 사랑을 마음으로 또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아이들을 어느 때는 책임감으로, 어느 때는 거리 두기로, 어느 때는 진심과 사랑으로 대한다. 하나님은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마음과 에너지를 통해서조차 사랑과 믿음 안에서, 인내를 훈련시키시는 것 같다. 이 훈련을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하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하다. 물론 어떤 때는 버겁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럴 때면 쉬게 하시고, 아이들에게 뜻밖의 격려를 받게 하시며,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다시 부어주신다. 그 부어주시는 마음이 있기에 나는 끝까지, 지혜롭게 순종하며 하나님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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