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로교 고신 교단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청년 시절 하나님의 사랑이 믿어지면서 예수님이 주인 되신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고등부·청년부 목사님들의 헌신적인 가르침으로 사도신경, 주기도문, 십계명, 교리문답 등의 교리를 배우면서 창세기, 로마서 등 다양한 성경 공부를 했고, 내 삶에 신앙을 알게 해 준 공동체가 너무 감사해서, 나처럼 청년들도 그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더와 조교로 여러 해 동안 청년부를 섬겼다. 대학교에서는 SFC(학생신앙운동) 일원으로, 학과 기도 모임 리더로 활동했고, 청년의 때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결혼 후에는 일터에서의 선교적 삶을 나의 소명으로 여기며, 그리스도인답게 성실하고 정직하게 기쁨으로 일하며 살기를 애쓰고 있다. 나는 창조주 하나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 보혜사 성령님을 믿으며,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분을 기뻐하는 삶을 사는 것(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문)을 생의 목적으로 여기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이다.
대학원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암,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유전체(genome) 연구를 하고 있다. 여러 연구 중 간단히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유전 변이 데이터를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와 같은 방법론으로 연구한다. 이는 정상인 집단과 암 환자 같은 특정 형질 집단의 유전 변이 빈도(frequency)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형질과 연관성 있는(associated) 변이를 찾는 기법으로, 현대 유전학의 핵심 방법론 중 하나이다. 진화론은 긴 시간에 걸친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이론인데, GWAS는 한 시점에서 집단 간 변이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 변이를 다룬다는 면에서 진화론을 토대로 한 과학 연구인 유전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측정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한 학문이기에 신앙과 창조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다룰 수도 없다. 따라서 과학이나 과학 연구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의 신앙이나 창조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의 신앙과 창조론에 영향을 준 것은 과학이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과 성경 말씀,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대학생 시절, 진화론이 신앙에 위협이 되는 잘못된 이론이라는 견해를 접하면서 “의도가 불순한 과학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선한 열심으로(?) 진화론 관련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진화론과 신앙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학부 때 들을 수 있었던 진화론 강의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생을 바쳐 연구하는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삶을 보면서 교회 안에 오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진화적 창조론’(유신론적 진화론)을 받아들인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들이 진화를 통해 현재와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이해한다.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나의 신앙의 결과이며, 진화에 대한 이해는 나의 과학적 사고의 결과이다. 창조론은 창조에 대한 견해이기에,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같더라도 '어떻게' 창조되었는지에 대한 견해차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사람마다 과학에 대한 이해도와 창세기 등과 같은 성경 해석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창조론이 있을 수 있으나, 과학과 성경 해석은 불완전한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모든 창조론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성경의 절대적 진리성은 특정 창조론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주권자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것이고, 그 권위도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 믿는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창조론의 입장에 있든, 신중함과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며,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라"(벧전 3:15)는 말씀을 기억하고 싶다.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인간의 노동력이나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듯하다. 인간의 인간 됨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본다. 능력과 성과 위주의 현대 사회에서 AI가 더 나은 능력과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역할, 즉 영혼을 가진 인간이 무엇으로 AI와 구별되는지를 오히려 고민하게 한다. 참되고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인간의 모습이 무엇인지 더욱 주목할 때가 아닐까 싶다. 참된 인간됨을 잃기 쉬운 AI 시대에, 예수님을 알지 못해 무엇이 인간다운지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참된 인간성을 따뜻하게 드러내는 노력이 교회 안에 있기를 소망한다.
창조론에 대한 여러 갈등을 보았다. 진리를 위협하는 일에는 타협할 수 없지만, 과연 이 갈등이 그러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한때 오해했던 나를 돌아보면, 한국 교회 안에서 다양한 창조론이 논의될 수 있는 요즘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음 세대가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웠는데 교회의 가르침과 달라서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나에게 이야기했던 초등학생 아이가 생각난다. 이 현실이 속상하고 참담하다. 나는 교회 안에서 현대 과학과 조화를 이루는 창조론을 가르쳐, 다음 세대가 불필요한 혼란을 겪지 않게 할 책임이 우리 세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생명과학은 매우 복잡하고 세분화되어 있어, 과학자조차 이해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이 내용을 다룰 때에는, 평생을 바쳐 과학의 진보를 이룬 이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도 인간의 일이기에 한계가 있지만, 잘못된 결론은 전 세계 과학 커뮤니티 안에서 끊임없는 검증을 통해 바로잡혀 간다. 그 성실한 과정은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교회의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는 삶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지향점이라면, 생각과 배경이 다른 이들을 품으시고 허다한 허물을 덮으며 인내로 사랑하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 참된 인간다움이 가득한, 아름다운 우리 교회를 함께 세워 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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