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옷장 문을 열면 시작되는 세계관 교육
—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로 배우는 복음 이야기

아동과 청소년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성경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 주는 일이며, 은혜와 죄, 선과 악, 구원과 심판, 희생과 사랑, 책임과 용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러한 세계관 교육에 있어 영화는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나니아 연대기: 사자와 마녀 그리고 옷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복음의 핵심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 뛰어난 이야기다.
이 영화는 평범한 네 남매가 옷장 속 세계인 ‘나니아’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나니아는 사악한 하얀 마녀의 지배 아래 얼어붙은 땅이 되었고, 사람들과 동물들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그 땅에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예언이 전해져 내려온다. 네 명의 인간 아이들이 왕과 여왕이 되어 마녀의 지배를 끝낼 것이라는 약속이다. 이 설정은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성경 역시 어둠 속에 있는 세상을 향해 구원의 약속이 준비되어 있었음을 반복해서 말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자 아슬란이 있다. 아슬란은 나니아의 진정한 왕이며, 선과 정의를 상징하는 존재이다.
이야기의 전환점은 에드먼드라는 아이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는 마녀가 건네준 달콤한 터키식 과자의 유혹에 넘어가 형제들을 배신하고 만다. 이 장면은 죄의 본질을 매우 잘 보여 준다. 죄는 처음에는 달콤해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를 깨뜨리고 자신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죄를 설명할 때 단순히 금지된 행동 목록을 나열하기보다, 왜 죄가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이야기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죄의 문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대속’이라는 복음의 중심 진리에 있다. 마녀는 오래된 법에 따라 배신자인 에드먼드의 생명을 요구한다. 이때 아슬란은 에드먼드를 대신하여 죽음을 선택한다. 그는 스스로 돌 제단 위에 올라가고, 마녀와 그 군대 앞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죽임을 당한다. 이 장면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죄 없는 존재가 죄인을 대신하여 죽는다는 개념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신학적 주제이지만, 아슬란의 이야기를 통해 훨씬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돌 제단은 갈라지고 아슬란은 다시 살아난다. 마녀가 알지 못했던 더 깊은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죄 없는 존재가 대신 죽을 때 죽음은 거꾸로 물러간다’라는 법이다. 이 장면은 부활의 의미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부활은 단순히 죽은 자가 살아나는 사건이 아니라, 죽음의 권세가 깨지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동과 청소년 세계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도록 돕는 것이다. 에드먼드는 처음에는 욕심과 질투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된다. 이 과정은 회개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회개는 단순히 잘못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돌이키는 것이다. 에드먼드가 결국 용감한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하나님의 은혜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공동체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네 남매는 서로 다투고 실수도 하지만, 결국 함께 싸우며 나니아를 회복하는 일에 참여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을 함께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신앙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 교회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아동과 청소년은 수많은 이야기와 영상 속에서 자라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그들이 보는 이야기 속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해석하도록 돕고 있는가? <나니아 연대기>는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복음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이야기다. 실제로 C.S.루이스는 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싸여있는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집에 피난 온 아이들을 돌본 경험이 동화로 재탄생하였다. 네 명의 아이들이 전쟁을 피해 시골 어느 교수집으로 피난을 간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루이스의 부성애적 감성과 상상력이 <나니아 연대기>의 모태가 되었다 하겠다.
옷장 문을 여는 순간 시작되는 모험은 사실 우리 신앙 여정의 비유이기도 하다. 기독교 세계관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 속에서 더 깊이 자리 잡는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영화(이야기)를 보고 함께 질문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왜 아슬란은 대신 죽어야 했을까?” “왜 에드먼드는 유혹에 넘어갔을까?” 이러한 질문 속에서 아이들은 복음(예수 이야기)을 자신의 이야기로 이해하기 시작할 것이다. 옷장 문은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와 질문 속에서도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 문을 통과할 때,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믿음의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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