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필자는 인간 유전체의 기능을 연구하고, 희귀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과학자다. 필자는 연구자로서 관찰 또는 실험으로 확인 가능한 모든 과학적 사실을 수용한다. 돌연변이, 환경적응, 유전적 부동, 격리 등에 의한 계통 내 다양화 등을 인정하며, 유전체 서열 데이터에 대한 객관적 분석 방법론도 적극 활용한다.
동시에 필자는 창조론적 기원 연구를 수행하는 창조과학자이다. 이 말이 누군가에는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창조론적 관점에서 관찰 가능한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것이 필자에겐 충돌하지 않는다. 창조론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계가 얼마나 풍성하고 놀라운지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유전자, 생명 정보를 담은 기능적 정보 복합체의 기원
유전자는 단순한 DNA 서열이 아니다. 인핸서, 프로모터, 코딩 서열, 비번역 영역 등 다수의 기능 요소가 정교하게 협력하는 기능적 정보 복합체이다. 현존하는 가장 단순한 독립 생존 세균도 500여 개의 단백질 유전자를 가지며, 인간의 경우 20,000여 개에 달한다. 유전자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생명체의 기원도 설명할 수 없기에, 현대 과학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진화론의 근간이 되는 핵심 가정이 있다.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아주 단순한 형태의 원시 세포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가정이다. 진화론은 모든 생명체가 보편적 공통 조상으로부터 출발했고,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새로운 유전 정보들이 점진적으로 축적하면서, 더 복잡한 새로운 계통을 출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창조론적 관점은 고도로 복잡한 생명체의 원형(종류)들이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것보다 지적인 존재에 의해서 출현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생명체의 유전 정보들은 환경에 따라 변형되거나 분화될 수 있지만, 특정 범위 내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가 직접 관찰한 가장 오래된 진화연구가 보여주는 것
대장균 장기 진화 실험은 우리에게 다시 생각할 만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실험은 12개의 대장균 계통이 에너지원(포도당)이 적은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만 세대를 관찰하였다. 흥미롭게도 약 3만 1천 세대 정도가 지났을 때 특정 대장균이 배양액에 함께 들어있던 시트르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대장균들은 호기성 상태에서 외부의 시트르산을 활용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대사적 변화는 진화의 증거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대장균은 시트르산 수송체 유전자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유전자를 산소가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특정 시점에 호기성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프로모터가 시트르산 수송체 유전자와 재배열되면서 대장균이 시트르산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즉, 돌연변이에 의해서 전혀 새로운 유전자가 '생성'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존재했던 유전 정보가 재사용되고 변형된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존 정보의 변형은 수많은 직접 관찰 연구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더 복잡한 계통 출현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유전 정보, 즉 기존 유전자나 조절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무작위 서열로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디노보(De novo) 유전자’*의 생성 전 과정을 직접 관찰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기존 정보의 변형이 전제하는, 기능하는 유전자들의 원형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는 대안적 해석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AI 연구가 제시하는 것
생명의 기원은 과거 사건으로, 화석, 지층, 유전체 서열 등은 모두 그 흔적이 담긴 증거들이다. 이 증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해석이 필요한데, 그 해석을 위한 전제와 가정은 모두 검증된 사실일까? 여기서 우리는 기원과학의 본질적 한계와 마주한다.
그러나 최근 생물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특정 초기 조건에서 기능 유전자의 자연적 출현 가능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탐색할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특정 조건을 가정하는 한계를 갖지만 지금 우리가 관찰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유전 정보의 자연 발생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을 제시한다.
향후 알파폴드(AlphaFold) 등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을 통한 기능 추론은 단순한 서열 비교를 넘어 유전자 기원 연구의 새로운 전환을 이끌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떤 이론이 실제 관찰되는 유전체 다양성과 복잡성을 더 잘 설명하는지, 어떤 이론의 가정들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AI 기술을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결론 및 제언
창조론은 진리 탐구를 목표로 하며, 관찰 가능한 과학적 사실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차이는 직접 관찰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과거 사건들에 대한 해석의 틀, 즉 핵심 가정에 있다. 창조론적 연구는 연구 대상이나 연구 방법론, 그리고 반증 가능성에서 진화론과 큰 차이가 없으며 라카토스(Lakatos)가 제시한 과학적 연구 프로그램의 정의에도 부합한다. 최초 생명체들(종류) 이후의 적응과 분화와 멸종은 창조론적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 많은 학자들이 동참하기를 바라며, 창조론과 진화론이 연구의 내용으로 서로 경쟁하고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디노보(De novo) 유전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고, 아예 새로운 유전 정보를 담고 있지 않던 비부호화(Non-coding) DNA 영역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 탄생한 유전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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