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20대 청년 시절에 새겨진 ‘창조’라는 관점
중고등학교 시절 나의 장래 희망은 물리학자였다. 그러나 대학 2학년 때, 물질세계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흥미가 더 큰 것을 발견하고 경영학과로 전과했다. 대학 입학 후 신앙을 갖게 된 나는 성경의 창세기 1장에 기록된 천지창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대학 시절 큰 과제였다.
학부 과정에서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을 학습한 기본적인 과학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진화’라는 과정 자체를 하나님이 창조의 방법으로 사용하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다. 나중에 보니 그것이 바로 ‘유신진화론’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프란시스 쉐퍼의 <창세기의 시공간성>이라는 책을 읽던 중, 하나님이 창세기 1장에 기록된 그 6일 동안에 이토록 엄청난 세계를 말 그대로 ‘창조’하셨다는 믿음이 들어왔고, 그 이후로 나는 진화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가 이 세상이 있게 만든 유일한 원인이자 메커니즘이라고 여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창조과학회의 ‘젊은지구론 ’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신학 공부를 하면서 확대된 세상의 기원에 대한 시각
나는 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기원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신학교 입학 후 과학과 신학의 관계, 세상의 기원에 대한 관점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신학을 전공한 것이 유익했던 점은 바로 창세기 1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정통적인 관점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세기 1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 서로 타협하기 어려운 관점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거대한 교단이 분열될 정도로 깊고 넓었다. 지나서 보니 나는 종교개혁 때 다시 찾은 칼뱅의 개혁파 전통, 성경의 유기적 영감을 믿고 성경의 자증성(Self-attestation)을 믿고 따르는 그런 교단에 속해 있었다.
내가 속한 교단의 신학 노선은 내 생각과 부조화가 없었고 나는 그 경계 안에서 창세기 1장을 해석하는 노선에 친숙해졌다. 그러나 창세기 1장에 대한 해석을 신학적으로 하는 것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는 것은 범주가 다른 연구다.
신학적으로는 창세기 1~3장에 묘사된 창조 사건에 대해 미국의 OPC 교단이나 PCA 교단처럼 ‘일반적인 길이의 날(24시간) 관점’, ‘특정되지 않는 길이의 날 관점’, ‘날-시대 관점’, ‘틀 관점’, ‘유비적 관점’ 등 여러 관점이 허용될 수 있다.
세상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관점들
이에 상응하여 세상의 기원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관점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단순화하여 구분하면 ‘젊은지구론’, ‘오래된지구론’, ‘유신진화론’, ‘지적설계론’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오래된 지구론’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유신진화론도 ‘오래된 지구’를 전제하지만 ‘진화’ 개념에는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신진화론자들은 우주의 진화를 이야기하고, 무기물이 유기물로 저절로 바뀌는 화학 진화가 일어났다고 하며, 유기물이 원시 세포로 발전했다는 생물 진화를 이야기한다. 나는 이 세 가지 중 우주 진화는 변화의 개념으로 이해해 줄 수 있지만, 화학 진화와 생물 진화는 과학적으로 발생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허구다.
반대로 나는 ‘젊은 지구론’은 과학을 초월하여 일어나는 하나님의 초자연적 역사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지구론은 과학에 부합하므로 수용할 수 있고, 젊은 지구론은 현대 과학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하나님의 초자연적 역사로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능한 기원 설명으로 수용할 수 있다.
독특한 성격의 지적설계론
지적설계론은 젊은 지구론, 오래된 지구론, 유신진화론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세 가지는 세상과 생물의 존재 메커니즘을 설명하려 한다. 그런데 지적설계론은 세상의 각종 존재들이 우연히 그저 존재하게 된 것이냐, 아니면 지적 능력을 가진 설계자의 설계 때문에 존재하게 된 것이냐를 규명하는 방법이다.
이 지적설계론은 우주와 지구가 오래 되었는지 아니면 짧은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과 생물들이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지적 존재의 설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는 이러한 지적설계론의 관점도 수용한다. 지적설계론은 이 세상과 생물들이 진화가 아니라 창조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논리 체계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겸손하면서도 진지한 탐구 노력 필요
나는 양승훈 박사님이 시작한 ‘창조론오픈포럼’에 공동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조론오픈포럼’은 다양한 창조론을 논의의 장으로 가져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열심히 탐구해야 한다. 이는 창세기 1장 28절에 주어진 문화명령의 일환이기도 하다.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연구한다. 인류는 그동안 수많은 지식을 축적해 왔으나, 여전히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도 많다. 특히, 오래전 과거에 있었던 세상의 첫 시작, 생물의 첫 시작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신학과 과학 간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 둘을 일치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각각 설명하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모두 다양한 관점을 잠정적인 ‘작업 가설’로 여기고 겸손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세상과 생물의 기원을 연구하는 모든 연구자는 열린 마음으로 이 일을 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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